[한준의 축구환상곡] ‘무리뉴 효과’ 레알, 바르사 컴플렉스 끝냈다
입력 : 2012.04.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레알 마드리드가 마침내 스페인 라리가 무대에서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독주시대를 종결시켰다. 지난 세 시즌 동안 펼쳐친 라리가 무대에서의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2008년 5월 이후 4년 만에 승리하며 스페인 챔피언 등극을 눈 앞에 뒀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지 시간으로 21일 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2011/2012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경기에서 바르사를 2-1로 꺾었다. 전반 17분 자미 케디라의 선제골로 앞서간 마드리드는 후반 25분 알렉시스 산체스에 동점골을 내줬으나 곧바로 터진 후반 28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결승골로 감격의 엘클라시코 승리를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팀 레알 마드리드는 21세기 들어 ‘숙적’ 바르사에 ‘사상 최강’이라는 지위를 넘겨줬다. 바르사는 2008/2009시즌 스페인 클럽 역사상 첫 트레블 달성을 이뤘고, 2009년 전인미답의 6관왕으로 정점에 섰다. 이후에도 바르사 시대는 계속됐다. 경기력과 우승 기록 모두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축구 역사상 최고의 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마드리드는 연이은 엘클라시코 패배로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다. 앞서가던 엘클라시코 역대 전적에서도 지난 1월 코파 델레이 8강전에 당한 패배로 따라잡혔다. ‘바르사 킬러’로 불리던 주제 무리뉴 감독을 영입했지만 여전히 영광은 바르사의 몫이었다. 무리뉴 감독의 경력에도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2010년 인터 밀란을 이끌고 바르사를 무너트린 바 있는 무리뉴 감독은 2010년 11월 첫 번째 엘클라시코에서 0-5 참패를 당했지만 이후 계속해서 차이를 좁혀갔다. 2011년 엘클라시코 4연전에서 1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코파 델레이 우승컵을 따냈다. 바르사를 상대로 수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후 2011/2012시즌의 시작을 알린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에선 맞불작전으로도 바르사와 겨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 심리적 열세-일정의 부담, 바르사의 발목을 잡다

올시즌 전반기 홈 경기 1-3 완패는 상승흐름을 타던 마드리드와 무리뉴의 사기를 꺾었다. 경기력이 개선된 지난 1월 코파 델레이 8강전에서의 탈락 역시 심리적 타격을 안겼다. 경기력이 좋든 좋지 않든 늘 승리는 바르사의 차지였다. 하지만 무리뉴의 팀은 바르사전 패배에도 라리가 무대에서 착실하게 승점을 쌓으며 우승 경쟁을 주도했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일정과 맞물린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심리적으로 근소한 우위를 점한 마드리드는 마침내 바르사에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승리를 거뒀다.

바르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 대한 부담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승리해도 승점 차이 1점의 간극이 남아있는 라리가 보다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비중을 뒀다. 알렉시스 산체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제라르 피케 등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다. 대신 올시즌 1군 선수로 자리잡은 티아고 알칸타라, 크리스티안 테요를 선발 출전시켰다. 두 선수 모두 올시즌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기에 무리수는 아니었다.

이미 많은 경기를 소화한 티아고의 경우 무난한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출전 기회를 잡기 시작한 테요는 심리적 부담을 가졌다. 결정적인 기회에서 평소보다 마무리 슈팅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알렉시스와 파브레가스가 지닌 무게감과 파괴력에는 분명히 못미치는 모습이었다. 특히 둘은 고립된 메시를 돕는데 서툴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안방이 주는 이점과 유소년 선수들의 기량을 과신했다.

반면 무리뉴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 원정 경기에서 패배를 당하고 돌아온 선수들을 그대로 선발 출전시켰다. 원정 경기 패배로 사기가 떨어진 선수들은 재신임과 함께 자신감을 되찾았다. 마드리드는 바이에른을 상대로 새로운 전술과 전형, 선수가 필요했기에 동일한 선수들을 내세운 것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의 체력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부상자가 많은 바르사에 비해 선수층이 두터운 마드리드가 지닌 이점이다. 마드리드의 벤치에는 바이에른전에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카카, 마르셀루, 이과인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 호날두-외칠-무리뉴, 2인자 컴플레스를 벗어나다

평소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바르사 공격진을 상대로 마드리드는 완벽에 가까운 카운터 어택 전술을 펼쳤다.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서 강력하고 터프한 압박으로 공간을 없앴다. 세르히오 라모스와 페페, 사비 알론소는 바르사 선수들의 동선과 패스 길목을 매우 영리하게 차단했다. 그야말로 자물통 같은 수비였다.

역습 공격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리고 정교했다. 볼 소유 능력과 패싱력은 바르사가 한 수 위라면 위험 지역에서의 힘 겨루기에서 마드리드가 앞섰다. 전반 17분 케디라의 선제골은 힘과 집념의 우위가 가져다준 골이었다. 마드리드는 효율적인 축구로 바르사와의 슈팅수 대결에서 보조를 맞췄다.

마드리드가 무너질 수 있었던 시점은 후반 25분 알렉시스가 교체 투입과 함께 동점골을 넣었을 때다. 하지만 3분 만에 터진 호날두의 골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팀의 에이스로 꼽히지만 빅매치에서 고전할 때마다 ‘부진의 원흉’으로 꼽혀온 외칠과 호날두가 결승골을 합작했다는 점이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의 강점인 창조성과 패싱력, 돌파력과 마무리 능력을 발휘하며 그동안 따라다닌 ‘바르사 컴플레스’를 완벽하게 떨쳐냈다.

마드리드는 이날 라리가 역사상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109득점)을 세우며 공격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코파 델레이 결승전 결승골에 이어 또 한번 엘클라시코 더비전 결승골로 마드리드에 우승컵을 선사할 수 있게 됐다. 리오넬 메시와의 ‘최고 선수 논쟁’을 재점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호날두는 라리가 42호골로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자체 경신했다.

이 승리로 무리뉴 감독 역시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혀온 ‘바르사 컴플렉스’를 종결시켰다. 2010년 인터 밀란에서 그랬듯 펩 과르디올라와 바르사의 독주시대를 끝낼 수 있는 ‘스페셜 원’이 자신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날 승리로 마드리드는 사실상 올시즌 스페인 챔피언 등극을 확정했다. 라리가 폐막까지 4경기가 남은 가운데 승점 차이가 7점으로 벌어졌다. 마드리드가 남은 경기에서 2승만 거둬도 바르사의 우승 가능성은 사라진다.



▲ 마드리드, ‘무리뉴 효과’ 절대 신임

마드리드는 스페인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무리뉴 감독에 절대신임을 보내고 있다. 이미 엘클라시코에서의 승리를 거두기 앞서 무리뉴를 보좌하고 있는 아이토르 카랑카, 후이 파리아, 실비누 루로, 주제 모라이스 등 코치진과 2014년까지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도 개선됐다. 무리뉴 체제를 2014년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마드리드의 야심은 스페인 챔피언 등극에 그치지 않는다. 무리뉴 감독과 함께 16강 징크스를 끝내고 두 시즌 연속 준결승에 오른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세우길 고대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바르사의 탈락 속에 우승을 차지한다면 무리뉴 감독은 스페인 무대에서도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모두 섭렵하게 된다. 바르사가 누린 모든 영광을 마드리드 역시 2년 사이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마드리드는 논란 속에 ‘수비적이며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무리뉴 감독을 데려왔다. 지배하고 공격하는 축구를 선호하는 팬들의 기호를 100%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바르사를 상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무리뉴의 방식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리고 무리뉴 효과로 결국 결실을 눈 앞에 뒀다. 마드리드는 바르사와의 역대 전적에서 다시 앞섰다. (스페인축구협회에서 누락한 1902년 코파델레이 초대 경기 성적을 포함하면 219전 87승 46무 86패로 레알 마드리드가 우세하다.)

마드리드의 바르사 격파는 2011/2012시즌 막판 유럽 축구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승리였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는 이르다. 공식적으로 아무 것도 결정난 것은 없다. 마드리드가 실제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에 와서야 ‘바르사 컴플렉스’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바르사에 0-5로 패하던 날 “눈물은 승리했을 때 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드리드와 무리뉴가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