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강릉] 김성민 기자=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남을 팀은 남는다.
이 오묘하고도 무시할 수 없는 진리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도 여전했다. 전자의 경우는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에도 불구, 끝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 낸 FC 서울을 예로 들 수 있고, 후자는 강등과 잔류의 문턱에 서있는 강원 FC가 대표적이다.
물론 서울과 달리 강원은, 이 진리의 범주에 완벽히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강원의 현재 위치는 12위(승점 33). 강원은 최종라운드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13위 대구(승점31)보다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강원이 패하고 대구가 이길 경우 운명은 단번에 바뀔 수 있겠지만.
따라서 현재로는 강원의 ‘굳히기다’, 대구의 ‘뒤집기다’ 그리고 더 나아가 ‘최종 승자는 상주 상무다’라는 식의 섣부른 접근은 할 수 없다.
때문에 당사자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28일 강원오렌지하우스에서 만난 김용갑 감독은 유난히 편해 보였다. 지난 시즌에 뿌리를 둔, 동시에 변모한 강원만의 '생존왕 DNA'가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었다.
뚜껑 열 때 까지는 모른다. 미궁의 ‘베스트 11’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랬는데, 경기 시작 전까지 상대팀의 베스트 11을 전혀 파악할 수 없다면 이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까.
강원의 마지막 상대인 제주가 겪을 가장 큰 고충이 여기에 있을 듯 하다. 제주와의 최종라운드에서 전력 외 자원이 됐던 지쿠가 나올지는, 대구전의 히어로 최승인이 나올지는 정말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꽁꽁 숨겨진, 그래서 더 무서울 수밖에 없는 미궁의 ‘베스트 11’은 강원을 잔류로 이끌 첫 번째 DNA다.
강원은 원정 경기를 떠날 때 통상적 18명이 아닌 22명의 선수들을 동행시킨다. 이는 강원만이 갖고 있는 DNA를 짐작할 수 잇는 단적인 예다. 이 DNA에는 2가지 효능이 있다. 모든 선수들에게 자신도 뛸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심어 주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까지 상대팀에게 강원의 베스트 11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는 베스트 11이 없어요. 경기 당일이 돼서야 그 윤곽이 떠오르죠. 감독으로서 가장 큰 고민이지만, 고마운 일이기도 하죠. 그게 상대팀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될 테니까요. 항상 경기 데이터를 분석할 때마다 다른 조합과 구상이 나와요. 선수들간 실력의 편차가 크지 않아 상황마다 베스트 11은 언제나 바뀌니까요”
“제주와의 최종라운드에서 지쿠가 나올지, (최)승인이가 나올지는 저 또한 모릅니다. 제가 생각했던 전술과 맞물려, 몸 상태와 기량이 가장 좋은 선수가 그 주인공이 되는 거죠. 물론 큰 틀이 확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퍼즐들은 항상 바뀝니다. 그것이 상대팀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종라운드에는 대구전에 못나온 최진호도 돌아오는데, 제주가 더 헷갈려 하지 않을까요?”
끝을 모르는 신인들, 중심을 잡아주는 고참들
패기는 무섭다. 그래서 강원은 걱정이 없다. 김봉진, 이우혁, 여기에 대구전의 히어로가 된 최승인까지. 이들은 현재 강원이 자랑하는 DNA다. 그들은 한번 불이 붙으면 주체할 수 없는 잠재력에 그 끝을 모르고 뛰어다닌다. 자칫 밸런스가 무너질 만도 하지만 강원은 걱정이 없다. 든든히 받쳐주는 배효성, 전재호와 같은 든든한 고참 선수들이 있기에 그렇다.
“(이)우혁이를 비롯한 (김)봉진, (최)승인까지 그 선수들의 잠재력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끝을 모르니까 더 성장시키고 싶을 뿐이죠. 그것이 감독의 의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겠죠. 결국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은 선수들이니까요. 그래서 (배)효성이와 (전)재호 같은 고참급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죠. 쉽게 흥분하는 어린 선수들을 경기 중에 조율하는 것도 그렇고, 선수들간의 고충도 같이 풀어줄 수 있으니까요. 어린 선수들이 나이답지 않게 대차게 공을 찰 수가 있는 것은, 강원 고참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있습니다. “
내일은 없는 강원, 오늘만 산다
강원은 남은 최종전을 이기면 12위가 확정된다. 사실 비기거나 져도 올라갈 수는 있다. 대구가 경남FC에 비기거나 진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하지만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 주어진 산을 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며 승리의 원동력이 된다. 지금 강원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두둑한 배짱이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한 주인공이 말한 ‘난 한놈만 패’와 같은 무데뽀 정신 말이다.
“한 시즌 내내 그래왔죠. 저희는 늘 강등권에 있었기에 주변 정황을 살필 겨를이 없었죠. 우리 것만 잘하기도 바쁘니까요. 그저 주어진, 혹은 할 수 있는 일들에만 매진하는 것이 효율적인 거죠. 우리는 항상 맞붙을 상대와 과거의 오늘에만 충실해왔습니다. 이 후에 일은 나중 일이죠, 대구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꽤나 절실하겠죠. 운명은 하늘에 달린 겁니다. 그저 우리는 오늘에만 충실하면 되는 거예요.”
강원의 잔류를 굳건히 믿고, 또 믿었던 김용갑 감독의 말이다.
사진= 김재호 기자
이 오묘하고도 무시할 수 없는 진리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도 여전했다. 전자의 경우는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에도 불구, 끝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 낸 FC 서울을 예로 들 수 있고, 후자는 강등과 잔류의 문턱에 서있는 강원 FC가 대표적이다.
물론 서울과 달리 강원은, 이 진리의 범주에 완벽히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강원의 현재 위치는 12위(승점 33). 강원은 최종라운드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13위 대구(승점31)보다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강원이 패하고 대구가 이길 경우 운명은 단번에 바뀔 수 있겠지만.
따라서 현재로는 강원의 ‘굳히기다’, 대구의 ‘뒤집기다’ 그리고 더 나아가 ‘최종 승자는 상주 상무다’라는 식의 섣부른 접근은 할 수 없다.
때문에 당사자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28일 강원오렌지하우스에서 만난 김용갑 감독은 유난히 편해 보였다. 지난 시즌에 뿌리를 둔, 동시에 변모한 강원만의 '생존왕 DNA'가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었다.
뚜껑 열 때 까지는 모른다. 미궁의 ‘베스트 11’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랬는데, 경기 시작 전까지 상대팀의 베스트 11을 전혀 파악할 수 없다면 이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까.
강원의 마지막 상대인 제주가 겪을 가장 큰 고충이 여기에 있을 듯 하다. 제주와의 최종라운드에서 전력 외 자원이 됐던 지쿠가 나올지는, 대구전의 히어로 최승인이 나올지는 정말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꽁꽁 숨겨진, 그래서 더 무서울 수밖에 없는 미궁의 ‘베스트 11’은 강원을 잔류로 이끌 첫 번째 DNA다.
강원은 원정 경기를 떠날 때 통상적 18명이 아닌 22명의 선수들을 동행시킨다. 이는 강원만이 갖고 있는 DNA를 짐작할 수 잇는 단적인 예다. 이 DNA에는 2가지 효능이 있다. 모든 선수들에게 자신도 뛸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심어 주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까지 상대팀에게 강원의 베스트 11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는 베스트 11이 없어요. 경기 당일이 돼서야 그 윤곽이 떠오르죠. 감독으로서 가장 큰 고민이지만, 고마운 일이기도 하죠. 그게 상대팀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될 테니까요. 항상 경기 데이터를 분석할 때마다 다른 조합과 구상이 나와요. 선수들간 실력의 편차가 크지 않아 상황마다 베스트 11은 언제나 바뀌니까요”
“제주와의 최종라운드에서 지쿠가 나올지, (최)승인이가 나올지는 저 또한 모릅니다. 제가 생각했던 전술과 맞물려, 몸 상태와 기량이 가장 좋은 선수가 그 주인공이 되는 거죠. 물론 큰 틀이 확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퍼즐들은 항상 바뀝니다. 그것이 상대팀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종라운드에는 대구전에 못나온 최진호도 돌아오는데, 제주가 더 헷갈려 하지 않을까요?”

끝을 모르는 신인들, 중심을 잡아주는 고참들
패기는 무섭다. 그래서 강원은 걱정이 없다. 김봉진, 이우혁, 여기에 대구전의 히어로가 된 최승인까지. 이들은 현재 강원이 자랑하는 DNA다. 그들은 한번 불이 붙으면 주체할 수 없는 잠재력에 그 끝을 모르고 뛰어다닌다. 자칫 밸런스가 무너질 만도 하지만 강원은 걱정이 없다. 든든히 받쳐주는 배효성, 전재호와 같은 든든한 고참 선수들이 있기에 그렇다.
“(이)우혁이를 비롯한 (김)봉진, (최)승인까지 그 선수들의 잠재력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끝을 모르니까 더 성장시키고 싶을 뿐이죠. 그것이 감독의 의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겠죠. 결국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은 선수들이니까요. 그래서 (배)효성이와 (전)재호 같은 고참급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죠. 쉽게 흥분하는 어린 선수들을 경기 중에 조율하는 것도 그렇고, 선수들간의 고충도 같이 풀어줄 수 있으니까요. 어린 선수들이 나이답지 않게 대차게 공을 찰 수가 있는 것은, 강원 고참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있습니다. “
내일은 없는 강원, 오늘만 산다
강원은 남은 최종전을 이기면 12위가 확정된다. 사실 비기거나 져도 올라갈 수는 있다. 대구가 경남FC에 비기거나 진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하지만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 주어진 산을 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며 승리의 원동력이 된다. 지금 강원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두둑한 배짱이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한 주인공이 말한 ‘난 한놈만 패’와 같은 무데뽀 정신 말이다.
“한 시즌 내내 그래왔죠. 저희는 늘 강등권에 있었기에 주변 정황을 살필 겨를이 없었죠. 우리 것만 잘하기도 바쁘니까요. 그저 주어진, 혹은 할 수 있는 일들에만 매진하는 것이 효율적인 거죠. 우리는 항상 맞붙을 상대와 과거의 오늘에만 충실해왔습니다. 이 후에 일은 나중 일이죠, 대구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꽤나 절실하겠죠. 운명은 하늘에 달린 겁니다. 그저 우리는 오늘에만 충실하면 되는 거예요.”
강원의 잔류를 굳건히 믿고, 또 믿었던 김용갑 감독의 말이다.
사진= 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