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낯설었던 구장에서 최악의 하루를 보냈던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37)이다. 그리고 돌고 돌아 치르게 되는 통산 100승 도전 경기. 류현진은 다시 한 번 낯선 신구장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류현진은 1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4번째 도전 만에 99승을 달성했던 류현진은 곧바로 통산 100승에 도전한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이 해 4월 12일, LG를 상대로 한 데뷔전에서 7⅓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으며 승리를 거두며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2012년까지 통산 190경기(1269이닝)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역사적인 투수의 길을 밟았다. 2012년을 끝으로 빅리그 LA 다저스로 류현진은 진출했던 류현진은 11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올해 한화와 8년 170억원의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고 금의환향했다.
‘괴물’의 칭송을 받았던 한국 무대였고 거칠 것이 없었던 류현진이었다. 빅리그에서도 통산 186경기(185선발) 1055⅓이닝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남겼다. 미국에서도 에이스의 칭호를 받기도 했고 사이영상 투표 3위 이내에 든 시즌도 두 차례나 기록했다. 한국인 빅리거 최초로 올스타전 선발 투수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그러나 12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 무대는 험난했다. 시즌 준비를 급하게 했다고 하지만 ‘클래스’는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첫 3차례의 등판에서 류현진은 혼쭐이 났다.
3월23일 LG와의 개막전에 복귀한 류현진은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으로 충격의 패전을 당했다. 다음 등판인 29일 대전 KT전에서는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를 펼쳤지만 승패 없이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이달 5일, 처음으로 고척스카이돔 등판에 나섰던 류현진은 키움의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허용하면서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무너졌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의 굴욕을 당했다.
특히 고척스카이돔은 류현진이 처음 경험해 본 구장과 마운드였다. 2016시즌부터 키움 히어로즈 구단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최초, 유일의 돔구장이다. 빅리그 시절 돔구장을 경험해 봤지만 결과가 썩 좋지 않았던 류현진이었다. 4년간 홈으로 쓴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센터가 개폐식 돔구장이었다. 그러나 천장을 닫고 치른 돔구장 경기에서 류현진은 통산 19경기 5승6패 평균자책점 5.81로 야외 구장(167경기 73승4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02)에 비해 성적이 나빴다. 이러한 기록의 결과가 고척돔 9실점 참사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다시 한 번 새로운 구장, 낯선 구장 마운드에 오른다. 돔구장이 아닌 야외 개방형 구장인 창원NC파크에서 첫 등판을 가진다. 물론 NC 다이노스라는 구단과도 첫 만남이다.
프로야구 9번째 구단 NC는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했던 첫 해인 2013년부터 1군에 진입했다. 2012년에는 2군에서 1년 간 적응기를 가졌고 2013년부터 1군에 편입됐다. 류현진과 엇갈렸다.
과거 롯데가 제2구장으로 활용했던 창원 마산구장에서도 1경기 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2010년 6월22일 마산 롯데전 선발 등판해 8⅓이닝 106구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2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하지만 노디시전으로 물러났고 한화도 2-3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류현진에게 창원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16일 올해 첫 창원 3연전을 위해 방문한 류현진은 NC파크 곳곳에 시선을 두면서 새구장을 눈에 익혔다. 하지만 창원 NC파크가 고척돔처럼 완전히 낯선 환경은 아닐 것이다.
2019년 개장한 창원 NC파크는 현재 가장 빅리그에 가까운 구장으로 꼽히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 미네소타의 타깃 필드 등 빅리그 구장 설계에 다수 참여했던 글로벌 스포츠 시설 건설업체 파퓰러스 사가 건설 당시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해 창원 NC파크의 설계를 담당했다.
이러한 이유로 창원 NC파크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마다 빅리그 구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또한 NC파크의 구장 색상도 과거 류현진이 활약했던 다저스, 토론토처럼 파란색 계열을의 색으로 칠해져 있다. 류현진에게 낯설지만 또 편안한 환경일 수도 있다. 과연 류현진은 낯선 도시, 새로운 구장, 처음 만나는 상대팀을 상대로 통산 100승이라는 기다렸던 대업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한편, 류현진의 99승 과정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한 팀은 LG로 22승(36경기)을 챙겼다. 아울러 롯데 17승(32경기), KIA 15승(24경기) 등 ‘엘롯기’를 상대로 가장 많은 54승을 거뒀다. 그 다음으로 삼성 14승(30경기) SK(현 SSG) 13승(30경기) 두산 9승(19경기) 키움 8승(15승)을 거뒀다. 그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를 상대로도 2승(7경기)을 챙겼다. KT를 상대로는 올해 1경기 밖에 던지지 않았고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리고 이날 NC를 상대로 첫 등판에 나선다.
데뷔전 승리를 시작으로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인 18승을 거두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에서 모두 1위로 2006년 당시 역대 두 번째 투수 3관왕을 달성했다. KBO 리그 최초 신인왕과 MVP도 동시에 석권했다. 고졸 데뷔 시즌 최다 승 기록은 2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직 깨지지 않았으며, 신인상-MVP 동시 수상 역시 유일무이한 대기록이다.
류현진이 기록한 99승 중 구원승은 단 1승이다. 이 구원승도 2009년 9월 23일, 당시 은퇴경기를 치렀던 한화의 레전드 송진우가 1타자 만을 상대하고 류현진에게 마운드를 넘겨, 8 1/3 이닝을 투구하고 구원승을 가져왔다. 아직까지 KBO 리그에는 100승 기록 당시 모두 선발승으로 기록한 선수는 없다. 100승 기록 당 시 선발 최다승은 2015시즌 장원삼, 2016시즌 김광현, 2017시즌 송승준이 기록한 99승이다. 류현진이 달성한다면 4번째가 된다.
다섯 경기 안에 1승을 추가한다면 194차례 등판한 류현진은 최소 경기 수로는 역대 3번째 빠른 100승을 기록하게 된다. 1위는 186경기만에 100승을 기록한 김시진(전 삼성), 2위는 192경기만에 달성한 선동열(전 해태), 현재 3위는 니퍼트(전 KT)의 200경기이다.
100승 달성 시 한화 소속으로는 5번째다. 1997시즌 송진우를 시작으로 1999시즌 정민철, 2000시즌 이상군, 한용덕 이후 류현진은 24년만에 한화 소속 100승 투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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