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허탈해 하며 고개를 숙였다.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역대급 오심의 피해자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허탈해 하면서도 그렇게 지나간 일을 잊고 나아가려고 한다.
NC는 올 시즌 도입된 ABS시스템의 어설픈 제도 아래에서 역대급 피해를 봤다. NC는 지난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억울한 상황과 마주했고 경기도 5-12로 패했다. 3회말 판정 과정에서 스트라이크로 판정 되어야 할 공을 심판진이 지나쳤고 볼이 됐다. NC 강인권 감독은 어필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정정도 없이, 이를 은폐하려는 정황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상적인 판정이 이뤄지고, 또 잘못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제대로 정정이 됐더라면 3회말이 무실점으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3회말 상황이 이어졌고 1-0으로 앞서던 경기는 1-3으로 뒤집혔다. 3회말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NC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NC는 이후 심판진의 은폐 정황이 중계방송을 통해 드러나자 강력하게 항의했고 16일에는 ‘해당 상황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KBO 측에 보냈다. KBO는 대구 사건이 발생한 뒤인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을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KBO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인권 감독은 16일, 창원 한화전을 앞두고 지나간 일을 다시 언급하는 것에 부담스러워 했다. 강 감독은 “인사위원회도 열리고 있고, 지금 과정 속에 있는 부분들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미연에 방지를 할 수 있는 상황들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라며 사건에 유감을 표시하며 “저희들이 시범경기에서 ABS 판정이 태블릿PC로 전송되는 시간에 대해서 항상 문제 제기를 했었다. KBO에서도 분명히 인식하고 계셨다. 시즌이 시작되면 분명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씀을 주셨지만 그런 부분이 일찍 개선되지 못한 게 안타깝다”라고 담담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충분히 예방 가능했고 벌어지지 않아도 될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후약방문’식 조치 모두 예상했던 변수였기에 이를 간과한 KBO의 대처에 재차 아쉬움을 설명했다. 그는 “음성 수신기를 도입한다고 했는데 그런 것을 조금 더 일찍 해주셨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라면서 “누구의 잘잘못이 있다기 보다는 그런 상황을 안 만들었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항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결과적으로 비교적 8분 간 경기가 지연이 되면서 마운드에 있던 선발 이재학도 긴장감이 풀릴 수밖에 없었고 실점했다. 강인권 감독은 “결국 선발이었던 (이)재학이도 당시 컨디션이 흔들렸고 제가 어필이 길어지면서 리듬을 깬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재학이한테도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어필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재학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자책한 것.
직접적인 피해자인 이재학도 아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재학은 3경기 선발 등판해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4.40(14⅓이닝 7자책점)의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만약 이날 3회를 실점 없이 틀어 막았다면 시즌 평균자책점도 4.40에서 3.63(17⅓이닝 7자책점)까지 끌어내리고 이후 호투의 발판을 마련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볼 판정 때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2사 1,2루 위기가 이어졌고 구자욱에게 적시 2루타, 맥키넌에게 적시타를 연달아 얻어 맞고 1-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4회에도 이성규에게 솔로포, 김재상에게 투런포를 연달아 얻어 맞으면서 결국 3⅓이닝 6실점으로 강판 당했다. 이재학의 시즌 평균자책점 6.62로 치솟았다.
16일 만난 취재진과 마주한 이재학은 “아쉽긴 하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그 당시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경기를 임하려고 했다”라고 담담하게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자책했다. “결과가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지만 일어나야지 알 수 있는 것이지 않나. 그 이닝을 막았다면 확률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겠지만 그 뒤의 결과는 또 알 수 없는 것이라서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잊으려고 한다. 다음 경기부터 단단하게 준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학도 지나간 상황에 억울하겠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KBO은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피해자인 NC는 허탈해 할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