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FA 모범생’이었던 투수 이태양(34)이 올 시즌에만 벌써 두 번이나 2군으로 내려갔다. 앞서 3년간 선발, 구원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던진 영향이 커 보인다.
이태양은 지난 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27일 1군 복귀 후 9일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간 것이다. 앞서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보름간 2군에 있었던 이태양은 다시 서산에서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이태양은 올 시즌 10경기 2패 평균자책점 11.57로 부진하다. 9⅓이닝 동안 홈런 4개 포함 17개의 안타를 맞았다. 볼넷은 2개밖에 주지 않았지만 삼진도 2개를 잡는 데 그쳤다. WHIP(2.04), 피안타율(.370)도 좋지 않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 4경기(5이닝) 1승 평균자책점 0.00으로 호투했지만 1군 복귀 후 3경기 2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특히 지난 4일 광주 KIA전에선 문동주의 2군행에 따른 대체 선발로 나섰지만 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으로 1이닝도 버티지 못하며 조기 강판됐다.
이태양은 지난해 한화로 돌아온 뒤 ‘FA 모범생’으로 활약했다. 50경기(12선발)에서 100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3.23 탈삼진 72개를 기록했다. 팀이 필요로 하면 어느 자리든 마다하지 않고 롱릴리프, 추격조, 필승조, 대체 선발을 넘나들었다. 시즌 마지막 두 달은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한화에 오기 전 2년간 SSG에서도 이 같은 롤을 맡았다. 2021년 40경기(14선발) 103⅔이닝을 던진 데 이어 2022년 30경기(17선발) 112이닝을 던지며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해 한화에서까지 3년 연속 선발, 구원을 오가면서 100이닝 넘게 소화한 전천후 마당쇠였다.
3년간 총 120경기(43선발) 316이닝. 이 기간 KBO리그에서 120경기 이상 던진 투수 48명 중 3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이태양이 유일했다. 경기수가 많은 투수들일수록 이닝은 적기 마련이데 전천후로 나선 이태양은 자주, 많이 던진 투수였다.
선발과 구원, 어느 쪽에 들어가도 기본은 해줄 수 있는 투수라 팀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보직을 옮기며 고생했다. 지난해 이태양은 “나 같은 선수가 있으면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편하실 것 같다”며 “3년 연속 100이닝을 던졌는데 선발로만 던진 게 아니라 선발과 구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 것이라 더 뿌듯하다. 부상 없이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단순 경기수나 이닝, 투구수만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와 피로도였다. 코칭스태프가 아무리 관리를 한다고 해도 고정된 보직 없이 팀 상황에 맞춰 길게 던졌다 불펜 대기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구원에서 선발로 개수를 늘리면서 빌드업하는 과정이 어렵다. 지난해 이태양은 구원으로 시작해 선발로 이동하면서 이 같은 과정을 밟았다.
3년 연속 그렇게 해왔으니 알게 모르게 몸에 무리가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시범경기 때 이석증을 앓고 열흘간 쉬면서 컨디션 조절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 이후 구위를 찾지 못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PTS 기준 지난해 139.1km에서 올해 138.2km로 떨어졌고, 구속이 떨어진 만큼 주무기 포크볼도 통하지 않았다.
다시 2군에 내려간 이태양에겐 확실한 회복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화 마운드 사정상 이태양의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최대한 빠르게 돌아오면 좋겠지만 구위를 끌어올리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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