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다르빗슈 유(38)가 미국과 일본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다르빗슈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브레이브스와 원정 경기에서 7회까지 무실점(2피안타 1볼넷 9탈삼진)으로 막고, MLB 107승(86패)째를 올렸다. 일본 시절의 93승(38패)을 합해 200승의 이정표에 도달했다. 노모 히데오(201승), 구로다 히로키(203승)에 이어 세 번째다.
경기 후 인터뷰 때다.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포수는 누구냐’는 물음이다. 그동안 거친 팀이 워낙 쟁쟁하다. 텍사스 레인저스,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 등 우승권 전력의 팀들이었다. 자연히 좋은 포수들도 많이 만났다.
그런데 대답은 의외였다. 아주 즉각적이고, 분명하며, 확고했다. “그거야 물론 쓰루오카 (신야) 씨입니다. 예, 절대적으로 그렇지요. 그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니혼햄 화이터즈 시절의 짝이다.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프로에 가서 저 잘난 맛에 겁 없이 나댈 때였어요. 쓰루오카 씨가 참고, 다 받아줬죠. 벤치 사인이고 뭐고, 내가 던지고 싶은 걸 모두 던지게 해줬어요. 그 덕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 얘기를 들은 쓰루오카(43)는 흐뭇하다. 일본의 몇몇 매체와 인터뷰했다. 오래된 에피소드를 방출한다.
"고맙기는 뭘…. 그 친구 덕분에 내가 프로 생활을 19년이나 할 수 있었지요. 아니었으면 5년도 못 버티고 쫓겨났을 거예요(웃음). 내 쪽에서 오히려 감사해야죠.” 그는 니혼햄에서 15년, 소프트뱅크에서 4년을 뛰고 은퇴했다. 현재는 방송 해설자로 활약 중이다.
기억은 이어진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단했어요(드래프트 전체 1번). 18살도 안 됐지만, 이미 고시에 대회에서 활약으로 유명한 스타였죠. 프로 첫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돌 정도로 공도 좋았어요.”
다시 쓰루오카의 설명이다. “그때 우리 팀에는 좋은 포수가 2명이나 있었어요. 어깨가 좋은 나가시마 사토시, 타격이 출중한 다카하시 신지가 활약할 때였죠. 반면 나는 어느 쪽도 아니었어요. 감히 명함도 못 내밀었죠.”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다르빗슈의 공이 워낙 빠르고, 구질이 다양했다는 점이다.
“그 친구 공은 반사신경의 한계를 경험하게 해주죠. 너무 심하게 변하기 때문에 받아내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게다가 삿포로돔의 백스톱이 워낙 멀었죠. 자칫 빠트리면(폭투, 포일)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내는 일도 많았어요. 그 덕에 제가 전담 포수 비슷하게 게임을 뛰게 됐죠.” (쓰루오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워낙 자기주장이 강한 투수다. 선배 포수의 조언은 물론이다. 심지어 벤치의 사인을 외면할 때도 있다.
“코치가 직접 신호를 줄 때가 있어요. 중요한 고비가 되면 볼 배합을 지시하는 거죠. 그런데 그 친구는 고개를 저을 때가 많아요. 자기가 꼭 던지고 싶은 공이 있다며 고집을 피우죠. 견제 사인 때도 마찬가지예요. 주자를 묶어 둘 필요가 있는데, 무시하죠. 지금 타자와 리듬이 좋은데 깨고 싶지 않다는 말이예요.” (쓰루오카)
1, 2년 차 투수가 이러니 중간에서 애를 먹는 건 포수다.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달려가 타일러 본다. 하지만 소용없다. 아무도 꺾을 수 없는 고집이다.
“그런 날이면 끝나고, 집에 도착하기 전에 꼭 문자가 와요. 그 친구가 사과하는 내용이죠. ‘선배 죄송해요.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그만 승부욕이 앞서서…’ 하면서 말이죠.”
쓰루오카가 무엇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 “새로운 구종에 대한 탐구와 욕심, 그건 아무도 그 친구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매번 다른 구질을 실험하고, 연구해요. 그래서 더 받기가 힘들어요(웃음).”
“같은 커브라도 3가지 정도를 써요. 아주 느린 것, 조금 느린 것, 약간 빠른 것…. 여기에 각도도 달라져요. 손목이나, 팔 스윙을 바꾸면서 회전 방향을 바꾸는 식이죠. 직구나 슬라이더, 포크볼도 마찬가지예요.”
다르빗슈가 200승을 올린 어제(20일) 경기만 봐도 그렇다. MLB.com이 분석한 구종은 8가지나 된다. 슬라이더(32개), 포심(20개), 싱커(13개), 너클 커브(12개), 스위퍼(8개), 커브(6개), 스플리터(5개), 커터(3개) 등이다. 실제 그가 던지는 구질은 12가지 이상일 것이라는 짐작이다.
다르빗슈는 2009년 직접 책을 내기도 했다. ‘변화구 바이블’이라는 제목이다. 80여 쪽 분량의 초판에는 10개 구종에 대한 설명이 실렸다. 쥐는 법, 투구법 등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풀어냈다. 4년 뒤에는 개정판을 냈다. 여기에는 원심 패스트볼과 슬로우 커브를 추가했다.
쓰루오카는 작년 WBC 때 일본 대표팀에도 합류했다. 불펜 포수를 맡아, 다시 합을 맞췄다. “그때도 그 친구는 여전하더군요. 후배들에게 일일이 가르쳐 주고, 자기가 궁금한 걸 물어보고. 오타니에게 달려가 스위퍼 던지는 법을 배우더라구요.”
그러면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며칠 전 다저스와 경기(13일, 7이닝 무실점 승리) 때도 깜짝 놀랐어요. 뭔가 못 보던 공을 또 던지더라구요. 그런 게 그 친구의 위대함이죠. 끝없이 탐구하고, 연구하는 열정이 38살이 되도록 싱싱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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