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현재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1군 엔트리에 빠져있다. 우완 펠릭스 페냐(34), 좌완 리카르도 산체스(27)가 지난주 연이틀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하며 비상이 걸린 가운데 손혁 단장이 대만을 다녀오면서 교체 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페냐는 지난 15일 대전 NC전에서 2회 손아섭의 강습 타구에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내밀다 손목을 맞고 교체됐다. 단순 타박으로 드러나 큰 부상은 피했지만 최소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건너뛰게 됨에 따라 다음날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설상가상 16일 NC전에선 산체스가 팔꿈치에 불편감을 느껴 3회에 자진 강판했다. 17일 엔트리 말소된 산체스는 검진 결과 팔꿈치 주변 근육이 부어오른 상태라 부기가 빠진 뒤 향후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둘 다 큰 부상 피했지만 상황은 조금 다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 21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두 선수에 대해 “페냐는 오늘 라이브 피칭 테스트를 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 제 날짜에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며 “산체스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캐치볼을 안 했다. 캐치볼을 하고 난 뒤 몸 상태와 피칭을 봐야 한다. 산체스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손혁 한화 단장이 지난 주말 3연전 기간 대만을 직접 다녀왔다. 외국인 스카우트들이 미국에 나가있는 가운데 대만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들을 손 단장이 현장에서 두 눈으로 확인했다. 영입 대상 선수가 정해진 건 아니고, 여러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한화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물밑에서 대만 시장을 체크하고 있다. 영입 대상 선수는 한정돼 있는데 3~4개 구단들이 외국인 투수 교체 작업에 들어가면서 경쟁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7일 중신 브라더스 소속 좌완 에릭 스타웃이 타이중에서 라쿠텐 몽키스 상대로 던질 날 관중석에서 손 단장의 모습이 CPBL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이날 스타웃은 5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했다. 지난해 7월부터 대만에서 뛰고 있는 스타웃은 오프시즌 때 KBO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스위퍼가 주무기로 올 시즌 8경기(7선발·41⅔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2.16 탈삼진 44개로 호투 중이다. 평균자책점 3위, 탈삼진 5위. 다만 7월 이후 옵트 아웃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당장 영입은 어렵다.
미국도 구속 혁명과 지난해부터 도입된 피치 클락 영향인지 투수들의 부상이 급증해 선수가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KIA에서 시즌 도중 방출된 숀 앤더슨도 지난주 텍사스 레인저스의 콜업을 받아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올해 SSG에서 평균자책점 12.71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방출된 로버트 더거도 얼마 안 지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마이너 계약으로 재취업할 만큼 미국도 투수가 모자라다.
어느 정도 순위 싸움이 갈리고 본격적인 선수 이동이 시작되는 7월 이후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한화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당장 교체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페냐와 산체스에게도 생존을 위한 증명의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다.
페냐는 성적이 문제다. 올해 한국에서 3번째 시즌이지만 9경기(37⅓이닝) 3승5패 평균자책점 6.27 탈삼진 29개로 기대 이하 성적을 내고 있다. 직구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져 주무기 체인지업이 먹히지 않는다. 큰 문제가 없다면 26일 문학 SSG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페냐는 확실한 반등을 이뤄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성적만 보면 페냐가 교체 대상이지만 산체스의 부상 변수가 발생했다. 산체스는 올해 9경기(45⅔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3.35 탈삼진 52개로 실질적인 1선발로 활약했다. 큰 부상이 아니긴 하지만 팔꿈치는 민감한 부위이고, 공백이 길어지면 남은 시즌 어떻게든 반등해야 할 한화로선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다. 페냐가 살아난다면 산체스의 몸 상태에 따라 교체 대상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현재 외국인 투수 시장을 비춰볼 때 둘 다 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한화로선 여러모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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