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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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켈리. |
KBO 리그 최장수 외국인 에이스로 군림했던 케이시 켈리(35·LG 트윈스)가 심상치 않다. 올 시즌 팀 내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디트릭 엔스(33)와 나란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구단의 결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켈리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피안타(2피홈런) 4볼넷 1몸에 맞는 볼 3탈삼진 8실점(8자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8실점은 켈리의 한국 무대 한 경기 개인 최다 실점 타이기록이다. 이날 패배로 켈리는 지난 4월 18일 롯데전 이후 선발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켈리와 이렇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마는 것일까. 켈리가 여전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시즌 중후반부터 힘을 내는 슬로 스타터 기질이 있다고 하지만, 올 시즌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여기에 LG는 외국인 투수의 후반기 활약을 기다릴 정도로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당장 팀 동료 외국인 투수인 디트릭 엔스마저 4승 2패 평균자책점 5.37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켈리는 이날 김태연(지명타자)-페라자(좌익수)-노시환(3루수)-안치홍(1루수)-채은성(우익수)-문현빈(2루수)-장진혁(중견수)-이도윤(유격수)-최재훈(포수)로 이어지는 한화의 베스트 선발 타순을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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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 |
켈리는 1회말 선두타자 김태연을 4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산뜻한 출발을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음 타자 페라자를 상대로 6구째 볼넷을 허용한 뒤 노시환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안치홍을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뿌린 3구째 140km(이하 네이버 문자중계 기준) 투심이 밋밋하게 가운데로 몰렸고, 그대로 통타당하면서 좌월 투런포로 연결됐다. 후속 채은성은 2루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2회말은 무사히 넘겼다. 선두타자 문현빈을 2루 땅볼, 장진혁을 중견수 뜬공으로 각각 아웃시킨 뒤 이도윤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했으나, 폭투 이후 최재훈을 1루수 뜬공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켈리는 3회부터 다시 난조를 보이기 시작하며 매 이닝 점수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김태연을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뿌린 바깥쪽 속구가 140km로 힘이 없었고, 김태연이 그대로 밀어 치며 우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계속해서 켈리는 흔들렸다. 구속도 좀처럼 140km를 넘기지 못했다. 페라자를 3구 삼진 처리했으나 노시환에게 볼넷, 안치홍에게 우중간 안타를 각각 허용하며 1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채은성을 1루 땅볼로 유도했으나, 이 사이 3루 주자 노시환이 득점했고, 후속 문현빈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주면서 실점이 또 늘어났다. 장진혁은 1루 땅볼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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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켈리. /사진=뉴스1 |
4회말 켈리는 선두타자 이도윤에게 볼넷을 던지며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최재훈에게 좌전 안타까지 내준 켈리는 김태연에게 0-2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내리 볼 4개를 던지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페라자의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다음 타자 노시환은 유격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1사 후 채은성에게 5구째 몸에 맞는 볼, 2사 후 장진혁에게 우전 안타를 각각 허용했다. 이어 장진혁의 2루 도루로 2사 2, 3루가 됐고, 이도윤이 켈리를 상대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8-0까지 달아났다. 최재훈은 좌익수 플라이 아웃. 켈리는 6회부터 마운드를 성동현에게 넘기며 이날 자신의 투구를 마쳤다. 켈리의 8실점과 함께 사실상 LG는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화요일부터 켈리를 과감하게 내리고 불펜 데이를 펼칠 경우, 자칫 이번 주 경기 전체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LG는 이후 4점을 뽑았지만, 뒤집지는 못한 채 4-8로 패하고 말았다.
켈리는 올해로 KBO 리그 6년 차를 맞이한 최장수 외인이다. 지난 시즌까지 켈리는 KBO 리그 5시즌 통산 144경기에 등판해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총 875⅔이닝을 던지면서 811피안타(55피홈런) 215볼넷 46몸에 맞는 볼, 684탈삼진, 338실점(300자책)의 세부 성적을 보이면서 LG 트윈스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LG의 1선발은 늘 켈리였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1선발 중책을 맡아 선발 등판했다. 늘 마운드에서 좋은 실력과 매너 있는 태도를 보여줬고, 그런 켈리를 향해 LG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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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켈리. |
하지만 아무래도 세월의 무게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일까. 켈리는 지난 시즌 자신의 KBO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거뒀다.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을 마크했다. 2019년 14승(12패), 2020년 15승(7패), 2021년 13승(8패), 2022년 16승(4패)의 성적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승수를 올린 한 해였다. 평균자책점 역시 5시즌 중 가장 높았다.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시즌 초반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2023시즌 5월 평균자책점 2.73으로 안정을 찾는 것으로 보였던 켈리는 6월 4.73, 7월 5.11까지 평균자책점이 치솟으면서 교체설과 트레이드설에 시달렸다. 하지만 LG는 켈리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고 9월부터 다시 기대했던 기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8월 평균자책점 3.21,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1.72로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켈리는 지난해 전반기 18경기에서 6승 5패 평균자책점 4.44로 부진했다가 후반기 12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반등했다.
그래도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은 켈리를 향해 신뢰를 보냈다. 무엇보다 켈리의 자세를 높이 샀다. 지난해 LG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2승만을 남겨놓았던 상황. 당시 염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만약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패해 1승 2패로 몰렸다면, (1차전 선발이었던) 켈리를 4차전 선발로 내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1선발 에이스 켈리가 사흘 휴식만 취한 채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 이미 2021시즌에는 아내가 미국에서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음에도 출산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2022시즌 계약 당시에는 "서울이 고향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게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다른 선수들한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거라 본 것이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이례적으로 켈리의 2024시즌 재계약 이야기를 꺼낸 뒤 "부담스럽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하겠다고 하니, 그런 마음이 참 좋다. 프런트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지만, 나는 고민하지 않고 내년에도 함께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팀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게 다른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왔을 때 큰 힘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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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왼쪽에서 세 번째) LG 감독과 켈리(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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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켈리. |
결국 켈리는 2024시즌에 앞서 LG와 재계약했다.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의 조건에 합의했다. 계약 당시 LG 구단도 "KBO 통산 68승을 달성한 켈리는 이미 검증된 선수"라면서 "꾸준한 모습으로 우리 팬들의 기대와 사랑에 보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켈리는 올 시즌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은 5.72. 총 56⅔이닝 동안 74피안타(9피홈런) 15볼넷 42탈삼진 41실점(36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57, 피안타율은 0.319에 달한다.
염 감독은 이번 달 초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외국인 투수들이 연승을 다 끊어버린다"면서 뼈있는 농담을 한 뒤 엔스에 대해 "일단 우리 구단에서 대비는 하고 있을 것이다.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 교체를) 결정하기에 (5월 초는) 애매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5월 말 정도에는 대부분의 구단이 결정을 할 것이다. 두 달 정도를 지켜보고 최종적으로 '되겠다' 또는 '안 되겠다', '끝까지 가면 어떤 점이 좋아질 것'이라는 것에 관해 답이 나오는 시점이다. 초반부터 아예 아주 부진하지 않고서는 지금부터 준비한다. 그러다 5월 말부터 6월까지 외국인 교체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사실상 최후통첩 마지노선이 목 밑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가 왔다. 이미 올 시즌 1호 방출 외국인 투수로 SSG 랜더스의 로버트 더거가 있었다. 과연 LG 외국인 투수 2명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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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켈리.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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