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달라지고 있다는 것, 느끼실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움직였다. 전준우를 잔류시켰고(4년 47억원) 안치홍은 한화로 떠났다(4+2년 72억원). 외부 영입 없이 스프링캠프를 맞이하는 듯 했지만 마지막까지 시장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FA 내야수 김민성을 LG와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김민성이 2+1년 총액 9억원에 계약했고 또 다른 내야수 김민수가 김민성의 반대급부로 팀을 떠났다.
안치홍이 떠난 내야진에 경험 많은 무게감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롯데는 시장 초기부터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던 김민성을 기다렸고 영입에 다다랐다. 안치홍의 공백을 채우는 것은 물론 ‘리더’ 김민성의 가치에 주목했던 박준혁 단장이었다.
박 단장은 김민성을 영입할 당시, “김민성이라는 선수의 가치는 리더십에 있다고 본다. 선수 중심의 야구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인데, 팀에서 주장인 전준우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면서 "주장 밑에서 야수들의 리더를 할 사람이 필요했다. 리그에서 김민성이라는 선수의 평가는 리더십이 뛰어나고 솔선수범하면서 후배들에게도 잘 알려주고 소통하는, 리더로서 충분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중론이다. 또 다른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로서 전준우와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2007년 롯데에 2차 2라운드 13순위로 입단한 뒤 2010년 히어로즈(현 키움)로 트레이드 됐다. 14년 만에 친정팀 컴백이었다. ‘롯데맨’의 느낌은 많이 희석됐고 포스트시즌에 자주 오르는 ‘위닝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지난해는 LG에서 우승까지 경험했다.
냉정히 롯데는 ‘루징팀’이었다. 2010년 중반 김민성이 트레이드로 떠난 뒤 2010~2012년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지만 이후에는 2017년을 제외하고는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근처조차 가지 못한 시즌이 대다수였다. 베테랑이 되어서 돌아온 김민성이 경험한 성공한 팀들의 문화를 롯데에 이식해주기를 바랐다. 박준혁 단장이 주목한 포인트이기도 했다.
김민성의 영향력은 스프링캠프부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김민성은 후배들에게 조언도 하고 역으로 질문도 하면서 후배들이 더 나은 야구를 펼칠 수 있게끔 자신들의 경험을 전수해줬다. 시즌 중 LG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트레이드로 합류한 손호영 역시 가장 많이 따르던 선수로 김민성을 꼽기도 했다.
다만 김민성 개인은 시즌 초반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내야진 전체가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고 김민성도 다르지 않았다. 공격력 강화를 위한 라인업을 짜면서 김민성이 배제되는 상황이 많았다. 무릎 부상으로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김민성은 페이스를 찾았고 현재는 좌투수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 롯데 타선을 압도하던 좌완 에이스 브랜든을 상대로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 투런포를 터뜨렸고 22일 사직 KIA전에서는 토종 좌완 윤영철을 상대로 좌익수 키를 넘기는 선제 2타점 2루타를 뽑아내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주장 전준우와 정훈 등 리더그룹의 베테랑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전준우는 종아리 미세손상, 정훈은 엉덩이 근육 부상으로 재활을 하고 있다. 김민성이 현재 야수진에서 최고참이 됐다. 시즌 초반 부진의 책임에서 스스로도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분위기를 바꿔나라려고 한다.
LG에서 홈런을 치고 했던 홈런 세리머니도 어느순간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괌 스프링캠프 자체 청백전 당시 김민성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백팀이었던 윤동희 고승민 김민석 등 젊은 선수들이 어깨동무 세리머니를 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롯데는 어느순간 홈런을 치면 덕아웃에 선수들이 모이고 어깨동무 세리머니를 이어가고 있다.
윤동희는 “캠프 때 시작해서 어느순간 하게 되더라. 뭔가 더 똘똘 뭉치는 것 같다. 다 같이 함께 축하해주고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김민성은 “제가 2군에 갔다 왔는데 어느 순간 하고 있더라”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서 지고 있는데 세리머니를 하냐 안하냐를 물어보더라. 그래서 저는 져도 똑같이 해야 한다”라면서 “이렇게 하면서 롯데 자이언츠만의 문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준우와 정훈이 없는, 주축 베테랑들이 빠진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더 책임감 있게 간절하게 플레이 하기를 주문하고 있다. 김민성은 선수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앞으로의 반등을 자신한다. 그는 “이제 이길 때가 됐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지금 처져 있다고 하더라도 5위권과 많이 차이 안나기 때문에 지금 한 경기 한 경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준우 형, (정)훈이 형, 호영이 등이 빠져 있다. 아픈 선수들이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게 분명한 기회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계속 주문하고 있다”라면서 “지금 선수들이 1회부터 9회까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시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실 것이다. 앞으로 고참으로서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같이 이끌어 갈 생각이다”라며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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