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잠실 라이벌 팀에서 3년 전 양석환에 이어 또 한 명의 복덩이가 왔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백업 포수 김기연(27)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7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1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 활약으로 팀의 4연승 및 2위 도약을 이끌었다.
김기연은 0-0으로 맞선 2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SSG 선발 송영진의 초구 볼을 침착하게 지켜본 뒤 2구째 143km 직구를 받아쳐 우측으로 향하는 2타점 선제 2루타를 때려냈다. 2회 9득점 빅이닝의 서막을 연 순간이었다. 아울러 이는 이날 경기의 결승타이기도 했다.
9-0으로 크게 앞선 3회말에는 선두로 등장해 이기순 상대 볼넷을 골라내며 일찌감치 멀티출루까지 달성했다.
김기연은 우측 허벅지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5회말 타석 때 대타 윤준호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결승 2루타에 힘입어 시즌 타율을 종전 3할1리에서 3할1푼1리까지 끌어올렸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LG 포수 김기연을 지명하며 안방 뎁스를 보강했다. 드래프트 시점 기준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 윤준호 등 수많은 백업 포수 자원을 보유한 두산이었지만 LG에 1라운드 양도금 4억 원을 지불하고 포수를 또 영입하며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수년간 지속된 고질적 백업 포수 고민에도 김기연 지명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4라운드 34순위 지명을 받은 뒤 수년째 2군 생활을 전전했다. 입단 후 LG에서 무려 8년을 보냈지만 통산 1군 기록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였고,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지난해에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39세 베테랑 포수 허도환에게도 밀렸던 선수였다.
두산은 김기연 지명 이유에 대해 “군 복무를 마친 젊은 포수로, 미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명했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갖췄다. 좋은 재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다”라며 “국내 최고의 포수이자 광주진흥고 직속 선배인 양의지가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은 2024시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양의지의 뒤를 받칠 제2의 포수로 장승현을 낙점했다. 그러나 장승현이 9경기 타율 2할을 남기고 4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갔고, 김기연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기연은 일발 장타력과 안정적인 투수 리드를 앞세워 불과 2개월 만에 두산의 백업 포수 고민을 종결시켰다. 최근 양의지가 무릎 타박상 여파로 휴식 중이지만 김기연이 있어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김기연의 시즌 성적은 27경기 타율 3할1푼1리(74타수 23안타) 2홈런 8타점. 장타율이 .446에 달하며, 득점권타율 또한 2할9푼4리로 준수하다. 여기에 경기를 거듭하면서 수비 또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얼마 전 5이닝 무실점으로 대체 선발 신화를 쓴 김민규는 “김기연 형과 경기 전 타자 승부와 관련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형이 없었으면 무실점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령탑도 김기연의 활약과 성장에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아직 블로킹 미스도 있고 미흡하지만 (양)의지를 받쳐주는 백업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그만한 포수도 사실 없다. 생각보다 똘똘하고 영리하다”라며 “그 동안 의지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기연이가 그 부분을 잘 메워주고 있다. 양의지 공백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