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반대 투구에 포수의 미트가 땅에 꽂혔지만 결과는 삼진이었다. 김재환(36·두산 베어스)은 결국 방망이를 내던졌다. 그만큼 아쉬움이 짙었던 장면이었다.
최악의 한 시즌을 보냈다. 자유계약선수(FA)로 2021시즌을 마치고 4년 115억원에 잔류했지만 지난해 132경기에 나서 단 10홈런에 그쳤다. 주전으로 도약한 뒤 보인 커리어 로우 시즌이었다.
겨우내 이를 악물고 반등을 꿈꾼 김재환은 어느덧 우리가 알던 '잠실 홈런왕'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김재환은 올 시즌 68경기에서 타율 0.270 14홈런 47타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511, OPS(출루율+장타율) 0.867을 기록 중이다.
2018년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44홈런을 날려 홈런왕에 등극했던 김재환은 이후 내림세를 탔지만 지난해엔 하락 폭이 매우 컸다. 시즌을 마친 김재환은 마무리 훈련 참가를 자청했고 휴식도 반납한 채 자비를 들여 '강정호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미국을 거쳐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로 향한 김재환은 "새로운 걸 찾았다기보다는 오히려 작년에 새로운 걸 시도했었다"며 "아, 내가 예전에 이렇게 쳤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웠지만 올 시즌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3월 타율 0.367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으나 4월 타율 0.200에 그쳤다. 다만 그 와중에도 6개의 홈런을 날리며 장타력 하나 만큼은 과거 수준으로 돌아왔음을 보였다. 5월엔 타율도 0.286을 기록했고 홈런은 마찬가지로 6개를 날렸다.
그리고 맞이한 6월. 12경기에서 타율 0.311(45타수 14안타)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시즌 타율도 0.270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홈런은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2루타(5개)가 많았다. 당당히 팀 내 핵심 타자의 면모를 되찾았다. 팀 내 홈런은 2위, 타점과 OPS는 3위에 올라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맞은 키움전. 1회초 1사 1,2루에서 맞은 타석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에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양석환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냈지만 김재환에겐 만족스럽지 않은 타석이었다.
더구나 팀이 4실점하며 2-4로 흐름이 뒤집힌 4회초 첫 타자로 나섰다. 1구 볼을 골라낸 김재환은 2구 몸쪽 포크볼에 고개를 갸웃했다. 다소 몸쪽으로 쏠린 공 같았지만 스트라이크가 선언됐고 김재환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애써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한 김재환은 3구 바깥쪽 빠른공에 헛스윙을 했다. 볼카운트 1-2에 몰린 김재환은 먼곳을 응시하며 크게 숨을 내뱉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한 호흡 조절.
그러나 결국 감정이 폭발했다. 4구 몸쪽 낮은 코스의 포크볼에 루킹삼진 판정을 받은 것. 김재환은 홈플레이트 방면으로 방망이를 집어던지며 화를 분출했다. 다만 판정이 바뀔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주심에게 특별한 어필은 하지 않고 한숨을 푹 내쉰 뒤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중계화면 스트라이크 존 그림으로는 2구보다 더 몸쪽으로 빠졌고 존에 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혹은 존 끝에 아주 미세하게 걸린 것처럼 볼 수도 있었으나 김재환으로선 충분히 억울할 법한 판정이었다. 심지어 키움 포수 김건희가 바깥쪽으로 빠져앉은 상황에서 나온 반대 투구였기에 김재환에겐 더욱 볼 같이 느껴진 투구였다. 반대로 날아든 공을 잡으려던 김건희의 미트는 땅에 꽂힐 정도였다. 순간적으로 볼로 판단해 투수에게 공을 던지려던 김건희도 삼진 콜이 나오자 공을 3루수에게 던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최종 포구 지점이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올 시즌 도입된 ABS 시스템 상으로는 두 개의 가상의 존을 걸치기만 하더라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데 하영민의 포크볼이 큰 낙폭을 그렸고 이 과정에서 ABS의 앞선 존을 통과해 들어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ABS 시스템이 도입되며 이 같은 판정에 억울해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지 않았던 도무지 손을 쓸 수 없어 보이는 공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되고 이런 공에 삼진을 당할 때 타자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느끼는 지난해까지와의 괴리는 분명 존재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소한 특정팀이나 선수와 관계없이 일정한 기준 하에 똑같은 판정이 내려지기에 타자들이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까지와 비교해 판정 시비가 없어 야구를 볼 맛이 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시즌 개막 후 두산은 73경기를 치렀다.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다. 아직 절반의 시즌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ABS 판정에 대한 불신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이는 결국 본인의 성적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장타력과 컨택트 능력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가고 있다. 이전의 김재환으로 완벽히 회귀하기 위해선 ABS의 생소함마저도 적응해야 한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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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이 16일 키움전 4회초 삼진 판정을 받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티빙(TVING) 중계화면 갈무리 |
최악의 한 시즌을 보냈다. 자유계약선수(FA)로 2021시즌을 마치고 4년 115억원에 잔류했지만 지난해 132경기에 나서 단 10홈런에 그쳤다. 주전으로 도약한 뒤 보인 커리어 로우 시즌이었다.
겨우내 이를 악물고 반등을 꿈꾼 김재환은 어느덧 우리가 알던 '잠실 홈런왕'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김재환은 올 시즌 68경기에서 타율 0.270 14홈런 47타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511, OPS(출루율+장타율) 0.867을 기록 중이다.
2018년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44홈런을 날려 홈런왕에 등극했던 김재환은 이후 내림세를 탔지만 지난해엔 하락 폭이 매우 컸다. 시즌을 마친 김재환은 마무리 훈련 참가를 자청했고 휴식도 반납한 채 자비를 들여 '강정호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다.
두산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3월 타율 0.367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으나 4월 타율 0.200에 그쳤다. 다만 그 와중에도 6개의 홈런을 날리며 장타력 하나 만큼은 과거 수준으로 돌아왔음을 보였다. 5월엔 타율도 0.286을 기록했고 홈런은 마찬가지로 6개를 날렸다.
그리고 맞이한 6월. 12경기에서 타율 0.311(45타수 14안타)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시즌 타율도 0.270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홈런은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2루타(5개)가 많았다. 당당히 팀 내 핵심 타자의 면모를 되찾았다. 팀 내 홈런은 2위, 타점과 OPS는 3위에 올라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맞은 키움전. 1회초 1사 1,2루에서 맞은 타석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에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양석환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냈지만 김재환에겐 만족스럽지 않은 타석이었다.
더구나 팀이 4실점하며 2-4로 흐름이 뒤집힌 4회초 첫 타자로 나섰다. 1구 볼을 골라낸 김재환은 2구 몸쪽 포크볼에 고개를 갸웃했다. 다소 몸쪽으로 쏠린 공 같았지만 스트라이크가 선언됐고 김재환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애써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한 김재환은 3구 바깥쪽 빠른공에 헛스윙을 했다. 볼카운트 1-2에 몰린 김재환은 먼곳을 응시하며 크게 숨을 내뱉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한 호흡 조절.
그러나 결국 감정이 폭발했다. 4구 몸쪽 낮은 코스의 포크볼에 루킹삼진 판정을 받은 것. 김재환은 홈플레이트 방면으로 방망이를 집어던지며 화를 분출했다. 다만 판정이 바뀔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주심에게 특별한 어필은 하지 않고 한숨을 푹 내쉰 뒤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중계화면 스트라이크 존 그림으로는 2구보다 더 몸쪽으로 빠졌고 존에 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혹은 존 끝에 아주 미세하게 걸린 것처럼 볼 수도 있었으나 김재환으로선 충분히 억울할 법한 판정이었다. 심지어 키움 포수 김건희가 바깥쪽으로 빠져앉은 상황에서 나온 반대 투구였기에 김재환에겐 더욱 볼 같이 느껴진 투구였다. 반대로 날아든 공을 잡으려던 김건희의 미트는 땅에 꽂힐 정도였다. 순간적으로 볼로 판단해 투수에게 공을 던지려던 김건희도 삼진 콜이 나오자 공을 3루수에게 던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최종 포구 지점이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올 시즌 도입된 ABS 시스템 상으로는 두 개의 가상의 존을 걸치기만 하더라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데 하영민의 포크볼이 큰 낙폭을 그렸고 이 과정에서 ABS의 앞선 존을 통과해 들어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ABS 시스템이 도입되며 이 같은 판정에 억울해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지 않았던 도무지 손을 쓸 수 없어 보이는 공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되고 이런 공에 삼진을 당할 때 타자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느끼는 지난해까지와의 괴리는 분명 존재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소한 특정팀이나 선수와 관계없이 일정한 기준 하에 똑같은 판정이 내려지기에 타자들이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까지와 비교해 판정 시비가 없어 야구를 볼 맛이 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시즌 개막 후 두산은 73경기를 치렀다.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다. 아직 절반의 시즌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ABS 판정에 대한 불신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이는 결국 본인의 성적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장타력과 컨택트 능력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가고 있다. 이전의 김재환으로 완벽히 회귀하기 위해선 ABS의 생소함마저도 적응해야 한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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