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내셔널리그(NL) 홈런 1위(27개)를 질주 중인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팬들로선 볼거리가 사라진 게 아쉽다. 일각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오타니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오타니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마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이야기가 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도 “팔꿈치 재활이 한창 진행 중이고, 재활하면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번에는 나가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지난해 9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재건수술 받고 재활 중이다. 사실상 토미 존에 가까운 수술로 올해는 투수로 나서지 않고 타자에만 전념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 투구수 내에 담장 밖으로 넘겨야 하는 홈런 더비에서 반복적인 풀스윙이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불참할 사유로는 충분하다.
다만 오타니가 올스타전 홈런 더비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앞서 2022년에는 후반기 첫 경기 선발등판을 위해, 지난해에는 오른손 중지 손톱이 갈라지면서 물집까지 잡혀 홈런 더비에 불참한 바 있다. 2021년 홈런 더비가 오타니의 유일한 참가로 당시 1라운드에서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 당시 워싱턴 내셔널스)와 대결에서 2차 연장 접전 28-31로 끝에 졌다.
당시 오타니는 “시즌 중 이렇게 피곤한 적은 없었다”고 말할 만큼 힘을 썼는데 그 여파인지 후반기 첫 6경기에서 타율 1할6푼7리(24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OPS .593으로 부진했다. 오타니뿐만 아니라 여러 타자들이 홈런 더비에서 큰 스윙을 일관하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고생하곤 했다.
갈수록 스타 선수들이 홈런 더비에 부담을 느끼자 사무국은 시간 제한에 투구수 제한을 추가했다. 1~2라운드는 3분 이내 최대 40구, 결승전은 2분 이내 최다 27구로 제한하며 홈런 더비 진행 방식을 바꿨지만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32개) 애런 저지(양키스)도 불참 의사를 나타냈다.
흥행을 고려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최고 스타의 홈런쇼를 보고 싶은 팬들은 오타니의 불참 의사에 실망한 분위기도 없지 않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었지만 오타니 개인뿐만 아니라 다저스 구단 내부에서도 홈런 더비 참가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고, 로버츠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다저스에 온 이유는 우승을 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를 짊어지는 것은 그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홈런 더비도 이전에 한 번 참가했고, 그 책임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로 재활 중이고, 그의 임무는 다저스에서 뛰며 자신을 챙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오타니 개인에게 너무 큰 짐을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재활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오타니가 기꺼이 홈런 더비에 참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홈런 더비는 스윙도 많이 해야 하고, 격렬하며 매우 독특한 요소들이 있다. 그런 이벤트를 하다 오타니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다저스뿐만 아니라 모든 팬들에게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며 혹시 모를 부상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매우 훈련이 잘 된 선수다. 재활을 병행하면서 매일 경기를 뛰고 있다. 홈런 더비 같은 예외적인 상황은 누구도 준비를 따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점을 알아야 한다. 그의 일은 야구이지만 그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면서 “이번 결정은 구단 내부 토론 끝에 나온 것이다. 실망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정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그는 우승을 위해 다저스와 계약했고, 그것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오타니만큼 야구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선수는 없다. 스스로 그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오타니에게 비난을 하지 말아 달라며 변호했다.
지난겨울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에 FA 계약한 다저스는 이적 첫 해부터 몸값이 아깝지 않은 대활약을 하고 있다. 82경기 타율 3할1푼6리(323타수 102아낱) 26홈런 62타점 67득점 45볼넷 76삼진 16도루 출루율 .399 장타율 .635 OPS 1.034을 기록 중이다. NL 타율, 홈런, 득점, 장타율, OPS 1위를 질주하며 순수 지명타자 최초로 MVP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다저스는 53승33패(승률 .616)로 NL 서부지구 1위를 질주 중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