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거최' 납득시킨 김도영 미친 존재감, 이종범 아들 가니 '제2의 이종범' 시대 왔다
입력 : 2024.07.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김동윤 기자]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 메이저리그(ML)로 떠나 생긴 KBO 리그 슈퍼스타 계보가 쉽게 이어졌다. 공교롭게 그 계보를 이은 것이 이종범(54)의 친아들도 인정한 '제2의 이종범'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라 눈길을 끈다.

KBO 리그 통산 최다 타점의 전설 최형우(41·KIA)는 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다소 황당한 일을 겪었다. 때는 KIA가 5-2로 앞선 6회 초 김도영의 타석이었다. 6회 초 LG는 선발 케이시 켈리를 내리고 김영준을 올렸다. 하지만 교체가 무색하게 선두타자 박찬호가 우전 안타,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최원준이 1루 땅볼로 아웃돼 1사 2, 3루가 됐다.

다음 타석은 김도영. 여기서 LG의 선택은 김도영을 거르고 최형우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최형우는 KBO 통산 최다 타점 선수라는 기록에서 보이듯 찬스에 매우 강한 선수였고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득점권 타율도 0.351로 소크라테스 다음으로 뛰어났다. 더욱이 이날 첫 타석에서도 1사 1, 2루에서 2루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로 타점을 뽑고 3회에는 2루타도 친 상황. 보통이라면 누군가를 거르고 최형우를 상대하는 선택지는 선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김도영의 올해 미친 존재감이 이 상황이 납득하게 만들었다. 김도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81경기 타율 0.341, 23홈런 60타점 2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30으로 MVP급 성적을 내고 있었다. 득점권 타율도 0.321로 높았고 6월 한 달간 24경기 8홈런(2위), 장타율 0.681(3위), 출루율 0.468(4위)로 가장 기세가 뜨거웠다. 이날도 앞선 두 타석에서 좌중간 1타점 적시타, 중견수 방면 안타로 뛰어난 타구질을 뽐내 LG의 결정도 아예 틀리다 볼 수 없었다.

좌완 이상영을 올려 나름의 대비도 했지만, 슬라이더 5개를 연거푸 던진 끝에 실투를 놓치지 않은 최형우에게 라인드라이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최형우가 개인 통산 9번째이자 KBO 역대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 홈런 기록(만 40세 6개월 23일)을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종전 기록은 이대호(은퇴)의 만 40세 2개월 30일.

최형우가 10일 서울 잠실 LG전 6회 초 1사 만루에서 만루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최형우가 10일 서울 잠실 LG전 6회 초 1사 만루에서 만루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하루 뒤 10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염경엽 LG 감독은 "(김)도영이가 무서워서 피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거기서는 어차피 한 점 승부라고 봤다. 한 점도 안 주는 전략을 세워야 했고 병살이 나오길 원했다. 병살이 나오지 않는다면 1점을 주든 4점을 주든 똑같은 점수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안타를 맞건 홈런을 맞건 점수를 내주는 순간 의미가 없었다. 그 순간 경기가 넘어가기 때문에 이후 투수 운영이나 모든 것이 다 바뀔 수밖에 없으니 한 점도 주지 않으려 했다. 그걸 막아야 우리도 따라가고 역전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거최(김도영 거르고 최형우)는 결과와 상관 없이 김도영의 부쩍 성장한 존재감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올 시즌 김도영은 남다른 스타성으로 KBO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 리그 역사상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에 성공했다. 6월 23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무려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20번째 홈런을 때려내며 만 20세 8개월 21일의 나이로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한 시즌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39홈런-45도루 페이스로 40홈런-40도루도 예상되면서 제2의 이종범이란 별명에 걸맞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후의 시대가 지나 이제는 '제2의 이종범' 김도영의 시대가 온 듯하다. 공교롭게도 10일 경기를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김도영이 6월 월간 MVP에 선정됐음을 알렸다. 김도영은 기자단 투표 30표 중 6표(20.7%), 팬 투표에서 50만 7615표 중 24만 5598표(48.4%)를 받아 총점 34.54점을 획득, 기자단 13표, 팬 투표 4만 7854표, 총점 27.13점으로 2위를 차지한 키움 김혜성을 제치고 최종 1위에 올랐다.

같은 해 두 번의 월간 MVP 수상은 지난 2022년 6월과 9월에 월간 MVP를 수상한 이정후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때 이정후는 시즌 끝까지 좋은 페이스를 유지해 타격 5관왕으로 MVP를 수상한 바 있다.

김도영이 10일 서울 잠실 LG전 8회 초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이 10일 서울 잠실 LG전 8회 초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잠실=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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