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이원희 기자]

기뻐하는 잉글랜드 관중들. /AFPBBNews=뉴스1

대반전이다. 잉글랜드가 경기력 부진 논란을 딛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승리의 원동력은 매 경기 등장하는 '뉴 히어로'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11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BVB 슈타디운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4강 네덜란드와 맞대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지난 유로 2020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 무대에 올랐다. 당시 잉글랜드는 이탈리아를 넘지 못해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에는 다른 드라마를 꿈꾼다. 잉글랜드가 유로 2024 정상에 오른다면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것이다.

사실 이번 대회 잉글랜드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경기력이 심각하게 부진했기 때문. 잉글랜드는 C조에 속해 덴마크, 슬로베니아, 세르비아와 함께 묶였다. 상대 3팀 모두 잉글랜드보다 전력이 낮았으나, 이를 압도하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1승2무(승점 5)로 조 1위를 차지하고도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일부 잉글랜드 관중은 경기력 부진에 불만을 품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향해 플라스틱 맥주잔을 던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이런 우려에도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여전히 경기력이 답답한 건 있지만, 매 경기 극장골로 승리를 이끄는 히어로가 나타났다. 슬로바키아와 16강전에선 0-1로 지고 있다가 후반 추가시간 6분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이 동점골, 연장에선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역전골을 뽑아내 2-1로 이겼다. 스위스와 8강전에서도 후반 35분 부카요 사카(아스널)의 동점골이 터졌다. 잉글랜드는 1-1로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이번 4강 네덜란드전에서는 '백업 공격수' 올리 왓킨스(아스톤빌라)가 극장골을 넣고 포효했다. 스코어 1-1이던 손에 땀을 쥐는 팽팽한 상황이던 후반 추가시간 1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왓킨스는 각도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왓킨스는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포효했고 잉글랜드는 벤치 선수들까지 뛰어나와 기쁨을 공유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톤빌라에서 뛰고 있는 왓킨스는 지난 시즌 19골 13골을 몰아쳤다. 덕분에 아스톤빌라는 리그 4위를 기록해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올리 왓킨스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선제골은 네덜란드의 몫이었다. 전반 7분 사비 시몬스(파리 생제르맹)이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려 리드를 안겼다. 잉글랜드도 반격했다. 전반 18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케인이 슈팅을 할 때 상대 수비수 덴젤 덤프리스(인터밀란)가 위험한 수비를 시도했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케인이 직접 키커로 나서 차 넣었다. 덤프리스는 고개를 숙였지만, 전반 22분 포든의 슈팅이 골 라인을 넘기 직전 걷어내 직전 페널티킥 반칙을 만회했다.

골대 불운도 한 차례씩 나왔다. 전반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덤프리스의 헤더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다. 전반 32분 포든의 중거리 슈팅도 골대를 맞았다. 이 가운데 잉글랜드는 후반 36분 케인을 빼고 왓킨스를 투입했다. 이는 제대로 적중했다. 왓킨스는 짜릿한 결승골을 뽑아내고 잉글랜드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기뻐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 /AFPBBNews=뉴스1

이제 잉글랜드 대표팀을 향해 비난이 아닌 찬사가 쏟아졌다. 영국 축구전문 90MIN는 "잉글랜드는 1966년 월드컵부터 유로 2020 전까지 단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유로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올랐다. 유로 2020에선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에 패했지만, 사우스게이트호는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왓킨스는 후반 추가시간 스테판 데 브라이(인터밀란)의 압박에도 골문 하단 구석에 정확하게 공을 차 넣으며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칭찬했다.



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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