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의 고별 경기는 폭우로 노게임이 됐다. 경기 후 켈리의 고별행사는 눈물바다가 됐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전은 3회 도중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LG가 6-0으로 리드한 3회초 두산 공격이 시작되면서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LG 선발 투수 켈리는 1사 후 전민재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으나, 정수빈을 3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2사 2루 상황에서 빗줄기가 폭우로 변하자,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20~30분 폭우가 쏟아지고 빗줄기가 줄어들자, 두산 팬들은 "노게임"을 외쳤고, LG팬들은 "경기 해"를 받아쳐 외치기도 했다.
심판진은 오후 8시 무렵 비가 그친다는 예보에 따라 30분을 넘겨 계속 기다렸다. 빗줄기가 거의 그치자, 오후 7시 56분 방수포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시작되고, 잠실구장 전광판에 "그라운드 정비가 완료되면 오후 8시 35에 경기 진행 예정이다"고 알렸다.
1시간을 훨씬 넘게 경기가 중단됐지만, 켈리는 다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었다. LG 관계자는 "켈리가 이닝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켈리는 불펜에서 몸을 풀고 등판을 준비했다.
그런데 오후 8시 25분 다시 폭우가 내렸다. 그라운드에서 다시 방수포가 덮혀졌지만, 폭우가 내리자 심판진은 오후 8시 29분 우천 노게임을 선언했다. 이후로도 30분 넘게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켈리는 이날 경기가 마지막 등판이었다. LG 구단은 19일 켈리에게 방출 결정을 알렸다. LG는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LG는 20일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에르난데스는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고, 빅리그 통산 99경기 10승 22패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9경기 등판했다.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6.32(15⅔이닝 11실점)를 기록했다.
켈리는 방출 통보를 받고도, 예정된 20일 두산전 선발 등판을 자청했다. 이례적이었다. 2⅓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노게임이 되면서 고별 경기는 노게임으로 무산됐다.
우천 노게임이 선언되고, 이후 켈리의 고별행사가 열렸다.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많은 LG팬들은 야구장을 떠나지 않고 켈리를 향한 뜨거운 격려를 보냈다.
켈리도, LG 동료들도, 팬들도 눈물바다가 됐다. 주장 김현수를 비롯해 임찬규, 오지환, 박해민, 박동원, 오스틴이 차례로 켈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포옹을 나눴다. 눈시울이 붉어진 켈리는 LG팬들을 향해 그라운드에서 큰 절을 했다. 선수단과 단체 사진까지 찍은 켈리는 잠실구장 한 바퀴 돌면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켈리는 "어제 마지막으로 아내와 상의를 하고, 오늘 던지기로 결정했다. 한화전이 마지막 경기라는 것을 몰랐던 상태였으니까, 잠실에서 팬들 앞에서 한 번 더 하자, 그런 생각으로 결정을 했다. 또 무엇보다 5년 반 동안 함께한 동료들과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 두산전에 던지는 것은 항상 즐겁고 신났기에 동료들과 한 번 더 경기를 하고 싶어서 결정했다"고 방출 통보를 받고도 마운드에 오른 이유를 밝혔다.
우천 중단되자, 켈리는 경기가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계속 던질 준비를 했다. 켈리는 "두 번째 비가 쏟아지면서 중단되면서, 이게 내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2이닝을 잘 던져, 동료들에게 함께 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열린 고별행사를 켈리는 알지 못했다. 켈리는 "굉장히 놀랐다. 이전에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 이런 세리머니를 했던 것을 본 적이 없다. 5년 반 동안 특별한 시간이었고, 세리머니가 열린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울지 않으려고 잘 참았는데, 세리머니 시작하자 눈물이 그치지 않고 계속 흘렀다. 팬들이 궂은 날씨에도 기다리고 남아줘셔서 내 마음 속에 특별하게 남을 것 같다. 구단 프런트에 감사하고, 팀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켈리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켈리는 "아무런 준비를 못 했다. 팬들이 끝까지 남아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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