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감정을 누르고 경기 하는 것이 힘들었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전. 경기 시작 전부터 LG 선수들에게는 여느 경기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의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LG는 하루 앞서 19일 켈리에게 새 외국인 투수 계약 사실을 알리면서 켈리를 방출하게 됐다고 통보했다. 켈리는 예정된 20일 두산전 선발 등판을 정상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경기 전 LG 선수들은 켈리의 방출 소식을 알게 됐고,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오후 6시, 경기 시작을 앞두고 켈리가 불펜에서 그라운드로 나서자 LG 투수들은 불펜 문앞에 2줄로 도열해, 뛰어나오는 켈리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선발 출장한 야수들은 그라운드에 모여 마운드에 오르는 켈리를 바라보며 박수로 격려했다.
아쉽게 켈리의 마지막 경기는 폭우로 인해 3회초 경기가 중단됐고, 1시간 29분을 기다려 우천 노게임이 됐다. 이후 켈리를 위한 고별행사에서 LG 선수들은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장 김현수가 가장 먼저 켈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90도 허리 굽혀 인사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임찬규, 오지환, 박해민, 박동원 등 베테랑들도 켈리와 포옹하며 눈물을 훔쳤다.
박해민은 21일 두산전이 끝나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전날 켈리를 떠나 보낸 LG 선수들의 심경을 전했다. 박해민은 “우리도 기사를 통해서 알게 돼서, 사실 별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정말 팀에 헌신하고 정말 그렇게 했던 선수가 시즌 중간에 헤어진다는 게…어제 경기를 하면서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데 있어서 감정을 누르는 것이 되게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또 박해민은 “어쨌든 경기는 이겨야 되고, 하지만 켈리는 마지막이라고 하고, 어쨌든 알고서 경기를 하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경기를 하기가 조금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2022시즌부터 켈리와 2년 반을 함께 한 박해민은 “사실 켈리를 외국인 선수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 것 같다. 그냥 진짜 LG 트윈스의 한 선수, LG 트윈스의 에이스였다고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삼성에 있을 때부터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봤지만 정말 실력, 인성 어린 선수들 챙기는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빠지는 게 없었던 선수였다”고 극찬했다.
이어 “(박)동원이도 1년 반 정도 켈리와 함께 했지만, 물론 동원이는 배터리를 맞춘 것이 있어서, 정말 외국인 선수라기보다는 LG 트윈스 에이스 투수가 떠난다는 거에 다들 슬펐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켈리도 마찬가지였다. 켈리는 방출이 결정되고도 20일 두산전 선발 투수로 등판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5년 반 동안 함께 한 동료들과 마지막으로 한 경기 더 함께 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켈리도 LG 선수들을 동료 이상으로 각별하게 생각했다.
켈리는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가족과 다름없다. LG는 내 마음에 특별한 존재로 남아있는 팀이다"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LG에 대한 진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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