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동네야구를 하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7회까지 3안타를 비롯해 100% 출루를 달성했다. 나이가 들어도 바람의 아들 클래스는 변함이 없었다.
이종범(54)은 지난 22일 일본 홋카이도 기타히로시마에 위치한 에스콘필드 홋카이도에서 열린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 한일 야구 레전드 맞대결’에 한국대표팀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2볼넷으로 맹활약하며 MIP(우수타자)를 수상했다.
이번 이벤트 경기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구단이 주최하고, KBO리그 SSG 랜더스가 협력해 성사됐다. SSG 관계자에 따르면 양국 레전드들의 화합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것에, 한 마음 한 뜻이 됐다. 시즌 중이라 바쁘지만, 이종범을 비롯해 양준혁, 구대성, 서재응, 봉중근, 김태균, 윤석민 등 은퇴한 왕년의 스타들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심지어 손시헌, 박경완, 조웅천 등 현역 코치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선수단에 합류했다.
이종범은 경기를 앞두고 “현역 선수가 아닌 은퇴를 하고 난 뒤 일본 레전드들과의 경기다. 한일 관계에 있어 좋은 생각을 갖고 여기에 왔다”라며 “은퇴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즐거움과 웃음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부상 당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겠다”라고 가벼운 각오를 남겼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돌입하자 과거 ‘바람의 아들’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시절의 눈빛이 나왔다. 그리고 1회초 첫 타석부터 일본 선발투수로 나선 레전드 우에하라 고지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치며 5출루쇼의 서막을 열었다. 이종범은 이후 김태균의 1타점 적시타 때 선취 득점까지 올렸다.
이종범은 1-1로 맞선 2회초 무사 만루 찬스를 맞아 밀어내기 볼넷으로 달아나는 타점을 올렸다. 이어 3회초 다시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종범의 활약은 계속됐다. 5회초 2사 1루에서 다시 중전안타를 쳤고, 마지막 7회초 1사 1루에서 1루 주자가 폭투로 2루에 도달한 가운데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며 5출루를 완성했다. 지난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뽑아낸 후지카와 큐지를 상대로 골라낸 볼넷이라 더욱 의미가 값졌다.
이종범은 경기 후 “졌지만 즐거운 추억이었다. 일본에서 뛸 때 알고 지낸 일본 후배 선수들을 만나 즐거웠다. 결승홈런을 친 이토이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 전 최고령 출전자라며 우려를 표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은퇴하고 13년 만에 경기였다. 어제(21일) 연습하고 몸이 따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 긴장한 게 주효했다"라며 "즐거웠다. 전에는 한일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오늘은 좋은 친구들이랑 동네야구 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이종범은 바람의 아들 클래스를 재현한 공격과 달리 수비에서는 이른바 '패대기 송구'로 역전 3점홈런 허용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 6회초까지 6-5 근소한 리드를 점했지만, 6회말 볼넷과 2루수로 이동한 이종범의 송구 실책으로 처한 위기에서 고창성이 이토이 요시오 상대로 뼈아픈 역전 스리런포를 맞았다.
이종범은 "그게 나이의 한계다"라고 웃으며 "누워있으면 순발력이 떨어진다. 그걸 느꼈다"라고 세월을 실감했다.
이종범은 끝으로 "에스콘 필드를 TV에서만 봤는데 이런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들이 뛸 수 없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도 이런 경기장에서 뛰었으면 하는 마음을 느끼고 돌아간다라며 "양 팀 선수들 또한 오늘 느낀 게 많았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좋은 친선 관계로, 많은 은퇴 선수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대회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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