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배트에서는 총소리가 난다
입력 : 2024.07.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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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1위 오타니가 쓰는 미제 배트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오타니 쇼헤이의 30호째 홈런이 화제다. 엄청난 거리 때문이다. 오타니는 22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경기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솔로포를 터트렸다. 스코어 5-2를 6-2로 벌리는 한 방이었다.

타구는 한참을 날아 다저 스타디움 우중간 관중석 가장 높은 곳에 떨어졌다. 비거리는 144m로 측정됐다. 발사각도 28도, 출구 속도 116.7마일(약 187.8km)이다.

마침 덕아웃에서 방송 인터뷰를 하던 클레이튼 커쇼는 “타구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저런 건 본 적도 없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오타니의 올 시즌 홈런 숫자가 자기 나이와 같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은 압도적인 거리다. 맞는 순간 바로 느껴진다. 그 정도로 확연한 타구다. 외야수가 별로 움직일 필요도 없다. 이날도 중견수와 우익수는 몇 발짝 가다가 멈춘다.

또 하나가 타격음이다. 권총도 아닌 소총 소리가 들린다는 동료들의 증언이다.

내야수 개빈 럭스는 “그의 배트에서 샷건 소리가 들렸다”며 눈을 둥그렇게 뜬다. 투수 제임스 팩스턴과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비슷한 감탄사를 내뱉는다. “슈퍼 휴먼의 스윙이다. 마치 총 쏘는 것처럼 엄청난 소리가 난다.”

총소리 경험담은 비단 이날만이 아니다. 올 시즌 유난히 자주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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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단한 타구는 1차적으로 파워와 기술의 결과다. 많은 훈련과 연구를 통해 이뤄낸 것이라고 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무슨 제품, 어떤 규격을 쓰느냐 하는 것도 팬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일본 브랜드인 아식스 배트를 사용했다. 그런데 지난해 제작사를 교체했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챈들러(Chandler)라는 회사의 고객이 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홈런왕(44개)에 올랐다.

챈들러는 업력이 긴 편은 아니다. 2009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9년 쿠바 출신의 빅리거 요에니스 세스페데스가 CEO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쟁쟁한 타자들이 이곳 제품을 쓰고 있다. 내셔널리그 홈런 1위인 오타니 외에도 아메리칸리그 선두 애런 저지(35개)도 고객이다. 또 브라이스 하퍼, 카를로스 코레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크리스 브라이언트 등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의 특징은 강하다(혹은 딱딱하다)는 것이다. 북미산 단풍나무를 쓰고, 우수한 도장/도색 기술을 가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물론 도장/도색은 사무국의 기준에 맞아야 한다. 칠의 두께나 재질이 엄격히 제한된다.

또 강하다는 것이 반드시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부러지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자의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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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어떤 사이즈를 사용하는지 공개된 적은 없다. TV 중계 등을 통해 눈썰미 좋은 팬들이 알아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챈들러로 바꾼 지난해는 길이 34.5인치(약 87.6cm), 무게 32온스(약 907g)짜리 모델을 썼다. 이전(아식스 때)보다 1인치 길어졌다. 이 정도를 쓰는 아시아계 타자는 거의 없다. 그만큼 타고난 신체 조건이 월등하다는 얘기다.

다저스로 옮긴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 중계 화면에 잡힌 배트 선단에는 ‘34, 31.5’라는 숫자가 보인다. 34인치, 31.5온스(약 893g) 제품이라는 뜻이다. 약간 짧아지고, 가벼워진 셈이다.

무게나 길이는 수시로 조금씩 바뀐다. 계절이나 배트 주인의 컨디션에 따라, 혹은 상대 투수나 구장, 타격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도 철저히 고객 맞춤형이다. (그립) 잡는 부분과 중심 부분(스윗 스팟)의 굵기와 모양도 다르다. 오타니의 경우는 중심 부분을 굵게 깎은 것을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이 경우 역시 부러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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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는 홈페이지에 소매 가격도 게시했다. 주문 제작의 경우 성인용은 229달러(약 31만 8000원)부터 시작된다. 최고가 표시는 없다. 300~400달러가 넘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일본은 2022년에 NPB의 공인을 받았다. 국내 대리점도 생겼다. 아무래도 오타니의 영향이 클 것이다.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현재는 50명 이상의 선수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폰햄의 간판타자 만나미 추세이 등이 대표적이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배트의 역할은 일부일 뿐이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NPB의 경우가 그렇다. 많은 타자가 오타니의 비기(秘器)를 쓴다. 하지만 샷건(총) 소리는 아무나 내는 게 아니다. 역대급 투고타저는 여전하다. 홈런 20개 이상이 아무도 없다. 고작 17개(센트럴), 14개(퍼시픽)가 리그 1위를 달리는 현실이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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