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3할’ 외인타자 방출→8억 증발됐지만…두산, 2년 공들인 스카우팅 외면할 수 없었다
입력 : 2024.07.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헨리 라모스 / OSEN DB

헨리 라모스 / OSEN DB

[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왜 시즌 3할대 타율로 활약 중인 외국인타자에게 돌연 방출을 통보한 것일까. 무려 8억 원을 날리는 걸 알면서도 웨이버를 결정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다. 

두산은 지난 23일 오후 새 외국인타자 제러드 영(29)과 총액 30만 달러(약 4억 원)에 계약했다. 동시에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외야수 헨리 라모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예상치 못한 교체였다. 더욱이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가 1장밖에 남지 않은 두산이었기에 만일 그 1장을 쓴다면 타자보다 여전히 부침이 심한 투수 파트의 추가 교체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 그러나 두산의 선택은 3할대 타율을 유지 중인 외국인타자 교체였다. 

라모스는 올 시즌 총액 70만 달러(약 9억 원)에 두산과 계약해 80경기 타율 3할5리 10홈런 48타점 OPS .842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표면적 기록이 전부는 아니었다. 후반기 9경기 타율 2할6푼3리 3타점의 저조한 기록, 전반기부터 줄곧 지적된 워크에식, 해결사 능력 부재, 부족한 장타력 등 여러 복합적 요인이 결국 교체라는 새드 엔딩으로 이어졌다. 

이승엽 감독은 “외국인선수한테 바라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은 게 가장 큰 교체 원인이다. 계속 안타가 하나씩 나왔지만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도 그런데 외국인선수마저 그렇게 되다 보니 팀이 많이 침체됐다. 후반기 시작하면서 교체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외국인선수 교체를 통해 반전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달려보자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도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헨리 라모스 / OSEN DB

두산은 때마침 외국인선수 스카우트팀이 지난해부터 눈여겨본 제러드 영이 ‘영입 가능한’ 신분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영은 최근 3년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던 타자로, 두산 외 다른 KBO 복수 구단에서도 영입에 관심을 보여 왔다. 전반기 A구단이 직접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두산은 2년 간 공들여 스카우팅한 영을 놓칠 수 없었고, 라모스의 계약금과 연봉 총합 60만 달러(약 8억 원)가 증발되는 걸 감수하면서 교체를 단행했다. 

영은 캐나다 출신의 우투좌타 외야수 겸 1루수다. 신장 185cm·체중 92kg의 신체조건을 지녔으며,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시카고 컵스의 15라운드 지명을 받은 뒤 2022년 컵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2시즌 통산 성적은 22경기 타율 2할1푼 2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725다.

올 시즌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트리플A 멤피스 레드버즈 소속으로 74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5리 11홈런 35타점 OPS .917을 기록했다. 트리플A 통산 성적은 310경기 타율 2할6푼8리 54홈런 184타점, OPS .852다. 한창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로, 빠른 배트 스피드에서 나오는 컨택 능력이 78%로 준수한 편이다. 여기에 워크 에식도 뛰어나다는 평가. 

제러드 영 /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관계자는 “투수에게 유리한 트리플A 인터내셔널 리그에서 .411(리그 5위)의 출루율과 .917(리그 9위)의 OPS로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지난해부터 OPS 유형의 타자로서 자신만의 야구가 확립된 선수”라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 감독은 “현재 찾을 수 있는 선수 중에는 그래도 가장 효과적인 선수를 찾았다고 본다. 출루율도 높고 파워도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며 “요즘 우리 경기가 타선이 풀리지 않고 무기력하다. 선수 한 명이 새롭게 들어오면서 활기차게 팀 분위기를 바꿔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제러드 영은 향후 국내 입국 및 비자 발급을 비롯한 서류 작업을 거쳐 KBO리그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승엽 감독에 따르면 1군 데뷔까지 23일 기준 최대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러드 영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4일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웨이버 공시한 두산은 이로써 2024시즌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 2장을 모두 소모했다. 단기 외국인투수 시라카와 케이쇼와의 6주 계약이 만료되면 브랜든 와델-조던 발라조빅 원투펀치에 새 식구 제러드 영으로 2024시즌을 마쳐야 한다. 그 전에 브랜든이 부상에서 회복해 건강하게 돌아오는 게 급선무다. 

이 감독은 “브랜든은 이번 주부터 캐치볼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 던져보지 않아서 몸 상태는 잘 모르겠다. 던져보고 난 다음 판단해야할 거 같다”라고 밝혔다. 

/backlight@osen.co.kr

[사진] 제러드 영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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