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축구야 서커스야?'' 골 넣고 2시간 후 취소→3시 경기가 7시에 끝났다...파리 올림픽, 시작부터 '난장판'
입력 : 2024.07.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성환 기자] "살면서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희대의 서커스다."

오후 3시에 시작된 경기가 무려 오후 7시에 끝났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첫 경기부터 믿기 어려운 촌극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는 24일(한국시간) 프랑스 생테티엔의 스타드 조프루아기샤르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B조 모로코와 1차전에서 경기가 파행되는 혼란 끝에 1-2로 패했다.

사실 모두가 무승부로 마무리된 줄 알았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추가시간과 후반 6분 모로코의 수피안 라히미(알 아인)에게 연속골을 얻어맞으며 두 골 차로 끌려갔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뒷심을 발휘했다. 후반 23분 줄리아노 시메오네(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만회골을 터트렸고, 종료 직전이었던 후반 추가시간 15분 크리스티안 메디나(보카 주니어스)가 기어코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연이은 골대 불운 끝에 겨우겨우 나온 극장 동점골이었다.

경기는 그대로 2-2로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메디나의 득점 이후 흥분한 모로코 관중들이 펜스를 넘어 경기장으로 난입하고 물병과 플라스틱 컵을 투척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고, 양 팀 선수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심판진은 당연히 메디나의 동점골에 문제가 없는지 비디오 판독(VAR)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혼란 속에 경기를 일단 중단하고 볼 수밖에 없었다. 경기 감독관도 경기를 이대로 종료할지 말지 논의하는 등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최 측은 VAR을 거쳐 경기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양 팀 선수들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장내가 정리된 후에야 다시 뛸 수 있었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가량. 이 와중에 메디나의 마지막 골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됏다.

2시간을 기다린 아르헨티나와 모로코 선수들은 3분여를 더 뛰었고, 그제야 정말로 경기 종료 휘슬이 불렸다. 경기는 모로코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시간은 이미 오후 7시를 넘은 때였다. 정말 역대급 아수라장이었던 파리 올림픽의 첫 경기였다. 이번 경기는 파리 올림픽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먼저 치러졌으며 개회식보다도 빨랐다. 

한편 'B조 최강'으로 기대받던 아르헨티나는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모로코에 무릎 꿇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동행하지 않긴 했지만,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와 니콜라스 오타멘디(벤피카)를 내세우고도 패배를 면치 못했다.

경기 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아르헨티나 감독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종료까지 4시간이나 걸린 경기에 "축구 인생을 통틀어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내 인생 희대의 서커스다. 치욕적"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집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메시 역시 소셜 미디어에 "믿을 수 없다"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 이모지를 올렸다.

1패를 떠안고 시작한 아르헨티나. 이제 다음 상대는 이라크와 우크라이나다. 아르헨티나로선 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8강 진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은 각 조 1, 2위 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 토너먼트를 치른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오넬 메시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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