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쏘니는 한국 축구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 홍보대사다."
엔지 포스테코글루(59)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캡틴' 손흥민(32)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토트넘은 27일 오후 7시(이하 한국시간) 일본 도쿄의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비셀 고베를 상대로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치러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아시아 투어를 승리로 시작한 뒤 한국으로 이동, 팀 K리그,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에 임하게 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는 31일 팀 K리그와 먼저 맞대결을 펼친 후 내달 3일 김민재가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만난다.
이날 토트넘은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9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이노 나나세이가 올린 크로스를 파페 사르가 건드렸고, 공은 오사코 유야에게 흘렀다. 오사코가 그대로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이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16분 데얀 쿨루셉스키가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페드로 포로를 향해 감각적인 뒷꿈치 패스를 내줬고, 포로가 침착하게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을 1-1로 마친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역전골을 뽑아냈다. 후반 3분 우측면에서 공을 몰고 쇄도한 브레넌 존슨이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손흥민을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전달, 손흥민이 정확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프리시즌 첫 골을 넣은 손흥민은 시그니처 세레머니인 찰칵 세레머니를 펼치며 도쿄를 뜨겁게 달궜다. 임무를 다한 그는 후반 15분 마노르 솔로몬과 교체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일본 팬들은 손흥민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벤치로 나간 뒤 4분 만에 실점했다. 후반 19분 아치 그레이의 전진 패스가 끊기며 위기를 맞았다. 사시키 다이쥬가 오른쪽의 장 파트릭을 찾았고, 파트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최후의 승자는 토트넘이었다. 후반 43분 제이미 돈리가 왼쪽에서 컷백 패스를 보냈다. 이를 2007년생 유망주 마이키 무어가 정확히 밀어 넣으며 다시 앞서나가는 골을 터트렸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MOM(Man of the match)은 손흥민의 몫이었다. 최전방 공격수 대신 왼쪽에 배치된 그는 날카로운 결정력을 자랑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영국 '풋볼 런던'도 "분주히 뛰어다닌 손흥민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존슨의 패스를 멋지게 마무리하면서 방점을 찍었다"라며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줬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주로 중앙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으면서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해리 케인의 공백을 메웠다. 그는 다소 낯선 포지션에서 뛰면서도 리그 17골 10도움을 터트리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다만 한계가 분명했던 것도 사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이날 경기에선 쿨루셉스키를 최전방에 내세우고 손흥민을 왼쪽 측면으로 돌리는 선택을 내렸다.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의 포지션 논쟁이 뜨거운 상황.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손흥민은 오늘 잘했다. 왼쪽 날개에서 뛰면서 중앙 위치에서 득점했다. 손흥민은 한 명밖에 없어서 한 포지션에서만 뛸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곳에 뛸 것"이라고 답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손흥민은 프리시즌을 정말 잘 시작했다. 그가 골을 넣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손흥민은 어디를 가도 인기가 많다"라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더 그렇다. 그는 한국 축구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손흥민이 오늘 밤 그를 우러러 보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순간을 선물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손흥민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날 도쿄국립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무려 54255명. 매진은 아니었지만, 토트넘의 일본 내 인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일본 선수가 없음에도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토트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시아 최고 스타' 손흥민의 존재였다. 토트넘 일본 계정은 소셜 미디어에 "토트넘 패밀리 셀카"라며 수많은 일본 팬들이 단체로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레머니'를 따라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제 손흥민과 토트넘은 한국을 찾아 팀 K리그, 바이에른 뮌헨과 맞대결을 치른다. 손흥민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일본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난 항상 이곳에 오는 것을 좋아했다. 여러분과 비셀 고베의 환대에 감사드린다. 이제 우린 '집' 한국으로 향한다. 여러분 앞에서 경기하는 날을 기다리기 힘들다"라며 일본 팬들을 향한 작별인사와 한국 팬들을 향한 만남 예고를 동시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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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