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진종오 탄생' 19세 오예진이 울린 '금빛 총성', 韓 사격의 르네상스가 온다... 올림픽 新도 2개 작성 [파리 2024]
입력 : 2024.07.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가 28일 2024 파리 올림픽 결선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확하고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가 28일 2024 파리 올림픽 결선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확하고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0 도쿄 올림픽은 한국 사격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다. 그러나 진종오 시대 이후 끊겼던 한국 사격의 금메달 명맥을 다시 이었다. 더 기대되는 건 밝은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예진(19·기업은행)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의 CNTS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개인전 결선에서 243.2점을 쏴 241.3점을 기록한 김예지(32·임실군청)를 제치고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에 사격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 기록은 올림픽 신기록인 동시에 한국 사격 역사상 이 대회에서 나온 첫 올림픽 금메달이어서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사격계에선 8년을 기다린 올림픽 금메달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차영철(소총 복사 50m)이 은메달로 스타트를 끊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여갑순(여자 공기소총 10m )과 이은철(남자 소총 복사 5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한국 사격은 전성기를 맞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16년 동안이나 '노골드'에 울었다. 그러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진종오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자유권총 50m 금메달을 따냈고 이후는 진종오의 무대였다.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2012년 런던 대회 때는 2관왕(공기권총 10m, 자유권총 50m)을 차지했고 2016년 리우에서도 금메달 하나를 추가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4개로 늘렸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은메달(자유권총 50m)을 포함해 총 6개의 올림픽 메달(금4, 은2)을 수확했다. 국내에선 양궁 김수녕(금 4, 은1, 동1)과 최다 메달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그렇기에 2021년 도쿄 올림픽은 한국 사격에 뼈아팠다. 진종오가 4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을 노렸으나 주종목인 자유권총 50m가 폐지된 영향 속에 한국 사격은 '노골드', 은메달 하나에 그쳤다.

오예진이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격발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예진이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격발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 하나와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총 6개의 메달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만큼 지난 3년 동안 한국 사격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전날 박하준(KT)과 금지현(이상 24·경기도청)이 사격 혼성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한국 대표팀 최연소 선수인 반효진(17·대구체고)이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본선에서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효진은 대회 본선에서 634.5점으로 전체 1위에 오르며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출전권을 얻었다.

44명이 출전해 60발 합산 기록(1발당 최고 점수 10.9점)으로 상위 8명을 추리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종목에서 반효진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르웨이의 듀스타드 헤그가 쏜 632.9점을 1.6점을 넘어서 새로운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총을 잡은지 불과 3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오예진은 전날 베로니카 메이저(헝가리)에 이어 2위로 본선 벽을 넘었다. 582점으로 메이저와 동률을 이뤘으나 엑스텐 개수에서 2개 밀려 2위로 결선에 올랐다. 김예지는 578점으로 전체 5위.

이날 중간 이후 1,2위에서 치열히 경쟁한 둘은 막판 마누 바케르(인도)의 무서운 추격을 받았다. 김예지의 실수가 나오며 바케르에게 0.1점 차로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바케르가 10.3을 쏜 반면 김예지가 10.5으로 0.1점 차로 바케르를 먼저 탈락시켰다.

김예지(왼쪽부터)과 오예진이 1,2위를 차지한 뒤 활짝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예지(왼쪽부터)과 오예진이 1,2위를 차지한 뒤 활짝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오예진과 김예지의 최종 금메달 결정전이 됐고 오예진이 최종 승자가 됐다. 포디움에 둘이 나란히 올랐고 이번 대회 처음으로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오예진은 중계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첫 올림픽이라 너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최대한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했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기에 그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딱히 이기려고 했다기보다는 어차피 같은 팀원이고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만족하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사격연맹(ISSF) 자카르타 월드컵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오예진은 지난 2월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오르며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나서자마자 바로 금메달을 선사하며 눈물을 흘렸다.

반효진과 함께 10년 이상 한국 사격의 역사를 함께 써나갈 수 있는 젊은 선수로서 큰 기대를 모은다.

이미 금메달 목표 하나를 채웠지만 추가적으로 금빛 총성이 울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올해 국제사격연맹(ISSF) 뮌헨 월드컵에서 여자 25m 권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예지는 바쿠 월드컵에선 권총 1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더니 주종목 25m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 종목 공기권총 25m에서도 이날 못 이룬 금메달의 꿈에 도전한다. 김예지는 "부담은 전혀 없었고 굉장히 재미있었다. 열심히 해온 만큼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은메달도 매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효진도 29일 오후 4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사격 공기 소총의 반효진. /사진=뉴스1
사격 공기 소총의 반효진. /사진=뉴스1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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