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토트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토트넘 홋스퍼 팬들이 '고3 슈퍼루키' 양민혁(18, 강원FC) 영입에 환호성을 질렀다. 심지어는 양민혁 이름을 올바르게 발음하는 법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29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은 양민혁과 계약하기 위해 기록적인 이적료를 지불했다. 그리고 강원 측에서 추천한 어린 선수를 홋스퍼 웨이로 추가 초청하는 등 협상을 더 편하게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2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양민혁이 강원FC에서 토트넘으로 합류한다. 우리는 K리그1 강원FC 소속인 그의 입단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 지난 4월 만 18세가 된 양민혁은 2030년까지 계약에 동의했으며 2025년 1월에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시간 강원도 구단 공식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을 공개했다. 김진태 구단주가 직접 출연해 양민혁의 행선지를 밝혔고, 김병지 대표이사가 뒷이야기를 전했다.
양민혁은 2024년 K리그 최고의 '뉴페이스'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에 합류했고,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양민혁은 지금도 강릉제일고를 다니고 있는 고3 신분이지만, K리그1을 휩쓸고 있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양민혁은 개막 전부터 윤정환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드리블을 자랑했다. 그는 제주와 개막전부터 출전하며 강원 역대 최연소 출장 기록(만 17세 10개월 15일)을 세웠고, 데뷔 35초 만에 도움까지 작성했다.
직접 골 맛을 보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양민혁은 2라운드 광주전에선 득점포를 가동하며 역사상 두 번째 준프로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고, 구단 역대 최연소 득점, K리그1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양민혁은 이후로도 슈팅과 드리블, 패스, 움직임 등 모든 면에서 18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플레이를 펼쳤다. 4월부터 6월까지 3회 연속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휩쓸며 K리그1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측면을 휘젓는 모습을 보면 손흥민의 후계자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현재 양민혁의 데뷔 시즌 성적은 25경기 8골 4도움. 역대급 재능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강원도 양민혁의 활약을 높이 사 지난달 프로 계약까지 체결했다. 2006년생 양민혁은 K리그 무대를 누빈 지 고작 3개월 만에 프로 신분으로 올라서게 됐다. 준프로 신분은 1년 유지되지만, 강원이 6개월 빨리 선물을 안긴 셈.
프로 계약을 맺은 양민혁이 토트넘에 입단하는 데까지는 딱 1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실 그를 원하는 팀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김병지 대표에 따르면 토트넘뿐만 아니라 최근 프리미어리그(PL)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빅클럽, 중위권 팀, 챔피언십에서 막 올라온 팀, 라리가 상위권 팀 등이 양민혁을 영입하고자 연락을 보냈다.
토트넘이 최후의 승자가 됐다. 김병지 대표는 "토트넘은 5월 말에 제안을 건넸다"라며 "양민혁을 프로 계약으로 전환한 건 이적 때문은 아니었다. 토트넘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안한 팀도 있었다. 하지만 양민혁 본인이 토트넘을 더 우선으로 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민혁이 더 발전하기 좋은 팀이 어디일까 역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토트넘도 양민혁에게 진심을 보였다. 김병지 대표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적료로 역대 K리그에서 유럽으로 직행한 선수 중 최고액을 제시했고, 6년이라는 장기 계약서를 내밀었다. 여기에 양민혁의 아시안게임 차출 허용 조항, 강원 측 유망주의 토트넘 유스팀 훈련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강원 구단 라이브에 출연한 양민혁은 "처음엔 이런 팀이 저에게 오퍼했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협상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라며 "제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더 많은, 이상한 말들이 나올 것 같아 말을 아꼈다. 이렇게 정식 '오피셜'이 났을 때 말하는 게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들한테도 귀띔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스퍼스 웹은 양민혁 영입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매체는 "토트넘으로서는 위험이 하나도 없는 거래로 보인다. 아마 그들은 양민혁 이적료로 몇 백만 파운드 정도를 지불했을 것"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매체는 "양민혁이 환상적인 선수로 발전한다면 훌륭하다! 만약 그렇지 못하게 되더라도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라며 "토트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양민혁!"이라고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영국 현지에선 양민혁의 발음법도 화제를 모았다. 낯선 발음인 만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팬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오간 것.
스퍼스 웹은 "한국에서는 이름보다 성이 먼저다. 대부분 토트넘 팬들이 '흥-민-손'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순서는 사실 '손-흥-민'이다. 양민혁도 마찬가지다. '민-혁-양'이 아니라 '양-민-혁'이라고 발음해야 한다"라며 "음운적으로는 '양-민-흐-육(Yang-Min-H-yook)'이라고 발음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영표(2005~2008)와 손흥민(2015~)에 이어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된 양민혁. 그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과 만나 악수도 나눴다.
양민혁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 첫 공식 인터뷰에서 "이런 정말 큰 팀에 오게 돼 영광이다. 이 팀에 합류하게 된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내 플레이 스타일은 매우 저돌적이다. 1대1 능력과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마무리 능력도 좋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여러 팀의 제안을 물리치고 토트넘을 고른 이유는 역시 '캡틴' 손흥민이었다. 양민혁은 토트넘과 첫 공식 인터뷰에서 "해외 팀으로 이적할 때는 적응 문제가 있는데, 손흥민이 있기에 같은 한국인으로서 적응하기 더 쉬울 거라고 판단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이기 때문에 (이적을 결정하는 데) 좋은 영향을 끼쳤다"라며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손흥민과) 아직 한 번도 대화를 해보지 못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양민혁은 강원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직은 강원FC에서 해야 할 것이 많다. 강원FC에서 더 좋은 모습, 좋은 활약으로 팬분들께 좋은 선물을 드리고 토트넘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다. 토트넘에 합류해서도 곧바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제 양민혁은 팀 K리그 소속으로 토트넘 팬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2년 만에 다시 방한한 토트넘은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양민혁도 팬 투표에서 '쿠플영플'로 선정되면서 K리그를 대표할 기회를 얻었다.
손흥민과 양민혁의 골잡이 대결로 기대를 모은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주로 좌측 공격수로 활약하기에 경기장에서 직접 부딪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양민혁이 손흥민이 보는 앞에서 토트넘 골망을 흔들거나 그 반대 상황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양민혁은 28일 서울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면서 손흥민과 짧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따로 연락을 드리진 않았지만, 메디컬 테스트를 하면서 손흥민 선수와 만나고 왔다. 손흥민 선수는 '지금 잘하고 있다. 영어 공부 많이 하라'고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제 둘은 이틀 뒤 피치 위에서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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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토트넘 홋스퍼, 스퍼스 웹, 스퍼스 글로벌, 강원FC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