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홀드 1위' 무쇠팔 노경은이 전하는 진심 ''팬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장 인터뷰]
입력 : 2024.08.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SSG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SSG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KBO 리그 어느 팀이 그렇듯 SSG 랜더스에는 수호신이 있다.

나이가 좀 있다. 1984년 3월 11일생. 만으로 40세. 올해로 불혹(不惑)이다. 야속하게도 평균 직구 구속은 시속 143.8㎞(스탯티즈 기준). 아무리 쥐어짜도 시속 148㎞가 한계다. 그러나 SSG의 그 누구보다 안정감 있는 활약을 자랑한다. 8월 9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59경기 6승 4패 28홀드 평균자책점 2.63. 28홀드는 SSG를 넘어 KBO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는다. 좌타자 상대 피OPS(출루율+장타율) 0.678, 우타자에는 0.681이다. 상황이 긴박할수록 불혹의 노장은 더 강해진다. 주자가 없을 때보다(피안타율 0.258), 있을 때(피안타율 0.195) 더 단단하다. 득점권에서 그의 피안타율은 0.178(73타수 13안타)에 불과하다.

그래서 KBO 리그 최고참에게 해당하는 나이에도 많은 경기에 나와 많은 이닝을 던졌다. 59경기 63이닝. 순수 불펜 중에선 불혹의 노경은이 KBO 리그 전체 1위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86이닝 페이스. 무쇠팔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그 탓에 팬들은 노경은의 등판에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노심초사다. 구속이 한 번이라도 시속 140㎞가 찍히고, 이따금 홈런을 맞을 때면 '드디어 노경은이 지쳤구나' 걱정한다.

노경은도 이를 알고 있다. 걱정 어린 말을 구장을 오며 가며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9일 인천 두산전에서 만난 그는 "제가 SSG 팬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른 생각 말고 딱 자신과 팀만 생각하고 응원해 주길 바랐다. 노경은은 "난 내가 힘들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감독님과 수석코치님께 따로 말씀드린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던진다는 건 정말 내가 괜찮아서 던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에 출전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에 출전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팬들의 걱정을 이해하고 또 이해했다. 하지만 올해의 그는 특별히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은 이유가 있다. 노경은은 미소와 함께 "팬분들이 어떤 부분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감독님의 경우 항상 나를 쉬게 해 주려고 하시는 분인데 내가 던지고 싶어 나간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면서 "나는 오히려 지금 한 가지를 확인하고 싶어 나간다"고 말을 이었다.

많은 나이에 체력을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매 경기 등판 후 피로도 어린 선수들보다 늦게 풀리기에 매일같이 고민한다. 그러던 지난달 우연한 기회에 방법을 하나 찾았다.

노경은은 "내가 이렇게 잘 던질 수 있는 건 트레이닝 파트의 공이 가장 크다. 정말 내 몸과 팔을 엄청 신경 쓰고 관리해 준다"고 추켜세운 뒤 "보통 피곤할 때 빨리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데 그러면 다음 날 몸이 무겁기 마련이다. 그러다 지난달에 우연히 '쉴 때 몸이 무거운데 숨찰 정도 말고 가볍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어떨까' 하고 해봤는데 컨디션이 좋아졌다. 그 루틴을 계속 가져가니까 컨디션도 유지되고 기복도 줄어들었다. 얻어걸렸다"고 미소 지었다.

이렇듯 한 해 한 해 새로운 야구는 불혹의 베테랑도 다시 가슴 뛰게 한다. 노경은은 "난 슈퍼스타나 대(大)선수가 아니다. 그래서 커리어라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야구했던 사람 중 하나다. 다만 오랫동안 야구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시험 삼아 해본 것이 결과가 좋게 나오면 재미가 있다. 그런 것에 만족하며 던져왔고 그런 부분이 내년을 또 기다리게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노경은은 2022년 SSG에 합류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국가대표에도 승선해봤지만, 최근 자신이 KBO 리그에 남기고 있는 기록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16일 잠실 두산전 홀드로 KBO 리그 단일 시즌 30홀드 기록을 세웠다. 올해 7월 11일 인천 롯데전에서는 20홀드를 달성,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 포함 SSG 구단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20홀드라는 뜻깊은 기록을 남겼다.

노경은은 "지난달에 구단 최초 2년 연속 20홀드 기록을 세웠는데 올해는 꼭 30홀드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말했다시피 난 커리어가 좋은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올해도 30홀드를 하면 리그에 내 이름 석 자 하나쯤은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동기부여가 확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정말 많이 나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또 시즌 처음과 끝이 똑같다는 걸 증명하고 싶기에 그거 하나만 보고 몸 관리를 하고 힘들어도 웨이트를 한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 시속 146㎞의 공을 던지고 지금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내 목표다. 그러니 팬분들께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라는 이야기를 꼭 한번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밝게 웃었다.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에 출전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에 출전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