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억 좌완 vs 90억 우완, 숨 막히는 ERA 꼴찌 전쟁…사령탑&팬들 속만 타들어간다
입력 : 2024.08.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SG 김광현(좌)과 롯데 박세웅 / OSEN DB

[OSEN=수원, 이후광 기자] 그야말로 숨 막히는 꼴찌 전쟁이다. 등판 때마다 평균자책점이 치솟으며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최하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등판을 하지 않는 게 이득일 정도다. 고액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선수들이 나란히 이런 경쟁을 하고 있으니 사령탑과 팬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지난 10일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최하위의 주인이 바뀌었다. SSG 랜더스의 에이스이자 자존심 김광현(36)이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7탈삼진 4실점 난조를 겪으며 평균자책점이 5.30에서 5.38로 치솟았다. 지난 9일 롯데 자이언츠 토종 에이스 박세웅(29)이 평균자책점 5.34로 꼴찌가 된지 불과 하루 만에 다시 꼴찌가 바뀐 것이다. 

김광현은 2-0으로 앞선 2회초 선두타자 양석환의 좌전안타, 허경민의 사구로 처한 2사 2, 3루 위기에서 이유찬 상대 2타점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타선이 3회말 3점을 뽑아 5-2로 앞선 채 5회초를 맞이했지만, 2사 1루에서 두산 외국인타자 제러드 영 상대 추격의 좌월 투런포를 헌납했다. 0B-2S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3구째 슬라이더가 비거리 105m 좌월 홈런으로 연결됐다. 김광현의 시즌 17번째 피홈런이었다. 

투구수가 92개에 달한 김광현은 5-4로 근소하게 앞선 6회초 문승원에게 바통을 넘겼고, 문승원이 1사 후 허경민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아 승리 요건이 날아갔다. 팀도 6-10으로 패하면서 시즌 53승 1무 55패 6위가 됐다. 

11일 오전 기준 KBO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19명(외국인투수 12명, 국내투수 7명)이다. 그 가운데 평균자책점 5점대를 기록 중인 투수는 김광현과 박세웅 등 2명뿐이다. 후반기 들어 김광현이 6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71, 박세웅이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5.28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치열한 평균자책점 꼴찌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SSG 김광현 / OSEN DB

[OSEN=박준형 기자] 10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진행됐다.이날 KT는 조이현을, 롯데는 반즈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롯데 박세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4.08.10 / soul1014@osen.co.kr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어마어마한 금액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을 한 고액연봉자이자 팀의 에이스라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었던 김광현은 2022년 3월 초 4년 총액 151억 원에 친정 SSG로 돌아왔고, 박세웅은 2022년 10월 말 롯데 구단 최초로 5년 총액 90억 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SSG, 롯데 모두 두 선수에게 장기간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면서 거액을 안겼는데 평균자책점 꼴찌 경쟁을 하고 있으니 속이 탈 노릇이다.

SSG는 올 시즌 53승 1무 55패 6위, 롯데는 46승 3무 55패 9위에서 허덕이고 있다. 에이스가 연패 스토퍼 또는 연승을 이어주는 승리 요정 역할을 수행해야하는데 후반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김광현, 박세웅이 나오는 경기에서 상승세가 끊기거나 연패가 길어진다. 두 팀이 좀처럼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들의 지분이 제법 있다. 김광현은 볼넷 3위(50개), 박세웅은 공동 6위(45개)에도 올라 있다. 

박세웅의 경우 9일 수원 KT 위즈전 난조가 평균자책점 급상승의 원인이었다. 4이닝 동안 12피안타(1피홈런) 5볼넷 1탈삼진 8실점(7자책) 난타를 당하면서 4.99였던 평균자책점이 5.34까지 치솟았다. 

롯데 박세웅 / OSEN DB

왜 두 에이스는 수난시대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롯데 김태형 감독에게 10일 박세웅의 부진 원인을 묻자 “선수한테 직접 물어봐 달라. 나도 궁금하다”라며 “내가 보기엔 박세웅의 가슴이 약하다. 본인은 들어간다고 하는데 안 된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속이려고 하다가 잘 안 되고, 불리한 카운트에서는 공이 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맞는다. 본인 공만 던지면 되는데 이렇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지금 박세웅 정도면 사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건 아니다”라는 냉정한 시선을 드러냈다.

롯데도 10일 SSG와 마찬가지로 9일 박세웅의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며 KT에 6-10으로 패했다. 4연승 상승세가 끊긴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그런 내용으로 투구하면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는다. 후반에 타선이 따라갔지만, 초반에 그러면 힘들다. 한 이닝에 3~4점을 우습게 줘버리더라”라고 박세웅의 투구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backlight@osen.co.kr

롯데 박세웅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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