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28, 용인시청)이 2m31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우상혁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로 7위를 기록했다.
앞서 우상혁은 대회 예선 A조에서 2m27을 넘으면서 조 공동 2위이자 전체 공동 3위로 결선에 올랐다. 여기에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이 예선 중 통증을 호소하고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가 신장 결석 증세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우상혁의 메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가 싶었다.
운명의 결선. 이날 우상혁은 2m17과 2m22를 모두 1차 시기에 넘었다. 2m27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1차 시기에서는 바를 살짝 건드렸지만, 2차 시기에서 가뿐히 넘으며 가슴을 툭 쳤다. 탐베리와 얀 슈테펠라(체코), 로메인 벡포드(자메이카) 등은 2m27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우상혁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2m31에서 3차 시기까지 모두 실패하면서 대회를 마감했다. 그는 세 번째 시도에서 바를 건드린 뒤 매트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우상혁은 박수를 보내주는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바르심과 셸비 매큐언(미국)은 단번에 2m31을 통과했다. 아카마쓰 료이치(일본), 스테파노 소틸레(이탈리아), 올레 도로슈크(우크라이나)에 이어 해미시 커(뉴질랜드)도 3차 시기에서 2m31을 넘었다. 그러면서 우상혁의 순위는 7위로 확정됐다.
우상혁은 유력한 메달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일찍 경기를 마치면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는 실내 최고 2m36, 실외 최고 2m35의 개인 기록을 가지고 있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최고 기록인 2m3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우상혁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였다. 그는 2016 리우 대회에선 2m26을 기록했으나 예선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2020 도쿄 대회는 달랐다. 당시 우상혁은 결선에서 2m35를 뛰어넘으며 금은동 바로 밑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시상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한국 육상 역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였다. 게다가 우상혁은 활짝 웃는 미소와 남다른 쇼맨십, 다른 국가 선수들과 보여준 스포츠맨십으로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대회에서 2m34의 기록으로 우승했고, 실외 세계선수권에서도 2m35로 2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2m33),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을 일궈내며 한국 육상 역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우상혁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 포디움이었다. 만약 그가 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한국 육상 트랙·필드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 육상이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1992 바르셀로나 대회 황영조의 금메달과 1996 애틀랜타 대회 이봉주의 은메달뿐으로 둘 다 도로 종목 마라톤에서 나왔다.
하지만 우상혁은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그는 머리까지 삭발하면서 이번 대회에 임했으나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우상혁은 경기 후 김도균 감독을 언급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감독님 생각만 하면 너무 눈물이 난다"라며 "지난 3년간 감독님과 열심히 했다. 나도 힘들지만, 감독님도 힘드셨을 것이다. 내가 더 기쁘게 해드리지 못해 아쉽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기쁘게 해드리겠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우상혁은 "앞으로 더 재밌게 높이뛰기를 하고 싶다. 매 시즌 다시 한번 준비해서 LA 대회까지 나갈 생각"이라며 4년 뒤를 기약했다. 끝으로 그는 "아쉽지만, 지난 3년간 고생했다. 이런저런 도전도 많이 했고, 훈련도 많이 했다. 나한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며 자신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한편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은 커였다. 그는 매큐언과 '점프 오프'까지 펼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커와 매큐언은 나란히 2m36을 넘으며 최후의 2인이 됐다. 그러나 둘 다 지친 탓인지 2m38의 벽에서 막혔고, 공동 금메달 대신 점프 오프로 1위를 가리기로 했다.
다시 맞닥뜨린 2m36. 커와 매큐언 모두 바를 건드렸다. 다음 시도였던 2m34에서 커는 넘었고, 매큐언은 실패하면서 메달 색이 갈렸다. 커가 뉴질랜드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을 획득하는 영광을 누렸다.
동메달은 바르심의 몫이었다. 그는 2m34까지 모두 한 번에 넘은 뒤 2m36에서 두 차례 실패했다. 그러자 3차 시도에서 2m38로 바를 높여 도전했으나 넘지 못하며 3위에 올랐다. 2012 런던, 2016 리우 대회 은메달, 2020 도쿄 대회에서 공동 금메달의 주인공이었던 바르심은 4개 대회 연속 입상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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