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금메달을 꿈꾸던 전웅태(29, 광주광역시청)의 도전이 눈물로 마무리됐다. 평소 자신 있던 사격에서 미끄러졌기에 더욱 쓰라린 눈물이었다.
전웅태는 1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남자부 결승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526점을 획득, 18명 중 6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전웅태는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입상을 노렸지만, 아쉽게 불발됐다. 그는 1964년 도쿄 대회부터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근대5종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주인공이다. 전웅태는 이번 대회에서 도쿄서 기록한 3위를 넘어 시상대 더 높은 곳을 겨냥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전웅태는 지난 9일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35점을 기록, 3년 전(9위)보다 높은 4위에 오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10일 열린 준결승에서도 합계 1515점으로 B조 2위를 기록, 상위 9명에게 돌아가는 결승 티켓을 가볍게 손에 넣었다.
결승에서도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전웅태는 첫 경기인 승마에서 300점 만점에 287점을 획득하면서 전체 4위(522점)로 출발했다. 5번째 장애물에서 말이 코스를 이탈하면서 시간 초과로 13점이 감점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웅태는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랭킹 라운드 하위부터 차례로 붙어 추가 점수를 따내는 보너스 라운드에서 알렉산더 달렌바흐(스위스), 파벨스 슈베초우스(라트비아), 아메드 엘겐디(이집트)를 차례로 잡아내며 6점을 추가했다. 중간 합계 순위는 3위(528점).
전웅태는 수영에서도 3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1분 59초 41의 기록(전체 7위)으로 312점을 추가, 840점으로 3위 자리를 지키며 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전웅태는 기대했던 레이저 런에서 미끄러졌다. 선두 엘겐디보다 17초 늦게 출발한 그는 사격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고전했다. 두 번째 사격에서 안정을 찾는가 싶었지만, 부진이 이어지면서 3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최종 순위는 6위로 메달권 밖이었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 전웅태. '뉴시스' 등에 따르면 그는 경기 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전웅태는 "잘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은) 안 되는 날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라며 "많은 국민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걸 다 듣고,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점이었던 사격에서 발목을 잡혔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전웅태는 "실수가 나와도 참고 이겨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쉬웠던 부분을 계속 연달아 반복한 게 많이 아쉽다"라며 "두 번째 사격에서도 실수가 나오니까 마음이 급해졌다. 승마에서부터 실수가 나와서 펜싱과 수영에서 잘 잡아냈는데 마지막에 끝맺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내 실수"라며 자책했다.
함께 출전한 서창완(27, 국군체육부대)은 1520점을 기록, 전웅태에 이어 7위로 경기를 마쳤다. 전웅태는 "(서창완과)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라며 서창완에게 '다 끝났다. 고생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서창완은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다"라면서도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서 내 경기력을 보여줘 영광이고, 행복했다. 최선을 다해서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라고 전했다. 그는 눈물을 흘린 선배 전웅태에 대해선 "기회를 눈앞에서 놓쳐서 나보다 형이 더 아쉬울 것것"이라며 "너무 자랑스럽고 멋있는 형이다. 수고했다고 전해주고 싶다"라고 얘기했다.
한편 금메달은 1555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쓴 엘겐디에게 돌아갔다.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이번 대회 이집트의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펜싱 랭킹 라운드부터 쭉 선두를 지킨 엘겐디다.
은메달은 일본의 사토 다이슈의 몫이었다. 그는 1542점으로 2위에 올랐다. 2012 런던 대회 은메달 차오중룽(중국), 2020 도쿄 전웅태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3번째 근대5종 메달리스트가 된 사토다.
동메달은 조르조 말란(이탈리아)이 거머쥐었다. 그는 1536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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