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종로, 고용준 기자] “후반까지 갔다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다.”
T1이라는 큰 산을 넘은 농심은 더 이상 미완의 대기는 아니었다. T1을 혼쭐 냈던 매운 맛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디플러스 기아(DK)까지 울릴 뻔 했다. 주도권을 쥐고 흔들면서 앞서 나아가 승전고 울린 서전을 포함해 2세트 중반까지 상대를 움찔하게 했던 압박은 예전의 나약한 이미지와는 달랐다.
1996년생으로 LCK 유일의 20대 1군 감독 박승진은 다가올 농심의 미래에서 희망을 믿고 있었다. 스프링 시즌 거뒀던 8위(4승 14패 득실 -16)와 같은 순위이지만 시즌이 두 경기나 남은 현 시점에서 2022시즌부터 팀이 겪고 있는 암흑기를 벗어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힘주어 강조했다.
농심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2라운드 DK와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구거’ 김도엽을 대신해 챌린저스에서 콜업된 원딜 출신 서포터 ‘바이탈’ 하인성이 1세트 POG에 선정될 정도로 분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박승진 농심 감독은 “1세트는 사고가 많이 있었지만, 준비된 픽으로 잘 이긴 것 같다. 2, 3세트 역시 ‘이겼다’고 생각한 기점들이 존재했지만, 유리함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한 것 같아 아쉽다”라고 경기를 총평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2세트는 우리가 많이 유리했던 경기였다. 바론 쪽에서 세세한 실수들이 겹쳐지면서 상대에게 역전의 빌미를 허용했다. 이즈리얼 WQ에 드래곤을 뺏긴 거는 사실 그냥 사고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 보다 우리가 바론 둥지 안에서 잘했어야 되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잘 안됐다. 3세트는 초반 1레벨 2레벨 타이밍에 상대방이 우리 카드에 대처가 미흡해 크게 이득을 보고 시작했는데, 이후 스노우볼 과정에서 디테일이 많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박승진 감독은 “세나의 경우 후반을 가면 거의 모든 챔피언들을 밸류에서 이긴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벌어놓았던 포인트들을 잘 살려서 후반까지 갔다면 우리가 이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 기세를 이어갈 수 있던 경기의 패배를 안타까워 했다.
2024 LCK 서머 시즌 농심은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팀의 체급을 필사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코치였던 ‘구거’ 김도엽을 현역으로 복귀시키면서 신예들로 구성된 주전들에게 팀 게임의 메뉴얼을 입력시켰고, 탑의 터줏대감이었던 ‘든든’ 박근우 대신 챌린저스에서 뛰던 ‘미하일’ 백상휘로 보다 단단한 상체를 구성해 갔다.
여기에 돌림판을 돌리듯 교체가 잦았던 미드 포지션 역시 ‘피셔’ 이정태로 굳히는 분위기는다. 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한 ‘바이탈’ 하인성까지 콜업해 기존과 다른 팀 이미지를 팬들 사이에 각인하는데 성공했다.
박승진 감독의 말처럼 크고 작은 실수를 통해 농심은 성장하고 있다. 그의 믿음이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