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의 부진이 오래 가고 있다. 후반기 타율 꼴찌로 추락했고, 보다 못한 김경문 한화 감독은 두 타석 만에 교체를 했다. 참다 참다 못 참고 빼버린 느낌이다.
페라자는 지난 11일 대전 키움전에서 3회말 1사 1,2루에서 중견수 뜬공 아웃됐다. 3B-1S 히팅 카운트에서 키움 투수 하영민의 5구째 한가운데 몰린 직구에 배트를 돌렸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높게 뜬 타구가 중견수 뜬공으로 잡히자 1루 덕아웃의 김경문 감독이 양승관 수석코치에게 뭔가 말하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선수 교체를 지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3회말 한화 공격이 끝난 뒤 4회초 수비 때 페라자가 빠졌다. 페라자의 1번 타순에 문현빈이 2루수로 들어갔다. 2루수 안치홍이 1루수로, 1루수 김인환이 페라자가 빠진 좌익수로 자리를 이동했다.
몸 상태에 이상이 있어 바뀐 건 아니었다. 페라자가 타격감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자 김경문 감독은 두 타석 만에 바꾸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페라자에겐 일종의 충격 요법이자 경고라고 볼 만하다.
페라자는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 복덩이로 떠올랐다. 5월까지 54경기 타율 3할2푼4리(210타수 68안타) 15홈런 42타점 출루율 .407 장타율 .614 OPS 1.021로 맹활약했다. 장타율·OPS 1위, 홈런 2위, 안타·타점 7위, 출루율 9위, 타율 10위에 오르며 채은성과 노시환이 고전하던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수비 중 펜스와 충돌로 가슴을 다친 뒤 페이스가 꺾였다. 단순 타박상이었지만 후유증이 꽤 오래 가면서 5경기 연속 결장했다. 이후 2경기를 뛰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2주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몸 상태가 회복된 뒤 1군에 복귀했지만 한창 좋을 때 모습이 아니었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 페라자는 ”시즌 초반 좋았을 때처럼 몸을 최대한 활용한 스윙으로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빨리 좋았을 때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감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후반기 들어 오히려 더 떨어졌다. 후반기 25경기 타율 2할2푼1리(104타수 23안타) 2홈런 7타점 출루율 .283 장타율 .327 OPS .610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후반기 규정타석 타자 63명 중 가장 낮은 타율. OPS도 62위로 LG 박해민(.586) 다음으로 낮다. 전반기 복덩이가 후반기 리그 최악 타자로 전락한 것이다.
외야수 중 가장 많은 9개의 실책으로 수비 기여도가 낮은 페라자는 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지난달 23일 대전 삼성전부터 8일 대구 삼성전까지 11경기 연속 지명타자로 나서며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에 전념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타순 이동 효과도 없다. 중심타선에서 해결하지 못하자 지난달 23일부터 페라자의 타순은 1번으로 바뀌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지금은 중심 타순보다 1번에서 편하게 치는 게 좋을 것 같아 바꿨다. 페라자가 잘 맞고, 출루를 많이 해야 팀이 산다”며 14경기 연속 1번 페라자 카드를 썼다.
김 감독이 나름 배려를 해줬고, 팀의 7연승과 맞물려 1번으로 고정됐지만 효과가 없다. 14경기 중 12경기에서 안타를 쳤지만 2안타 2경기를 제외한 10경기에서 1안타로 끝났다. 이 기간 장타는 2루타 2개가 전부였고, 득점권에서 14타수 연속 무안타로 1번 타순에서도 찬스에 약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페라자의 시즌 전체 성적도 90경기 타율 2할8푼5리(354타수 101안타) 18홈런 57타점 OPS .867로 떨어졌다. 준수한 성적이긴 하지만 외국인 타자 중에선 타율·OPS 8위로 하위권이다. 초반 활약이 강렬했으나 낙폭이 너무 크다. 페라자가 한창 날아 다녔던 5월까지는 김경문 감독이 팀에 없었다. 김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펜스와 충돌로 다친 뒤 페이스가 꺾였고, 복귀 후에는 리그 평균 이하 선수로 추락했다. 허슬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지만 김 감독의 눈에 페라자가 좋게 보일 리 없다. 두 타석 만의 교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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