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2년 연속이자 자신의 통산 세 번째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지명타자'(DH·Designated Hitter)라는 역할이다. 그는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여파로 올해는 투수 등판을 포기하고 지명타자로만 출전하고 있다.
MLB 역사에서 '지명타자 MVP'는 이 상을 시상하기 시작한 1911년 이후 단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지명타자 없는 전통을 고수하다가 2022년에서야 지명타자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내셔널리그(NL)는 물론 1973년부터 이 제도를 활용한 아메리칸리그(AL)에서도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지명타자를 투수의 휴식을 위해 대신 타석에 들어서는 '반쪽 자리 선수'로 인식하는 보수적인 시각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야구의 기본은 9명의 선수가 치고 달리고 잡고 던지는 공·수·주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는, 전통적 시각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지명타자가 MVP 투표에서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다. 수비 지표까지 포함하는 선수 평가 수치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뛰던 2021년과 2023년 투수와 타자 겸업을 하면서 두 차례 AL MVP를, 그것도 만장일치로 연거푸 수상했다. 두 차례 만장일치 MVP 수상은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MLB 최초의 기록이다. 쇼헤이는 투수로 등판할 때는 투타를 모두 수행하고, 등판일이 아닐 때는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단순하게 5선발 로테이션으로 따지면 5일 가운데 하루만 투타를 겸업하고 나머지 4일은 지명타자로만 뛴 셈이다. 오타니는 역대 MVP 가운데 지명타자로 더 많은 경기에 출장하면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유일한 선수다. 오타니가 투수와 지명타자가 아닌 포지션에서 소화한 빅리그 통산 수비이닝은 단 8.1이닝에 불과하다. 2021년 좌익수로 1이닝, 우익수로 7.1이닝을 뛰었다.
오타니는 LA 다저스로 이적해 NL 무대에서 경쟁하는 2024시즌에도 MVP에 근접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27일(한국시간) 현재 128경기에 나서 타율 0.292(507타수 148안타) 41홈런 94타점 100득점 40도루, 출루율 0.378, 장타율 0.615, OPS(출루율+장타율) 0.993을 기록하며 AL 홈런과 득점·장타율·OPS 1위, 타점과 도루 2위, 최다안타 3위, 출루율 4위, 타격 5위에 올라있다.
한때 타격 1위에 나서는 등 '트리플크라운'의 기세를 올리다가 8월 들어 타율 0.215로 주춤하는 등 타율이 3할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강타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8월에만 9홈런을 때려내며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2021년 46홈런)에 다가서고 있다. 지난 24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경기에서는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시즌 40번째 도루에 성공한 뒤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극적인 끝내기 중월 만루홈런을 폭발하며 시즌 40개째 홈런을 채워 MLB 통산 6번째이자 다저스 구단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아시아 선수로도 첫 기록이다. 앞서 1988년 호세 칸세코(오클랜드 애슬레틱스·42홈런-40도루), 1996년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42홈런-40도루),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42홈런-46도루),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워싱턴 내셔널스·46홈런-41도루), 2023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41홈런-73도루) 등 5명만이 '40-40클럽'에 가입했다.
오타니는 또 올해 자신의 126경기 출장(팀 129경기) 만에 40-40을 달성해 역대 최소 경기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소리아노의 147경기(팀 148경기)였다. 오타니는 25일 탬파베이전에서도 2경기 연속 홈런(41호)를 터뜨리며 MLB 최초의 '50홈런-50도루' 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타니는 NL MVP 0순위인가. 가장 강력한 후보인 것은 분명하다. 스포츠 베팅업체 bet365, 드래프트킹스 스포츠북, 팬듀얼 스포츠북 등은 오타니에게 최저 배당률을 책정해 수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예측했다.
그러나 이견도 없지 않다. 뉴욕 메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팟캐스트 '록트 온 메츠'의 라이언 핀켈스타인은 최근 "오타니가 프란시스코 린도어보다 MVP에 대한 가치가 더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오타니는) 원하는 만큼 스윙하고, 이닝과 이닝 사이에는 마사지를 받고 있을 것이다"고 지명타자로만 나서는 오타니를 저격했다.
오타니의 MVP 경쟁자인 뉴욕 메츠의 유격수 린도어를 지원하는 발언이다. 린도어는 27일 현재 131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270(540타수 146안타) 27홈런 78타점 90득점 25도루, 출루율 0.341, 장타율 0.489, OPS 0.830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NL 득점 3위, 최다안타 5위, 홈런 6위, 장타율 7위, 도루 공동 9위, OPS 10위, 타점 공동 11위, 출루율 17위, 타율 23위에 각각 올라있다. 타격 성적만 놓고 비교하면 오타니에 한참 미치치 못하지만, 체력소모가 많은 유격수 자리에서 전 경기에 출장하며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열거한 베팅업체에서도 린도어는 오타니 다음 순위에 자리해 있다. 그 뒤로 마르셀 오즈나(애틀랜타), 엘리 데 라 크루즈(신시내티 레즈), 브라이스 하퍼(뉴욕 메츠) 등이 후보군을 이루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마이크 페트리엘로의 글에서 오타니의 MVP 수상에 살짝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MVP 레이스는 생각보다 치열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보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양강 경쟁 체제다"면서 "내셔널리그는 4명을 넘어 5명까지도 경쟁에 뛰어들어있다"고 했다.
근거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ins Above Replacement)다. AL에서는 저지가 9.5, 위트 주니어가 9.0으로 아주 높은 수치를 자랑하고, 그 뒤로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7.8), 거너 헨더슨(볼티모어 오리온스·6.7). 재런 듀란(보스턴 레드삭스·6.0)이 간격을 두고 있다. NL에서는 린도어(6.5)가 오타니(6.3)보다 오히려 앞서 있다. 그 뒤로 데 라 크루즈(5.9),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나몬드백스·5.3), 오즈나(4.3)가 촘촘하게 서있다.
오타니는 2021·2023년 투타 겸업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올려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올해는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지명타자로만 나서 수비기여도는 '제로'(O)다. 이런 상황에서 특급 유격수와 경쟁에서 MVP를 굳히기 위해서는 더 압도적인 타격 성적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로 눈을 돌려보자. MLB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야구 원년 1982년 박철순(OB 베어스·투수)을 시작으로 지난해 에릭 페디(NC 다이노스·투수)까지 42명의 역대 MVP 가운데 지명타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KBO의 MVP 공식 명단에서는 지명타자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MVP 수상자 가운데 그 해 지명타자로서 골든글러브까지 받은 선수는 있다. '지명타자 MVP'라고 여길 수 있는 사례다. 1991년 MVP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장종훈(빙그레 이글스)이 KBO의 MVP 명단에는 내야수로 표기돼 있지만 그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지명타자 부문에서 영광을 안았다. 장종훈은 내야수 출신으로 1988·1990년 유격수 부문에서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1991년 지명타자 부문에서 한 차례 더 수상했다. 1991년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은 류중일(삼성 라이온즈·현 야구국가대표 감독)에게 돌아갔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 가운데 MVP에 오른 선수는 이승엽(삼성·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있는데, 두 상의 수상 연도가 각각 다르다. 이승엽은 MVP를 5차례(1997·1999·2001~2003년) 수상했고 그 때마다 골든글러브 1루수 상을 차지했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상을 받은 것은 2012·2014·2015년이다. 이대호는 2010년 MVP의 영광을 안을 때 골든글러브 3루수 상을 받았다. 지명타자 상은 2018년과 은퇴 시즌이던 2022년 두 차례였다.
올해 MVP 후보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선수는 KIA 타이거즈의 3루수 김도영(21)이다. 그는 지난 5월 KBO 사상 첫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했고, 통산 9번째이자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국내선수 첫 번째로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고 있다. 8월 27일까지 120경기(팀 122경기)에 나서 타율 0.344(462타수 159안타) 32홈런 92타점 117득점 35도루, 출루율 0.418, 장타율 0.634, OPS 1.052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장타율·OPS 1위, 홈런 공동 2위, 타율·최다안타·출루율 3위, 도루 5위, 타점 6위다. 타격 전 부문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라있다.
김도영은 득점과 장타율 등에서 1위에 올라있지만,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이루는 타율·홈런·타점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지 않다. 역대 KBO리그 MVP 가운데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투수)과 타율·홈런·타점(타자) 등 '트리플 크라운'에 해당하는 주요 부문 1위 하나도 없이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2021년 아리엘 미란다(두산·투수)가 사상 처음으로 다승왕에 오르지 못한 채 투수 MVP에 등극했는데 그해 탈삼진(225개)과 평균자책점(2.33)에서는 모두 1위였다. 김도영의 최다 실책(26개) 기록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김도영이 오타니와 마찬가지로 조금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MVP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현재 타율 1위는 길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0.356), 홈런 1위는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37개), 타점 1위는 오스틴 딘(LG 트윈스·112점)이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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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
MLB 역사에서 '지명타자 MVP'는 이 상을 시상하기 시작한 1911년 이후 단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지명타자 없는 전통을 고수하다가 2022년에서야 지명타자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내셔널리그(NL)는 물론 1973년부터 이 제도를 활용한 아메리칸리그(AL)에서도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지명타자를 투수의 휴식을 위해 대신 타석에 들어서는 '반쪽 자리 선수'로 인식하는 보수적인 시각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야구의 기본은 9명의 선수가 치고 달리고 잡고 던지는 공·수·주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는, 전통적 시각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지명타자가 MVP 투표에서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다. 수비 지표까지 포함하는 선수 평가 수치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뛰던 2021년과 2023년 투수와 타자 겸업을 하면서 두 차례 AL MVP를, 그것도 만장일치로 연거푸 수상했다. 두 차례 만장일치 MVP 수상은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MLB 최초의 기록이다. 쇼헤이는 투수로 등판할 때는 투타를 모두 수행하고, 등판일이 아닐 때는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단순하게 5선발 로테이션으로 따지면 5일 가운데 하루만 투타를 겸업하고 나머지 4일은 지명타자로만 뛴 셈이다. 오타니는 역대 MVP 가운데 지명타자로 더 많은 경기에 출장하면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유일한 선수다. 오타니가 투수와 지명타자가 아닌 포지션에서 소화한 빅리그 통산 수비이닝은 단 8.1이닝에 불과하다. 2021년 좌익수로 1이닝, 우익수로 7.1이닝을 뛰었다.
오타니는 LA 다저스로 이적해 NL 무대에서 경쟁하는 2024시즌에도 MVP에 근접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27일(한국시간) 현재 128경기에 나서 타율 0.292(507타수 148안타) 41홈런 94타점 100득점 40도루, 출루율 0.378, 장타율 0.615, OPS(출루율+장타율) 0.993을 기록하며 AL 홈런과 득점·장타율·OPS 1위, 타점과 도루 2위, 최다안타 3위, 출루율 4위, 타격 5위에 올라있다.
오타니 쇼헤이가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 경기에서 9회 말 끝내기 만루 홈런을 때려내고 손을 번쩍 들고 있다. 그는 이 홈런으로 MLB 통산 6번째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AFPBBNews=뉴스1 |
오타니 쇼헤이가 24일(한국시간) 2024 MLB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경기에서 4회 말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오타니는 또 올해 자신의 126경기 출장(팀 129경기) 만에 40-40을 달성해 역대 최소 경기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소리아노의 147경기(팀 148경기)였다. 오타니는 25일 탬파베이전에서도 2경기 연속 홈런(41호)를 터뜨리며 MLB 최초의 '50홈런-50도루' 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타니는 NL MVP 0순위인가. 가장 강력한 후보인 것은 분명하다. 스포츠 베팅업체 bet365, 드래프트킹스 스포츠북, 팬듀얼 스포츠북 등은 오타니에게 최저 배당률을 책정해 수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예측했다.
그러나 이견도 없지 않다. 뉴욕 메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팟캐스트 '록트 온 메츠'의 라이언 핀켈스타인은 최근 "오타니가 프란시스코 린도어보다 MVP에 대한 가치가 더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오타니는) 원하는 만큼 스윙하고, 이닝과 이닝 사이에는 마사지를 받고 있을 것이다"고 지명타자로만 나서는 오타니를 저격했다.
뉴욕 메츠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 /AFPBBNews=뉴스1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마이크 페트리엘로의 글에서 오타니의 MVP 수상에 살짝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MVP 레이스는 생각보다 치열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보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양강 경쟁 체제다"면서 "내셔널리그는 4명을 넘어 5명까지도 경쟁에 뛰어들어있다"고 했다.
근거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ins Above Replacement)다. AL에서는 저지가 9.5, 위트 주니어가 9.0으로 아주 높은 수치를 자랑하고, 그 뒤로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7.8), 거너 헨더슨(볼티모어 오리온스·6.7). 재런 듀란(보스턴 레드삭스·6.0)이 간격을 두고 있다. NL에서는 린도어(6.5)가 오타니(6.3)보다 오히려 앞서 있다. 그 뒤로 데 라 크루즈(5.9),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나몬드백스·5.3), 오즈나(4.3)가 촘촘하게 서있다.
오타니는 2021·2023년 투타 겸업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올려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올해는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지명타자로만 나서 수비기여도는 '제로'(O)다. 이런 상황에서 특급 유격수와 경쟁에서 MVP를 굳히기 위해서는 더 압도적인 타격 성적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2023년 1월 26일 부산 기장-KBO야구센터 리틀-소프트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Next-Level Training Camp에서 인터뷰하는 장종훈 감독. /사진=양정웅 기자 |
프로야구 원년 1982년 박철순(OB 베어스·투수)을 시작으로 지난해 에릭 페디(NC 다이노스·투수)까지 42명의 역대 MVP 가운데 지명타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KBO의 MVP 공식 명단에서는 지명타자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MVP 수상자 가운데 그 해 지명타자로서 골든글러브까지 받은 선수는 있다. '지명타자 MVP'라고 여길 수 있는 사례다. 1991년 MVP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장종훈(빙그레 이글스)이 KBO의 MVP 명단에는 내야수로 표기돼 있지만 그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지명타자 부문에서 영광을 안았다. 장종훈은 내야수 출신으로 1988·1990년 유격수 부문에서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1991년 지명타자 부문에서 한 차례 더 수상했다. 1991년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은 류중일(삼성 라이온즈·현 야구국가대표 감독)에게 돌아갔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 가운데 MVP에 오른 선수는 이승엽(삼성·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있는데, 두 상의 수상 연도가 각각 다르다. 이승엽은 MVP를 5차례(1997·1999·2001~2003년) 수상했고 그 때마다 골든글러브 1루수 상을 차지했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상을 받은 것은 2012·2014·2015년이다. 이대호는 2010년 MVP의 영광을 안을 때 골든글러브 3루수 상을 받았다. 지명타자 상은 2018년과 은퇴 시즌이던 2022년 두 차례였다.
KIA 김도영이 8월 22일 광주 롯데 전에서 6회 추격의 시즌 32호 솔로 홈런을 터트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
김도영은 득점과 장타율 등에서 1위에 올라있지만,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이루는 타율·홈런·타점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지 않다. 역대 KBO리그 MVP 가운데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투수)과 타율·홈런·타점(타자) 등 '트리플 크라운'에 해당하는 주요 부문 1위 하나도 없이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2021년 아리엘 미란다(두산·투수)가 사상 처음으로 다승왕에 오르지 못한 채 투수 MVP에 등극했는데 그해 탈삼진(225개)과 평균자책점(2.33)에서는 모두 1위였다. 김도영의 최다 실책(26개) 기록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김도영이 오타니와 마찬가지로 조금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MVP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현재 타율 1위는 길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0.356), 홈런 1위는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37개), 타점 1위는 오스틴 딘(LG 트윈스·112점)이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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