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티켓 할인을 해도 극장을 찾는 영화 관객들을 감소했다. 오히려 할인도 없던 추석 연휴 기간 영화 '베테랑2'는 좌석판매율 1위를 유지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결국 영화 흥행에 중요한 건 '표값'이 아니었던 게 증명된 셈이다.
CJ CGV는 지난 달 26일부터 29일까지 기존 티켓 가격을 절반 가량 인하하는 '문화가 있는 날', 일명 '컬처데이' 행사를 '컬처위크'로 확대해 진행했다. 당시 배우 최민식이 '손석희의 질문들'에 게스트로 출연해 성인 기준 1인당 1만 5000원의 영화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성토했던 상황. 이는 영화계와 관객들의 뜨거운 환영을 불렀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컬처위크' 진행 당시 극장을 찾은 관객 수가 74만 여 명으로, 할인을 진행하지 않던 전주 대비 오히려 4~5만여 명 안팎까지 줄어든 것이다. 비록 할인 선택에 제한폭이 컸다고는 하나, '비싼 티켓 가격'이 최근 영화 침체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던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결과였다.
심지어 티켓 가격 변화 없이도 흥행작은 탄생하고 있다. 당장 최근 추석 연휴 기간만 해도 영화 '베테랑2'이 400만 명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 돌파는 물론 흥행작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베테랑2'는 지난 13일 개봉 이후 계속해서 국내 박스오피스 좌석판매율 1위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발레리노', '화차'로 호평받은 변영주 감독은 이 같은 변화를 비롯한 영화계 불황에 대해 최근 진행한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그 모든 것이 우리가 과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영화가 과연 지금 예전처럼 '핫 미디어'는 아니다. '쿨 미디어'가 된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정말 계속 다 안 되고 있나 하면 그 것도 아니"라고 냉정하게 바라봤다.
특히 그는 "티켓값과 관련해서는 '가격이 올라간 만큼 서비스가 좋아졌는가'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다"라고 봤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부터 극장들은 다 키오스크화 돼있는데 그게 단순하게 노인 분들이 힘들다는 게 아니라 '이 돈 내고 극장에 왔는데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는 걸까'라는 느낌을 주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라며 극장 서비스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영주 감독은 "인증샷의 문제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극장에 봐서 SNS에 왔을 때 극장에서 마련해주면 어떻겠나. 홍보 포스터나 구조물 말고 다양하게 저 어렸을 때 극장 가면 영화 스틸 사진, 현장 사진을 붙여놓기도 했다. 피드백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가나 판단 분석하는 사람은 많은데 '어떻게 해야 잘 되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 다양한 문화산업 가운데 영화 만큼 혹은 그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성행하는 사업들도 있는 바.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야구와 전시가 그에 해당한다. 야구의 경우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장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만족도가 야구팬들 사이에서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전시 역시 박물관의 유물부터 미디어아트까지 다채로운 콘텐츠와 SNS를 통해 이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이목을 끌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부터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서울의 봄'부터 '파묘', '범죄도시4'까지 모두 비싼 티켓 가격을 뚫고 흥행 대박을 터트린 작품들이다. 더욱이 흥행 대박의 작품들 외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신선한 기대감을 남긴 작품들도 있었다. 배우 변요한과 신혜선의 반전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 배우 이성민과 이희준, 공승연의 B급 스릴러 코미디를 재기발랄하게 그려낸 '핸섬가이즈', 소녀들의 청춘물로 의미 있는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보여주고 있는 '빅토리' 등이 그 예다.
결국 티켓 가격이 영화계 불황의 대표 이유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컬처위크'에서도 입증된 셈이다. 이제는 티켓 가격 핑계를 대기에도, 원인을 찾아 수정하기에도 불황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 보다 현실적인 성공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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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CGV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