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2024년 최고 기대작으로 평가 받는 ‘정년이’갸 베일을 벗었다. 여성국극단이라는 신선하지만 낯선 소재, 그리고 인기 많은 원작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주목된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정지인 감독과 배우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 등이 참석했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 받은 정지인 감독의 차기작인 만큼 기대를 모은다.
정지인 감독은 “여성 국극을 하기 위해 모인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시골에서 올라온 정년이가 매란국극단에 입단하고 만나게 된 사람들과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원작의 메시지를 달리 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원작 속에 있었던 여성 서사 같은 게 벗을 수 없다. 그 뿌리에서 나왔기에 굳이 숨기지 않는다. 각색 과정에서 상의하면서 크게 잡아야 할 건 1950년대 여성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건 지금도 같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 사람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여성 국극을 하겠다고 하고 공부하면 놀랍게도 요즘 아이돌 팬덤 문화와 비슷하다. 요즘 분들이 공감하기에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연습생을 거쳐 스타가 되고, 선망하는 이들이 들어오는 과정들이 요즘 시대와 맞닿아 있다고 여겨진다. 감독님께서 걱정한 부분은 분장이었다. 여성 국극의 고증을 따르면 더 강렬하고 짙은 화장이어야 하는데 드라마적 허용으로 순하게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낯선 느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재미로 드라마를 보는 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년이’는 2024년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공개에 앞서 몇 가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먼저 MBC와 제작사 간의 갈등으로, 제작비 협상 과정에서 편성이 불발되면서 MBC는 제작사 스튜디오N, 엔피오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mmm 등을 상대로 가압류 신청을 제기하고 서울지방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정년이’ 측은 “법원의 확정적 판단이 아니라 단순 보전 처분이며 제작사들의 입장 소명 기회 없이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잠정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지인 감독은 “정리가 안된 문제들이 있다고 알고 있다. 구체적인 건 인지를 못한 상태다. 법적인 이슈들이 있다보니까. 방송이 잘 나갈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라며 “작품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이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들과 소통하면서 그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무사히 방송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각색 과정에서 원작에서 중요한 캐릭터였던 ‘부용’이 사라졌다는 부분이다. 원작에서 ‘부용’은 윤정년의 1호팬이자 슬럼프를 극복하게 하는 존재이며, 미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기도 한다. 특히 모녀 서사로 당시 여성들의 현실을 전하기도 하는 만큼 드라마화가 기대됐지만 캐스팅 소식이 없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지인 감독은 “부용이에 대한 고민은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다. 대본보기 전부터 결정을 앞둔 상태였다. 모두가 상의하는 과정에서 12부작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집중시켜야 할지,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보니 삭제하게 됐다. 아쉬운 부분이다”라며 “팬, 퀴어, 주체적인 여성의 정체성이 있는데 한 캐릭터에 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작가님, 배우들과 상의해서 담아낸 게 있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작품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미스터 션샤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tvN 드라마를 통해 인생 드라마, 인생 캐릭터를 남긴 김태리는 목포에서 혈혈단신으로 상경한 소리 천재 '윤정년'으로 분한다. 윤정년은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목포에서 혈혈단신으로 상경한 소리 천재소녀로, 타고난 음색, 풍부한 음량,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넓은 음역대, 사무치는 감정 표현까지 소리꾼의 바탕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김태리는 “여성 국극이라는 소재를 접했을 때 재미있고 신선한 게 왜 드라마가 안됐을까 싶었는데 정답은 어려워서였던 거 같다. 새로운 도전들 속에서 힘들게 재미있게 만들었다. 소재가 신선해서 시작을 했고, 이야기 안에 있는 깊이 있는 관계들, 복잡한 이야기, 그 속에 우리들의 마음이 흥미있었다.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 얻는 성취감이 정년이처럼 다가왔다. 작품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소리 수업을 시작했다. 꽤 긴 시간 소리 수업을 받았다. 전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무용과 사투리, 무대 연기에 대해 같이 연습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예은은 노래, 춤, 연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탄탄한 실력에 집안 배경까지 갖춘 자타 공인 성골 중의 성골 ‘허영서’로 분한다. 자타공인 매란국극단의 엘리트로, 유명 소프라노인 엄마와 언니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성악을 포기하고 소리를 배운 영서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실력을 인정받고 매란국극단 연구생 중 최고의 인재로 통하게 된 도도한 얼음공주 같은 인물이다.
신예은은 “대본 봤을 때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부담이 컸는데 두려움보다 함께하는 선배님, 감독님, 작가님, 좋은 대본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줬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작품 준비하면서 성장하고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며 그게 매란국극단 아이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희열도 느끼면서 ‘정년이’ 하길 잘했다 싶었다. 소리를 하다보니 목이 많위 쉰 게 힘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라미란이 연기하는 '강소복'은 서늘하고도 대쪽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매란국극단 단장으로, 소리꾼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 여성 국악인들을 모은 후 과감하게 국극단을 시작해 국극의 전성기를 연 장본인이다. 제자들에게 엄격하지만 그보다 자기 자신에 더욱 엄격하며, 1950년대 국극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인물.
라미란은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다고 하면 배경이 되기 쉬운데 다양한 공연들이 실제로 나오는 게 너무 좋았다. 그 공연을 정성스럽게 심도 있게 만들어주신 부분이 다른 드라마와 차별점이었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라며 “대쪽 같은 카리스마와 원작과는 동떨어진 나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고 강소복이 예술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있다. 평소엔 부드럽지만 잣대가 날카로운 사람이다”고 말했다.
특히 라미란은 “진짜 극 중 공연들을 진짜로 해주면 안되겠댜는 요청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여성 국극의 자료를 보면 올드하게 느껴질거라 생각했는데 전쟁 직후에 오히려 문화 같은 면에서 활발하게 변하는 흐름도 있고 발전했다고 한다. 여성 국극이라는 것 자체도 기존 판소리 패턴을 벗어나 장창을 하고 무대를 만든다. 현대 뮤지컬, 오페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탄탄하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문화 예술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줬다고 생각한다. '정년이' 공연을 만들 때 모던하고 세련됐더라. 짙은 분장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보이고 너무 멋있다”고 전했다.
정은채가 연기하는 '문옥경'은 당대 제일의 인기를 구가하는 '매란국극단' 배우들 가운데서도 주연을 도맡는 매란 최고의 스타다.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의 소유자로,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내를 완전하게 드러내지는 않는 인물이다.
정은채는 “큰 변신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운명처럼 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게 ‘정년이’였다. 운명적인 변화에도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며 “극단 멤버 중 1명이라 노래, 춤, 무대 연기, 북, 장구 등 많은 것들을 처음부터 걸음마 떼듯이 준히바고 연습했다. 특히 무대 위에서는 완성형이기에 무대 장악력 등 스케일을 여유롭게 연기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김윤혜가 연기하는 '서혜랑'은 당대 제일의 인기를 구가하는 '매란국극단' 배우들 가운데서 여자 주인공을 도맡아 하고 있는 매란 최고의 히로인. 춤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 우아하고 나긋나긋한 자태를 갖춘 인물이다. 한편으론 자신과 옥경에게 위협이 될 만한 재목이 눈에 띄면, 경계하고 망가뜨리려는 영악함을 가지기도 했다.
김윤혜는 “안할 이유가 없었다.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이런 드라마는 세상에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에 뿌듯했다”며 “‘정년이’에서는 춤을 지겹도록 췄다. 춤에서는 대단한 실력을 가졌기에 어색해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려고 했다. 다양한 춤들을 연습하면서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정지인 감독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원작과 배우들을 만나서 기회를 받은 것에 많은 감사를 했다. 끝까지 잘 만들테니 편하고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태리는 “원작도 봤고 창극도 봤고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그 모든 장면에서 아름답다고 공감하는 장면이 드라마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봐주시길 바란다. 별천지라고 했는데 그 어떤 드라마도 가지지 않은 여러 색채를 가지고 있다. 어떤 색깔일지 꼭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고, 신예은은 “많이 웃고 행복했는데 보시는 분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한다. 기대해주시는 만큼 보답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라미란은 “별천지를 보시게 되고, 가슴이 두근 거리실 거다. ‘정년이’ 기다리는 5일이 미치도록 느리게 갈 거 같다. 한번 보면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은채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장통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여러 관계가 나오는데,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거, 김윤혜는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소재의 매력적인 드라마다. 시청자 분들이 보셨을 때 볼 게 많아서 매료되지 않을까 싶다”고 추천했다.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오는 12일 밤 9시 20분 첫 방송 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