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레알의 더블 달성, 열쇠는 카카가 쥐고 있다
입력 : 2012.04.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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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불리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벌써 팀을 위해 100골을 넘게 넣었고, 카림 벤제마 역시 몸값을 증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입 선수들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

2010년 펩 과르디올라의 팀에 처음으로 치명적인 탈락을 안긴 주제 무리뉴 감독의 영입의 효과다. 첫 시즌에는 코파 델레이 우승을 이루는데 그쳤지만, 무리뉴 감독의 전통에 따라 두 번째 시즌에는 최고의 메이저 트로피 획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다고 세계 최고의 팀이 되지 않는다. 무리뉴는 그런 연금술을 갖춘 감독이다.

▲ 더블 달성을 눈 앞에 둔 레알 마드리드, 바르사의 벽을 넘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종반으로 치닫는 스페인 라리가 무대에서 2위 FC 바르셀로나와 격차를 4점으로 벌린 선두 자리에 올라 있고,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4년 만의 스페인 챔피언 등극, 그리고 염원하던 통산 10번째 유럽 챔피언 등극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황금색 라인를 새겨 넣은 올 시즌 유니폼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불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적수를 넘어야 한다. 지난해 라리가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넘겨줘야 했던 상대 FC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올시즌 코파델레이 8강전 맞대결에서 이미 쓰라린 탈락의 고배를 안겨준 라이벌이다.

지난 시즌 가까스로 챙긴 코파 델레이 우승컵도 FC 바르셀로나를 넘고서야 안을 수 있었다. FC 바르셀로나를 넘지 못하고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4월 22일 캄노우 원정으로 치를 바르셀로나와의 라리가 원정 경기, 그리고 5월 19일 바르셀로나가 올라올 것이 유력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더블 달성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이 경기에서 패한다면 올시즌을 빈손으로 마칠 수도 있다.

그러한 재앙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12월 안방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리그 대결과 지난 1월 코파 델레이 8강 2연전의 결과는 레알 마드리드에 절망감을 줬다. 양 팀 모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세계 최고의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지만 바르셀로나 쪽이 더 강한 집중력과 견고함을 보였다.

▲ 레알 마드리드, 차비에 대적할 묵직한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하다

두 팀 모두 '티키타카(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하는 공격 축구)'를 구사하지만 전개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바르셀로나는 볼 소유하는 것에 집중하고 레알 마드리드는 빠르게 문전으로 볼을 연결하는 것에 집중한다. 바르셀로나의 플레이가 더 안정적인 이유는 차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2선 콤비플레이가 개인 역량, 역할 분담,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레알 마드리드 2선 공격에 우세하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면서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성장한 메주트 외칠은 통통 튀는 플레이로 탁월한 창조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빅매치를 휘어잡을 수 있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심리 상태에 따른 기복도 존재한다. 아직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는 선수다. 앙헬 디마리아는 발재간이 좋지만 고립되는 경향이 있으며 사비 알론소는 후방에 배치되어 있는데다 스피드가 떨어진다. 호날두, 벤제마, 이과인은 2선보다 전방에서 더 큰 파괴력을 발휘한다.

물론 이 선수들만으로도 레알 마드리드는 매번 마법 같은 플레이와 경이로운 골폭풍을 몰아치고 있다. 이들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볼 소유의 제왕' 바르셀로나를 완벽히 제압해야한다는 축구 역사상 가장 어려운 '미션 수행'에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외칠의 경험 부족과 담력 부족을 보강하고 전방 공격진에 좋은 패스를 뿌려줄 2선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선 카카의 활약이 필요하다. 카카는 올시즌 외칠과 탁월한 호흡을 구사하며 부활의 기미를 보였으나 다시 찾아온 부상으로 정기적인 선발 출전 선수로 기용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체 컨디션이 다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풍부한 활동량으로 2선 전 지역을 누비며 볼을 터치하며 ‘티키타카’의 중심이 되고 이다. 게다가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 도달하면 킬패스와 대포알 슈팅까지 뿌리고 있다. AC 밀란 시절에 버금가는 원맨쇼다.



▲ 카카의 부활, 레알 마드리드의 열쇠

사타구니 부위 근육 이상으로 예전만한 폭발력을 보이지는 못하지만 근면함과 노련함, 차원이 다른 정밀한 패스와 슈팅 연결로 남다른 클래스를 보이고 있다. 호날두와 메시에 앞서 이미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올랐던 카카는 차비에 대적할 수 있는 선수다. 카카와 함께 콤비를 이룬다면 외칠은 중원에서 홀로 차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덜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기술에만 집중할 수 있다. 터치하고 연결하고 뿌려주며 흐름을 만드는 역할은 카카의 몫이다.

카카와 외칠, 호날두가 발을 맞춘다면 차비, 이니에스타, 메시 트리오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카카는 레알 마드리드 입단 첫 시즌, 2009년 11월 치렀던 캄노우 원정 경기에서 이미 혼자 힘으로 바르셀로나 수비를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외칠의 상승세에도 페레스 회장과 무리뉴 감독이 카카를 떠나보내지 않은 이유다. 그에게 꾸준히 기회를 준 이유는 바로 수 많은 경험을 통해 구축된 그의 ‘변치 않을 클래스’ 때문이다.

아포엘과의 8강 1,2차전 경기는 카카가 향후 펼쳐질 엘클라시코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1차전에서는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두 골을 만들어내며 고전하던 경기에 숨통을 틔웠다. 경기 MVP로 선정된 2차전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진을 장악했다. 무려 11.573km를 뛰며 팀내 최고 활동량을 기록했다. 활동량의 화신으로 불리는 박지성의 평균 뛴 거리보다 높은 수치다. 카카는 지난 3월 4일 에스파뇰과의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5-0 승리를 주도한 이후 출전한 7차례 공식 경기 중 5경기에 공격 포인트(3골 6도움)를 올렸다. 후반전에 투입된 발렌시아전 이전까지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카카는 유럽축구연맹 전문가 패널과 축구팬이 만장일치로 선정한 하이네켄 스타플레이어로 뽑혔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었다. 계속해서 경기와 볼 터치에 자신감이 오르고 있다”며 소감을 전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마치 각본이라도 짜 놓은 것처럼 카카의 컨디션은 시즌 막판, 가장 힘이 필요한 순간 최고조를 향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페레스 회장은 일찌감치 카카를 새로운 갈락티코 군단의 진짜 리더로 점 찍었다. 1기 갈락티코 시절 지네딘 지단이 했던 역할을 카카에게 기대했기 때문이다. 호날두와 벤제마의 무시무시한 득점력가 화려한 플레이는 루이스 피구와 호나우두에 대한 향수를 지웠지만 여전히 새로운 지단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다. 카카가 자리를 잡는다면 더 이상 레알 마드리드는 고민 할 부분이 없을 것이다. 카카는 이케르 카시야스, 세르히오 라모스, 알론소로 이어지는 레알 마드리드 척추 라인에 화룡점정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살아나기 위해선 카카가 살아나야 한다. 카카의 컨디션, 카카의 활약상에 따라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글. 한준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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