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리포트] 촌부리FC, 이름만 보고 비웃지 마라
입력 : 2012.12.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촌부리(태국)] 류청 기자= 겉만 보면 우스워 보이지만, 내용물을 마주한 후 자신의 경솔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화끈거림의 강도는 더 올라가게 마련이다.

태국 촌부리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촌부리FC, ‘촌스럽다’는 형용사가 떠오르는 이 태국팀은 웃음 유발제였다. 한국 축구와 태국 축구의 격차가 벌어졌기에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름이 주는 인상에 일종의 자부심까지 더해졌으리라. 속을 들여다보기 전 이야기다.

촌부리FC는 태국 최고의 인기팀이다. 태국 어디에서나 촌부리 스티커를 부착한 차를 볼 수 있다. 충성도도 높다. 태국에서 20년 동안 제조업을 해온 아시아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김선준 대표는 “쉽게 생각하면 광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 자이언츠 정도의 인기”라고 설명했다.

경기 때마다 8,500석의 경기장이 꽉 들어찬다. 촌부리 시내에 팬샵을 4개나 보유하고 있다. 촌부리FC는 2012년에 공식 유니폼을 2만 7천벌이나 팔았다. 유럽 유명구단에 비하면 적지만, K리그에 비하면 상당한 숫자다. 이들의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3만원이 넘는 유니폼은 매우 고가라는 것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촌부리 시내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인 센트럴 쇼핑몰에는 촌부리FC의 팬샵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샵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샵보다 촌부리FC 매장에 손님이 더 많았다. 쉽게 상상이 안될 것이다. 1년치 매치데이 매거진을 모은 패키지가 판매될 정도다.

촌부리는 태국에서 인구가 많은 주는 아니다. 크기는 51번째고 인구는 133만 명이다. 서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촌부리FC의 연고지격인 촌부리시만 따지면 인구가 3만 4천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촌부리 주에는 촌부리FC 이외에도 시라차FC, 파타야 유나이티드 FC도 있다. 역사가 긴 것도 아니다. 1997년 창단했다.

빠른 시간에 인기를 얻고,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은 토착화다. 촌부리FC는 창단하자마자 유소년 아카데미를 세웠고, 선수들을 계속해서 육성했다. 부회장인 안놉 싱토통은 ‘스포탈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유소년팀에 있던 아이들이 지금 우리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그게 우리 인기의 비결”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지역과 완벽하게 밀착해서 인기를 얻으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열광적인 팬들을 보고 촌부리FC에 관심을 가졌다. 일종의 눈덩이 효과가 생긴 것. 결과적으로 촌부리FC의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을 태국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나이키의 스폰서를 받는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촌부리의 능력은 검증됐고 말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에는 배울 게 있다.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4회 연속 진출한 K리그도 태국 프리미어리그의 촌부리FC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촌부리는 지속적인 토착화와 지역 밀착으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경기력은 아시아 최고수준이지만 자생능력은 떨어지는 K리그 구단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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