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울고 웃게 만든 '악동' 발로텔리,
입력 : 2013.03.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지훈 기자= 그를 보면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도 없다. 참 난감하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명장 체자레 프란델리 감독의 심정이 딱 그럴 것이다. 물론 그의 소속팀 AC 밀란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도 마찬가지일테다.

마리오 발로텔리(23, AC밀란) 얘기다.

발로텔리는 22일(한국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탈리아-브라질의 친선경기 때 프란델리 감독의 애를 태웠다. 그는 이탈리아가 브라질에 선취골을 내주고, 추가실점하며 끌려가는 동안 여러차례 결정적 찬스를 놓쳤다.

전반 6분에는 데로시의 로빙 스루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그의 슈팅은 브라질 GK 세자르에게 막혔다. 이어 13분에는 또 한번 데로시의 패스를 받았으나 이번엔 슈팅 한 공이 브라질 수비수 다비드 루이즈에게 맞은 뒤 골문을 비껴나갔다. 그리고 37분에는 미드필드에서 자케리니의 패스를 받아 중거리 슈팅을 했지만 다시 세자르에게 걸렸다.

전반에 발로텔리가 1골만 넣어줬어도 이탈리아는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었다. 프란델리 감독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하프타임 때 프란델리 감독이 발로텔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상상을 해본다면 아마 아무 말을 안 했거나 "잘 하고 있다. 고맙다. 계속 열심히 해라" 정도의 말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혼이라도 냈다면 어린이의 정신 연령에 럭비공 같은 성격을 지닌 발로텔리가 어디로 튀었을 지 모를 일이다.

후반전. 발로텔리의 잠재돼 있던 능력이 폭발했다. 후반 11분 아크 정면 22m 지점에서 폭발적인 오른발 슈팅을 터뜨린 것. 공은 미사일처럼 날아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 이전까지 선방을 거듭하던 브라질 GK 세자르도 이 공만은 막을 수 없었다.

발로텔리는 골을 넣고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동료들과 포옹하고 손을 흔들며 기뻐하는 정도였다. 지난 유로 2012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골을 터뜨린 후 상의를 탈의하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 경고를 받은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발로텔리는 이 골로 이탈리아를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냈고, 프란델리 감독이 자신을 꾸준히 선발로 출전시키는 데 대한 보답을 한 셈이다.

물론 그는 이후에도 두어차례 더 기회를 잡았지만 추가골을 넣지는 못하고 37분 질라르디노와 교체돼 나갔다.

사람들은 발로텔리를 '악마의 재능'이라고 부른다. 최고의 운동 능력과 득점력을 보유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를 노려 상대 수비수들은 고의적으로 파울을 범하거나 심판 몰래 귓속말로 그를 약 올리는 등 비겁한 짓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발로텔리는 브라질전에서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를 상대하던 브라질 수비수 루이즈로부터 몇차례 과격한 파울을 당했음에도 화를 내지 않고 덤덤히 넘어갔다. 브라질의 '도발'을 참고 넘긴 것이다.

이제 그도 철이 든 걸까.

만약 그렇다면 프란델리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정말 무서운 공격수를 1명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2006년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트로피를 찾아올 꿈을 꿀 수 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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