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컨페드컵-B조 스페인] 세계 최강 스페인 그랜드슬램 도전
입력 : 2013.06.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형석 기자= 유로2008,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그리고 유로2012 우승. 유럽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3연속 제패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무적함대’ 스페인이 이번에는 사상 첫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2009년 대회 당시 다크호스 미국에 발목 잡혀 3위에 그쳤던 스페인은 이번 대회를 우승할 경우 ‘그랜드슬램’ 진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현재까지 월드컵, 유럽선수권, 올림픽, U-20 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까지 5개 메이저대회 우승을 한 유럽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페인의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은 새 역사 창조나 다름없다.

그만큼 스페인은 대회를 앞두고 의욕적이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 역시 젊은 선수들의 기량점검이나 전술적 실험에 주력하기보다는 내년 브라질 월드컵의 ‘시뮬레이션’이라 생각하고 대회 우승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스페인의 유로2012 우승 기세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스페인, 알론소 공백 어떻게 메울까?
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스페인 대표팀이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물론, '물갈이'나 다름없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포지션에서 하향세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노장 선수들 대신 전성기가 임박한 젊은 선수들을 중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는 선수들은 다름아닌 스페인 황금시대의 주역들인 다비드 비야, 차비 에르난데스, 샤비 알론소, 알바로 아르벨로아 등이다. 특히 차비와 알론소 중심의 중원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여부는 내년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스페인 대표팀의 딜레마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 10년 가까이 스페인의 중원을 이끌어 온 차비와 알론소이긴 하지만, 이미 30대 황혼기로 접어든 만큼 언제 내리막길을 걸어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알론소의 경우 부상으로 인해 이번 대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태다. 알론소의 빈자리는 스페인 대표팀에게 분명 뼈아픈 타격이지만, 델 보스케 감독 입장에선 '알론소 없는 스페인'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나갈 절호의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 대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하비 마르티네스를 알론소의 자리에 기용하는 것, 다른 하나는 차비를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하향 배치하는 것이다.

마르티네스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시즌을 보낸 알론소와 대조적으로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기량이 만개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델 보스케 감독에게 어필한 상태다. 마르티네스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훌륭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현 스페인 대표팀에게 부족한 힘과 높이, 활동량 등을 두루 커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알론소보다 매력적인 옵션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높다.

또 하나의 변수는 최근 벤치와 주전 자리를 오고 가고 있는 다비드 실바의 존재다. 실바는 페드로가 측면 공격수 위치에서 맹활약을 펼침에 따라 근래 들어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는 빈도가 높아졌다. 만약 페드로가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실바는 차비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한다. 차비를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델 보스케 감독의 전술운용이 “지루한 축구의 원흉” 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비가 알론소의 자리로 내려가고 실바를 투입할 가능성도 낮지 않아 보인다.

페드로, ‘가짜 9번’ 전술의 키 플레이어
델 보스케 감독의 전술적 키 플레이어로 급부상한 페드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주전 기용이 유력하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며 양발을 가리지 않고 위력적인 슈팅을 구사하는 페드로는 최전방에 ‘가짜 9번’을 기용하는 스페인의 공격 전술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주목 받았다.

페드로는 유로2012 이후 펼쳐진 8차례의 A매치에 출전, 10골 2도움을 기록하는 신들린듯한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1년 간 거의 스페인 공격을 홀로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한 페드로의 맹활약은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델 보스케 감독의 공격 전술과 절묘한 궁합을 이뤘다. 델 보스케 감독은 파브레가스가 상대 수비진을 바깥으로 끌어내며 만들어낸 공간을 페드로가 침투하여 마무리 짓는 공격루트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그 결과 실바, 산티 카소를라, 후안 마타 등은 페드로에 밀려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바와 카소를라의 역할은 차비와 이니에스타가 대신할 수 있는 반면 페드로의 ‘주 득점원’ 역할을 대신할 선수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희소가치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얼마 전 델 보스케 감독은 비야를 측면에 투입하여 페드로와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해 봤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페드로의 팀 내 입지가 굳건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델 보스케 감독이 ‘진짜 9번’을 최전방에 투입할 경우에는 페드로의 팀 내 입지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직접 문전으로 침투하여 득점을 뽑아내는 페드로보다 도우미 스타일인 실바, 카소를라, 마타 등이 우선순위로 올라설 수 있다. 특히 최근 첼시에서 되살아난 페르난도 토레스와 페드로의 궁합은 좋지 않았다. 게다가 페드로는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좋지 못한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델 보스케 감독의 공격 전술운용에 따라 다시금 벤치로 내려갈 가능성도 낮지만은 않아 보인다.

‘진짜 9번’의 활약 여부는?
미드필드진의 세대교체가 델 보스케 감독의 행복한 고민에 가깝다면, 확실한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는 고질적인 골칫거리에 가깝다. 유로 2008부터 든든하게 스페인의 최전방을 책임져 온 비야는 심각한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최근 살아나긴 했지만 토레스의 슬럼프도 아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유로2012에는 파브레가스에게 ‘가짜 9번’ 역할을 맡기는 공격 전술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2012/2013시즌 내내 같은 전술을 활용했던 바르셀로나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파브레가스도 슬럼프에 가까운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델 보스케 감독이 다시 진짜 9번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페인 언론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7%에 달하는 팬들 역시 ‘진짜 9번으로의 회귀’를 열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스페인은 위에서 언급한 세 명의 공격수들 이외에도 너무나 훌륭한 자원들을 최전방에 보유하고 있다. 다음 시즌부터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예정인 ‘사자왕’ 페르난도 요렌테를 비롯, 올 시즌 리그 25골을 폭발시킨 세비야의 알바로 네그레도, 빠른 발과 결정력을 겸비한 베티스의 루벤 카스트로, 스완지 유니폼을 입고 EPL 무대를 강타한 미추 등 정상급 공격수들이 즐비해 보인다. 이러한 포워드 자원을 썩혀두면서까지 ‘가짜 9번’ 전술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확실히 그 어디에도 없다.


ⓒJavier Garcia/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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