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D-1] 우리가 알아야 할 이란의 ‘진실 혹은 거짓’
입력 : 2013.06.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김성민 기자 = 승리만을 위한 이란의 횡포, 도 넘은 언론 플레이. 이러한 이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비단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일어난 어이없는 해프닝은 한국 축구팬들의 눈살을 찌풀이게 하고 있다.

이란의 한 스포츠 매체인 페르시안 풋볼은 지난 15일 “ 이란대표팀 매니저 모하메드 나비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미팅을 가졌다. 그 자리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최강희 감독이 이란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A대표팀 관계자가 ”사실무근이다. 우리는 모하메드 나비가 누군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이란대표팀과 공식 접촉도 없었고 만난 적도 없다”며 해당 보도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란은 축구판에서 또 하나의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궁금점. 도대체 이란은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자행하며 자신들의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는 것일까?

진실: 이란에 축구는 ‘통제의 수단’이다.

이란 사회에서 축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크다. 이란 사회는 이슬람 혁명 이후 종교적으로 보수화됨에 따라 대중문화의 폭이 매우 좁아졌고, 사회의 구조적 체계가 철저히 통제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란 사회에서 정치적 다원성이 보장될 여지가 없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이란 사람들이 통제된 사회에서 살 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곳이 ‘통제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다. 바로 '축구장'이다. 이란 청년들은 축구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과 사회적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중동 언론인 '알아라비아'는 지난해 "이란의 청년들은 스트레스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축구장만이 그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의 보도내용에 따르면 중동의 축구팬들이 쉽게 훌리건이 되는 현상도 이란의 '통제된 사회 체계'에 있다고 한다.

결국 이란의 도 넘은 횡포와 언론 플레이는 들끓는 이란 청년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분노를 축구를 돌리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이란 사회에게 축구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것,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 따위는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란의 이런 행위들이 정당화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로 존재해야만 하는 축구가 이란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사실이다.

거짓: 이란의 축구인은 모두 악마다?

지난 16일 기자는 울산 강동구장에 훈련을 하고 있는 이란 선수단을 찾아갔다. 이란은 이날, 전력 누수를 염려해 한국 취재진들에게 15분간의 훈련 모습만 공개했다. 구체적인 전술적 훈련은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혹시 ‘침대축구’에 대한 세부적이며 전술적인 훈련이 나올까봐 눈을 부릅뜨고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이란은 스트레칭과 간단한 패싱 게임만 공개했고 이에 더 이상의 취재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15분간의 취재시간에서 뜻밖의 사실을 접하게 됐다. 이란의 축구 선수들뿐만 아니라 그 어떤 코칭스태프들도 그동안 언론을 통해 비춰졌던 ‘악마’와 같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한국전을 앞두고 “이란의 홈은 한국에게 지옥이 될 것”이라며 논란을 일으켰던 네쿠남도, 한국에 오기 직전 "최강희 한국 감독은 이란에 모욕을 줬다. 한국에 도착하면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사서 최강희 감독에게 주겠다. 그걸 입을 용기가 있길 바란다"며 최강희 감독을 자극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대표팀 감독도 그저 즐거운 분위기 속에 훈련에 임할 뿐이었다.

물론 그들의 진짜 심중은 알 수 없다. 이란 선수단이 한국 취재진이 있는 앞에서 더욱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훈련장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여느 축구인들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축구를 ‘통제 체계’로 사용하는 이란 사회를 욕할 수 있지만, 결전을 앞두고 묵묵히 경기를 준비하는 이란 선수단에게 맹목적인 비난을 할 필요는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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