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래의 올라라리가] 마르티노, 바르사 이상에 현실을 덧입히다
입력 : 2013.10.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삼바 축구 브라질? 축구 종가 잉글랜드? 전차군단 독일? 축구 팬이라면 한 번쯤 ‘어느 나라가 세계 최고인가’를 두고 친구와 논쟁을 벌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느 나라를 꼽을 것인가. 아니, 꼽을 수밖에 없는가. 당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국가는 아마도 최근 국가 대항전과 클럽 대항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스페인’일 것이다. 세계 최강 스페인 축구, 그리고 그 뿌리가 되는 프리메라리가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올라 라 리가!

헤라르드 마르티노 감독이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던 ‘티키타카’라는 높은 이상에 ‘실리축구’라는 현실을 덧입히며 바르사를 더욱 강한 팀으로 진화시켰다.

바르셀로나는 27일(한국시간) 레알 마드리드를 캄노우로 불러들여 2013/2014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0라운드 ‘엘 클라시코’ 경기서 2-1 승리를 거두며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이어갔다.

바르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건강 문제로 감독직에서 물러난 티토 빌라노바 감독을 대신해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유럽 무대서 검증되지 않은 마르티노 감독의 선임은 언론을 비롯, 대중들의 의구심을 낳았다. 그러나 마르티노 감독은 바르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세간의 우려를 잠재웠고, 자신의 첫 번째 엘 클라시코를 통해 바르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재차 증명했다.

여전히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선수들 역시 사람인지라 차차 나이가 들어갔고, 경험을 얻은 대신 신체적 능력이 점점 최고점에서 내려오는 타이밍을 맞이하게 됐다.

마르티노 감독은 ‘끝없는 공격, 아름다운 패스 축구’라는 바르사 축구의 모토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선수들을 고려한 수비 라인 높이의 재조정, 승기를 확실히 잡기 위한 안정적인 선수 교체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전의 바르사는 이기고 있을 때에도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리고, 공격적인 선수 교체를 시도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마르티노 감독의 부임 이후, 바르사의 지독했던 공격 축구는 균형이 잡혀진 더욱 강력한 팀으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력한 전방 압박을 시도해 바르사의 골문으로부터 최대한 먼 지점에서 공을 탈취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했다. 그러나 공이 중원으로 투입되면, 선수들이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고 어느 정도 수비 라인을 내리며 상대를 수비 한 가운데로 몰았다. 넓은 그라운드를 오르내리는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더욱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승기에 들뜬 선수들의 공격성을 제어하기 위한 수비적인 선수 교체 역시 마르티노 감독 부임 이후 나타난 바르사의 새로운 모습이다. 마르티노 감독은 이번 엘 클라시코서 세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후반 25분에는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빼고 알렉시스 산체스를 투입하며 공격진 구성에만 변화를 줬지만, 후반 32분에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빼고 알렉스 송을 투입했다. 1-0으로 앞서고 있던 바르사의 중원에 안정감을 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벤제마의 교체 투입과 함께 반격을 시작했던 바르사는 송의 투입,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산체스의 골로 인해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마르티노 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의 교체로 확실한 승기, 단단한 미드필드 구성을 모두 이뤄낸 것이다.

이상이란 것은 언제나 높을수록 좋다. 그러나 그 이상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라면, 마주친 현실과의 적절한 타협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마르티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바르사는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환상적인 대처법을 찾아냈다.

글=정성래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