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풋볼스키] 한국, 퍼거슨도 탐낸 ‘러시아 야신’ 어떻게 넘나?
입력 : 2013.11.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러시아 미녀’, ‘보드카’. 이들은 러시아를 수식하는 대표 키워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이 ‘러시아 축구’다. 최근 유수의 해외 축구 언론을 통해 러시아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출몰하지만 우리는 정작 러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스포탈코리아’가 준비했다. 매주 금요일 ‘풋볼스키’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의 최신 이슈와 소식을 독자에게 전한다.


파비오 카벨로가 이끄는 붉은 군대가 한국 축구대표팀과 맞붙는다.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와 러시아축구협회는 오는 19일(화) 아랍에미레이츠(UAE) 두바이에서 양국 간 친선경기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A대표팀과의 친선경기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5년 만이다. 당시 올림픽에서 대표팀은 러시아(구 소련)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에게 이보다 더 좋은 그림은 없다. 러시아는 한국의 올해 농사 풍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팀이다. 빈곤한 득점력을 해결해야 하는 한국이 러시아의 수비를 넘어선다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풋볼스키>에서는 지난 회에 이어 러시아의 철벽 수비를 공략할 방법을 연구해 본다.

러시아의 최대 강점은 수비력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10경기를 치르며 3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같은 조에 속해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내세웠던 포르투갈도 2경기에서 겨우 1골만을 기록했을 정도로 러시아의 수비는 굳건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러시아의 수문장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 아킨페프가 있다.

아킨페프는 17살의 어린 나이에 CSKA 모스크바 성인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듬해 4월에는 노르웨이와의 친선전에서 대표팀 데뷔 무대를 가졌다. 당시 러시아 대표팀이 골키퍼 자리에 갓난아기에 불과한 아킨페프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긴 이유는 간단했다. 아킨페프는 민첩성, 순발력 등 타고난 능력이 출중했다. 때문에 유럽 유수의 언론과 축구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대표 수문장 지안루이지 부폰보다도 더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며 극찬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경험도 축척했다. 아킨페프는 2007년 FC 로스토프와의 리그 경기에서 당한 무릎 부상으로 러시아 대표팀 수문장 자리를 비아체슬라브 말라페프에게로 뺏겼다. 그러나 공백은 길지 않았다. 그는 다시 과거의 기량을 되찾으면서 EURO 2008 본선을 앞두고 러시아 대표팀 수문장 자리를 다시 되찾았다. 이 후 수많은 A매치를 소화하며 한층 더 성숙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수비라인 조율 능력이다. 그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뛰어난 상황 판단 능력을 바탕으로 넓은 수비 범위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 수비수들과의 협력으로 오프사이드를 이끌어낸다. 이 모든 것은 러시아 대표팀 중앙 수비수들과의 오랜 시간 맞춘 호흘을 맞춘 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러시아 수비의 핵심은 팀워크다.

러시아의 포백라인은 토종 모스크바산으로 구성돼있다. 이들는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때문에 팀워크로 따지면 세계 정상급의 수비력이다. 포백라인을 구성하는 4명의 베스트 멤버들은 모두 모스크바를 연고로 하는 팀에서 뛰고 있다.

먼저 중앙 수비는 쩨스카 모스크바 소속이자 경험이 풍부한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알렉세이 베레주츠키(혹은 바실리 베레주츠키)가 버티고 있다.(알렉세이 베레주츠키와 바실리 베레주츠키는 쌍둥이다. 베레주츠키 형제와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는 쩨스카 모스크바에서 아킨페프와 함께 한솥밥을 먹은 지 오래다.)

아무래도 같은 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 특히 수비라인 조율에서 발휘하는데, 순간적으로 라인을 올려 오프사이드를 유도하는데 능하다. 감각적인 드리블로 오프사이드 트랙을 무너뜨리기로 유명한 브라질조차도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총 9차례 오프사이드를 범한 것도 이와 같은 면면이다.

순발력도 좋고, 수비수와의 호흡도 좋다. 얼핏 보면 단점이 딱히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취약점은 있다. 핸들링(공을 다루는 기술) 부문이다. 그는 여전히 완벽한 핸들링을 보이지 못하며 리바운딩 골을 많이 허용한다. 말인즉슨 위험지역에서 잡아야 할 공을 펀칭으로 급급히 연결하다 위기를 맞는다는 뜻이다.

올 시즌 아킨페프는 리그 14경기에 출전, 클린시트 4차례, 경기당 2.71개의 세이브 수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도 평균 3골이라는 높은 실점을 보이지만, 경기당 세이브 수는 4.5개를 기록했다. 아킨페프가 못했다고 보기에는 상대팀 맨체스터시티, 바이에른 뮌헨의 전력이 너무 강했다.

문제는 골을 얼마나 허용했냐는 것이 아니다. 리그에서 골을 허용한 과정이다.

아킨페프가 미숙한 핸들링으로 리바운딩 슈팅을 허용해 실점으로 이어진 것은 14 경기 중 5번이다. 측면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를 어설프게 가슴에 품으려다 범한 실수, 공중으로 오는 크로스를 임팩트 약한 펀칭으로 쳐내다 2선 공격수에게 중거리 슈팅을 허용한 장면 등등 아킨페프는 일류 골키퍼들이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범했다. 슈팅과 크로스 타이밍을 미리 예측 해 수비에 미리 임하지만,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해 일어난 장면이었다.

핸들링만이 문제가 아니다. 빠르게 역습으로 전환해야 할 때, 요구되는 패스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골키퍼가 팀의 역습 시 하프라인 근처에 있는 공격수들에게 연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적당한 높낮이의 킥을 구사하거나 강한 어깨를 활용한 스로인 패스가 있다. 골키퍼의 역량에 따라 그 정확도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드로잉 패스의 경우에는 95%에 육박하는 성공률을 보인다. 아무래도 타 포지션보다 손끝이 민감한 골키퍼인지라, 공을 캐치한 후 빠르게 패스로 연결할 때 드로잉패스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또한 이 패스가 끊길 시 되려 역습을 허용하기에 골키퍼들은 신중을 기한다.(실제로 훈련시 골피커들은 공의 캐치 후 빠르게 역습으로 연결하는 훈련을 하고, 이 때 스로인 패스를 중점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아킨페프의 경우에는 드로잉 패스에 취약점을 갖는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공식 통계 분석에 따르면 아킨페프의 드로핑 패스 정확도는 82,3%다. 여기에 스로인 패스가 차단돼 상대팀의 역습 공격으로 허용한 실점 수는 총 9번이다. 시즌 당 한 번 있는 꼴이지만, 적은 수치는 아니다. 이러한 실점 루트는 일반 골키퍼들이 최악의 실수로 여기는 것 중 하나다.

물론 아킨페프의 타고난 순발력과 민첩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09년 잉글랜드 축구 클럽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았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에드윈 판 데 사르의 후계자로 아킨폐프를 지목 했을만큼, 선천적 능력은 이미 검증돼있다. 이에 한국은 조금 더 날카로운 슈팅과 허를 찌르는 루트로 러시아의 뒷문을 겨냥해야 골망을 흔들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골 폭풍이 기대되는 것은 아킨페프의 취약점이 골로 직결되는 치명적인 실수로 연결기에 그런 것은 아닐지.

글=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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