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스 명가 꿈꾸는 안산의 도전, ‘데이터 구축’으로 변화 이끈 김용래 디렉터
입력 : 2023.10.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안산] 한재현 기자= 창단 6년 차를 맞이한 안산그리너스가 유소년 육성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아직 K리그2에서 빛나지 않은 안산이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한 선택이다. 안산은 올 시즌 누구도 하지 않은 도전에 나섰다. 유스팀에 데이터 구축을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이를 만들고 시행한 김용래 디렉터가 있다.

김용래 디렉터는 올 시즌 안산 유스디렉터로 부임했다. 그는 학구파 지도자로 커리어를 쌓았고, 현재 K리그 TSG기술위원을 겸할 정도로 풍부한 지식을 갖췄다.

안산 구단은 김용래 디렉터가 가진 지식과 능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이민근 구단주와 김길식 단장이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설 정도였다.

선택에 있어 걸림돌은 시민구단이 가지는 연속성 부재다. 김용래 디렉터가 이런 핸디캡에도 마음을 움직인 건 이민근 구단주와 김길식 단장의 진심이었다. 그는 “시민구단들이 가지고 있는 핸디캡은 연속성이 약하다. 제의를 받을 때 정치적인 요소로 주요 업무가 사라질까 우려했다. 경영진들이 유소년 육성을 잘 알고 있었고, 시스템 구축도 마찬가지다. 명확하게 비전을 제시했다. 여건이 어렵겠지만,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단주님께서 유소년 육성에 많은 관심이 있으셨다. 김길식 단장님을 비롯해 경영진들도 좋게 봐주셔서 오게 됐다. 유소년 육성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런 점을 보고 저를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용래 디렉터가 안산 유스디렉터 부임 후 첫 번째로 한 일은 그가 계획한 데이터 시스템 구축이다. U-12, U-15, U-18팀까지 주먹구구식 이뤄지던 훈련, 육성, 스카우트 시스템을 객관적인 지표로 바꿔 공정함과 효율성을 극대화 하려 했다.

그는 “제가 구축하는 시스템을 하나로 통칭했다. ‘안산 그리너스 디스커버리 시스템’이라고 지었다. 홈페이지에도 올라왔다. 단어대로 발견하고 발굴하는 의미대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큰 목적이다. 많은 양의 정보를 담아내 디지털화 시켰다.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모든 교육과 스카우트 정보는 아카이브 센터에 있다”라고 데이터 구축에 의한 새로운 육성 방법을 설명했다.



김용래 디렉터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라는 핵심 경기 지표를 개발해 706경기를 분석했다. 기술과 체력적인 면을 나눴는데, 포지션 별로 정리했다. 이 지표를 개발하면, 그 값이 나온다. KPI 기준값에 따르면 현재 U-15팀은 중위권에 들어간다. 최대치를 본다면 1위를 할 수 있는 점도 나온다. 각각 요인들을 비교하면, 마이너스가 나오는 부분에 기본 훈련을 적용해서 보완할 수 있도록 지도자들에게 알려준다. 1라운드가 끝나면 2라운드를 준비하는데 있어 훈련에 적용할 수 있다. 라운드마다 비교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객관적으로 만들 수 있다. 개인들도 부족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알게 되면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가 만들어 놓은 안산 디스커버리 시스템은 지도자들과 선수들도 모두 발전하는 걸 꿈꿀 수 있다. 지도자는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의 포지션과 기술, 체력적으로 장단점을 자세하고 쉽게 파악한다. 선수들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훈련할 지 알게 되며, 지도자들도 더 꼼꼼하게 선수들을 키울 수 있다.

이뿐 만 아니다. 안산 디스커버리 시스템은 공정한 선수 선발도 가능하다. 김용래 디렉터는 “조건에 맞지 않으면 선수들을 받지 않는다. 선수 선발에 있어 각각의 테크니컬과 피지컬을 요구한다. 작성자까지 다 체크한다. 적어도 이 장치를 만들어놔야 저뿐 만 아니라 지도자들도 선수 선발에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지도자들이 받아들이고 시행한다. 안산 유스팀 지도자들도 초창기 이 시스템에 물음표를 달았지만, 현재는 김용래 디렉터와 함께 소통하며 받아들였다.

김용래 디렉터는 “지도자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유소년 육성 완성은 12세부터 18세 팀 지도자들의 도움 없으면 불가능하다. 많은 조언을 구했고, 방향성에 많은 설명과 안산만의 훈련 방법과 구조까지 직접 교육했다. 현장 지도자들과 소통을 많이 했다”라며 “처음에는 다들 부담스러워 했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는 건 본인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특히 U-12, 15세 팀에 이 시스템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잘 따라와주셨다. 지도자 선생님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자신의 뜻을 따라준 유소년 팀 지도자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안산 유스팀 지도자들이 이 시스템을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는 성적 부담을 줄인 것도 한 몫 했다. 한국 유소년 축구의 고질병 중 하나인 성적 위주 시스템은 선수와 지도자 모두에게 불행이다. 성적만으로 평가 받는 시스템에서 육성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김용래 디렉터는 디스커버리 시스템에 지도자의 평가도 같이 넣었다. 성적만이 아닌 훈련 방식, 근태,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 여부도 넣었다. 그는 “성적에 따라 평가하는 과거에서 벗어나려 한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있다면, 시간을 주고 발전할 수 있다. 평가는 저 혼자뿐 만 아니라 구단도 같이 다각도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데이터가 없으면 결과를 증명하는 건 성적밖에 없다. 데이터를 통해 선생님들이 열심히 한 대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성적과 육성까지 기준이 된다면 더 가치를 높일 수 있다”라고 더 체계적인 평가를 강조했다.



안산이 현재 지역 출신 스타는 조규성(미트윌란)이다. 조규성은 안산에서 태어났고, 중학교까지 여기서 뛰었다. 그는 안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우뚝 설 정도로 대형스타다가 됐다.

안산 구단이 가치를 더 높이려면 조규성 같은 지역 출신 스타들을 길러내야 한다. 김용래 디렉터의 궁극적인 목표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김용래 디렉터는 “제 2의 조규성이 나오느냐에 따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좋은 선수를 길러내도 다음으로 연결시킬 사람이 없다. 이것도 디렉터가 해야 할 일이다. 투자했으면 수익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현재 힘들지만, 유스팀 중 30% 정도 1군에 올라가 뛰어야 한다. 그래야 유럽 또는 K리그1 명문팀으로 보낼 선수가 2명 이상 나온다. 늦은 감이 없지만, 좋은 선수를 만들어놔야 한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안산 디스커버리 시스템이 팀 발전에만 그치는 걸 원치 않고 있다. K리그와 한국축구 발전에 긍정적인 신호가 되길 바라고 있다. 김용래 디렉터는 “널리 보급하고 싶다. 지금 이 시점이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K리그하면 각 포지션마다 특화되어 있는 선수들을 만들어냈으면 한다. 이 안에서 명확하게 찾아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한재현 기자, 안산그리너스,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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