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데이비드 뷰캐넌(35)이 트리플A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뷰캐넌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코카콜라 파크에서 열린 마이너리그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워싱턴 내셔널스 산하)와 경기에 리하이 밸리 아이언피그스(필라델피아 산하)의 선발투수로 출전해 2⅔이닝 9피안타 1피홈런 2볼넷 8실점으로 무너졌다. 리하이 밸리는 초반 대량 실점을 극복하지 못해 5-10으로 패했고, 뷰캐넌은 시즌 3패(3승)째를 떠안았다.
1회 초 뷰캐넌은 3루수 땅볼과 뜬공으로 가볍게 2아웃을 잡았으나 제임스 우드에게 2루타를 맞고 득점권 위기를 맞았다. 이어 트래비스 블랭켄혼에게 안타를 맞아 실점할뻔했지만 우익수 조던 루플로의 홈 보살로 위기를 넘겼다.
2회는 3명의 타자로 이닝을 정리했다. 트레이 립스컴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후안 예페스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알렉스 콜을 상대로 2루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2회를 막았다.
3회는 악몽 그 자체였다. 3회 초 선두타자 카터 키붐에게 안타을 맞은 뒤 잭 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이어 대런 베이커의 중전안타로 1사 1, 3루가 됐다. 드류 밀라스의 우익수 뜬공으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뷰캐넌은 첫 실점을 기록했다. 그 사이 1루 주자 베이커는 2루까지 진루했다.
뷰캐넌은 2사 2루에서 단 1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졌다. 우드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째를 내줬고, 블랭켄혼에게 2루타를 맞아 다시 2사 2, 3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이어 립스컴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줘 뷰캐넌의 실점은 4점까지 늘어났다.
2사 1루에서 뷰캐넌은 예페스를 상대로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 2사 1, 2루를 만들었다. 콜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아 스코어는 0-5, 주자는 2, 3루 상황이 이어졌다. 타순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키붐이 타석이 들어섰다. 뷰캐넌은 볼카운트 2-2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지만 5구째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을 공략당해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결국 3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우지 못하고 난타당한 뷰캐넌은 58구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트리플A 평균자책점은 4.37에서 5.58로 폭등했다.
2010년 MLB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231순위로 필라델피아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뷰캐넌은 2016년까지 7시즌 동안 미국 무대에서 뛰었다. 2014년 빅리그에 데뷔해 2시즌(2014~2015) 동안 35경기 8승 17패 평균자책점 5.01의 기록을 남긴 뷰캐넌은 2016년 트리플A에서만 27경기(선발 26경기에 등판해 10승 9패 평균자책점 3.98의 성적을 기록한 뒤 아시아 무대로 진출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계약을 맺고 일본프로야구(NPB)에서 3시즌(2017~2019년)을 활약한 뷰캐넌은 통산 20승 30패 평균자책점 4.07의 성적을 남기고 한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삼성에서 4시즌 동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113경기 54승 28패 평균자책점 3.02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2023시즌 종료 후 삼성은 뷰캐넌에게 다년 계약까지 제시할 방침을 세웠지만, 뷰캐넌은 잔류가 아닌 미국 무대 복귀를 선택했다.
하지만 당초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뷰캐넌은 메이저 계약이 아닌 마이너 계약을 맺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범경기 4경기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63(8이닝 5실점), 피안타율 0.371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뷰캐넌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2024시즌을 시작했다.
뷰캐넌은 4월 4경기(선발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39로 순항하며 빅리그 콜업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5월은 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8.69로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삼성 시절 팀 동료로 뛰었던 앨버트 수아레즈(볼티모어 오리올스),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애런 브룩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빅리그 로스터에 공백이 생겨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뷰캐넌과 마이너 계약을 맺은 필라델피아는 24일 경기까지 6연승을 질주하며 37승 14패(승률 0.725)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 불펜 가릴 것 없이 내셔널리그(NL)에서 가장 탄탄한 마운드를 보유한 팀이기 때문에 뷰캐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마이너리그 성적까지 부진한 뷰캐넌이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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