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 김유민 기자= 정규시즌 개막 전부터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의 MVP 대항마로 꼽혔던 엘리 데 라 크루즈(23·신시내티 레즈)가 한 경기에서만 대거 7타점을 쓸어 담았다.
데 라 크루즈는 1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 3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2홈런) 7타점 4득점 1도루로 괴물 같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했다. 데 라 크루즈는 상대 선발 쿠마 로커의 3구째 패스트볼을 받아 쳐 내야를 뚫어냈다. 다음 타자 개빈 럭스의 타석에 여지없이 도루를 시도했고, 2루 송구가 빠진 틈을 타 3루까지 파고들었다. 이후 럭스의 적시 2루타에 홈을 밟았다.
이전 이닝에서 자신의 강점인 스피드를 뽐낸 데 라 크루즈는 2회말 1·3루 두 번째 타석에서 로커의 초구를 받아쳐 중앙담장을 훌쩍 넘기며 이번 시즌 자신의 마수걸이 홈런포를 신고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잠시 쉬어갔지만, 데 라 크루즈의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몰랐다. 다음 타석이었던 6회 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거슨 가라비토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 쳐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쇼의 피날레는 두 번째 홈런으로 장식했다. 7회말 주자 1루 상황 경기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데 라 크루즈는 가라비토의 몸쪽 패스트볼을 받아쳐 첫 홈런과 비슷한 코스로 또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10.2마일(177.4km)이었다.
그렇게 팀의 14득점 중 7점을 혼자 책임지며 경기를 '하드캐리'한 데 라 크루즈는 9회 2아웃에서 나온 레오디 타베라스의 애매한 곳에 뜬 타구를 쫓아가 처리하며 직접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경기로 데 라 크루즈의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438(16타수 7안타) 2홈런 8타점 6득점 1도루 OPS 1.346이 됐다.

데 라 크루즈의 시즌 초반 대활약이 이른바 '반짝'은 아닌 듯하다. 2023년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그는 지난해 160경기 타율 0.259(618타수 160안타) 25홈런 76타점 67도루 OPS 0.809로 2년 차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거뒀다. 59도루를 기록한 오타니를 넘어 내셔널리그(NL) 도루 1위를 차지했고, NL MVP 투표에서도 8위에 올랐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도 뜨거웠던 타격감을 그대로 가져왔다. 시범경기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409(44타수 18안타) 4홈런 12타점 6도루 OPS 1.291 맹타를 휘둘렀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데 라 크루즈의 시범경기 활약상을 두고 "오타니를 넘는 23세 MVP 재능, 올해는 위험할 것 같다. 나이도 아직 23세로 젊어 올해 이도류로 돌아오는 오타니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데 라 크루즈가 사용했던 '토피도(Torpedo) 배트'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기존 배트와 달리 공이 맞는 부분이 뚱뚱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어뢰 같다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은 해당 배트는 최근 MLB에 등장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재즈 치좀 주니어, 코디 벨린저, 폴 골드슈미트 등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데 라 크루즈는 새로운 배트에 관한 질문에 "난 단지 느낌이 좋은지 알고 싶었는데, 확실히 그렇더라"라고 답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반면 테리 프랑코나 신시내티 감독은 이에 대해 "방망이보단 선수가 더 중요하다"라며 데 라 크루즈의 활약상 자체를 더 높게 평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