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안 죽었어! '연봉 삭감안 거부→요미우리서 새출발' 다나카, 586일 만의 승리...美·日 통산 198승
입력 : 2025.04.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약한 베테랑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37·요미우리 자이언츠)가 586일 만에 간절했던 1승을 추가했다.

다나카는 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반테린 돔에서 열린 2025 NPB 정규시즌 주니치 드래곤즈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1탈삼진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4-1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다나카는 요미우리가 최종스코어 5-3으로 이겨 승리투수의 기쁨을 안았다.

이날은 다나카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정규시즌 첫 경기였다. 1회 말 다나카는 두 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중견수 뜬공, 유격수 땅볼 병살타로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2회를 3루수 땅볼, 헛스윙 삼진, 1루수 땅볼로 삼자범퇴 처리한 다나카는 3회 첫 실점했다. 선두타자 키노시타 타구야의 중전 안타에 이어 9번 타순으로 나선 투수 오노 유다이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득점권 상황이 만들어졌다. 다나카는 오카바야시 유키를 상대로 투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강한 타구를 잡지 못하고 뒤로 흘려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1루 주자의 도루로 1사 2, 3루에 위기에 몰린 다나카는 결국 우에바야시 세이지에게 중견수 뜬공으로 희생플라이타점을 내줬다. 이어지는 2사 3루에서 다나카는 볼넷으로 다시 1루를 채웠으나, 다음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정리했다.


4회 2루수 땅볼, 2루수 뜬공, 유격수 뜬공으로 다시 한 번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간 다나카는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기 위해 5회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낸 다나카는 유격수 땅볼로 1아웃을 잡은 뒤 다음 타자 오카바야시에게 우익선상 날카로운 타구로 2루타를 맞았다.

빠른 중계플레이로 실점은 피한 다나카는 1사 2, 3루서 우에바야시를 고의사구로 내보내 만루를 채웠다. 절체절명의 위기서 다나카는 호소카와 세이야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실점 없이 5회를 마쳤다.

이날 다나카는 총 96구를 던졌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9km/h까지 나왔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최종 점검이었던 지난 3월 27일 등판서 기록한 145km/h보다 무려 4km/h를 끌어올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리빙 레전드' 투수인 다나카는 2007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데뷔해 메이저리그 진출 전인 2013년까지 통산 99승 35패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했다. 2008년(9승)을 제외하고 6시즌서 두 자릿수 이상 승리를 거뒀고, 2013년에는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기록하며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나카는 뉴욕 양키스에서만 7시즌을 뛰며 통산 174경기 78승 46패 평균자책점 3.74의 성적을 남겼다. 2020시즌 종료 후 다나카는 다시 친정팀 라쿠텐과 당시 NPB 최고 연봉인 9억 엔(약 89억 원)의 계약을 맺고 일본으로 컴백했다.

다나카는 NPB 복귀 첫해 23경기 4승 9패 평균자책점 3.01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2022년 25경기 9승 12패 평균자책점 3.31로 양대 리그(센트럴, 퍼시픽) 최다패 투수라는 굴욕을 겪었다.


2023시즌을 앞두고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연봉 4억 7,500만 엔(약 47억 원)의 조건에 계약을 갱신한 다나카는 명예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반등은커녕 오히려 더 깊은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다나카는 2023년 24경기 7승 11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퍼시픽리그 최다패 투수의 오명을 썼다. 4점대 평균자책점은 NPB 데뷔 후 처음이었다.

2024년 연봉이 2억 6,000만 엔(약 26억 원)까지 깎인 다나카는 1군서 단 1경기(5이닝 4실점 패전) 등판 기록을 남기고 부상으로 한 시즌을 날렸다. 다나카의 급격한 노쇠화를 지켜본 라쿠텐 구단은 감액 규정 제한(연봉 1억 엔 이상일 경우 최대 40%)이 넘는 연봉 제시했다. 앞서 두 차례나 40% 이상 연봉 삭감을 받아들였던 다나카였지만, 이번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라쿠텐이 더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낀 다나카는 방출을 요청했다.


무적 신세가 된 다나카는 스가노 토모유키(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미국 진출로 선발진에 공백이 생긴 요미우리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여 새로운 유니폼을 입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차근차근 선발로 등판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든 다나카는 2025시즌 첫 등판서 감격의 승리를 따내며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일본 매체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다나카는 경기 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의미가 있는 승리다. 결과를 내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오늘은 모두가 함께 만든 1승이다. 결과가 나와서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생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라는 말에 다나카는 "아직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결국 내 자신에게 달려있다. 오늘 잘 던졌다고 해서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라고 기쁜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라쿠텐 골든이글스 SNS,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페이지 및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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