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면전서 드러누운 새 구축함…北, 미사일 발사로 화풀이
입력 : 2025.05.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북한이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5000톤급('최현'급) 신형 구축함 진수에 나섰으나 '중대 사고'가 발생해 실패했다. 체면을 구긴 북한은 실패 사실을 대내외에 공개하면서 화풀이하듯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



2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인 21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켜보는 가운데 동해 청진조선소에서 5000톤급 구축함 진수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북한은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 진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진수 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 부주의로 대차 이동이 평행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함미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됐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며 함수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건조된 배를 대차에 올려 경사로에서 측면으로 미끄려뜨려 수면 위로 올려야 하는데(측면 진수) 이 과정에서 선수와 선미에 설치된 대차가 동시에 기동하지 못해 배를 수면에 띄우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충격으로 구축함 하부 등이 상당 부분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진수에 실패한 구축함이 넘어진 채 해상에 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김 총비서는 "있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크게 질책하면서 사고 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을 예고했다. 또 오는 6월 말 소집 예정인 당 전원회의 개최 전까지 파손된 구축함 복원을 끝낼 것도 지시했다.



북한이 이처럼 중대한 사고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대내외에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의도로 진수 실패를 빠르게 인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총비서가 (사고 원인에 대해) '순수한 부주의'라고 표현했다"면서 "부주의에 의한 실패를 엄중하게 문책해 내부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앞으로 이번 사고를 극복하는 과정도 부각해 결속을 다지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수도 있다고 본다.



김 총비서는 지난 4월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첫 5000톤급 구축함을 진수하면서 동해에 '원양함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원양함대는 여러 척의 구축함과 지원함이 필요한데, 동해의 구축함 건조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 청진조선소에서의 사고로 김 총비서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으며, 최고지도자로서 '망신'을 샀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새 구축함 진수 실패 사실을 공개한 직후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쯤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가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았지만, 구축함 사고로 우려되는 군 기강을 정비하고 미사일 등 기타 군 전력의 대비태세엔 이상이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구축함 진수 실패에 대한 한국 등의 언론 보도에 '화풀이성' 도발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이번 구축함 진수 실패 사고와 순항미사일 발사 동향을 실시간으로 인지, 추적해 왔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구축함은 현재 수면 위에 넘어져 있는 상태"라며 청진조선소 일대에 대한 정찰 활동이 면밀하게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군은 현재 순항미사일의 제원 등도 분석 중이다.



사고가 난 구축함은 지난달 남포조선소에서 진수를 마친 5000톤급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와 쌍둥이 배로 추정된다. 최현호는 각종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수직발사대와 위상배열 레이저 등을 갖춰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최현호 진수 사흘 만에 탑재된 무기체계를 시험하는 등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사고도 무리한 '속도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총비서는 사고 구축함의 복원 시점을 내달 말로 상정했지만, 전문가들은 예정된 일정에 복원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사고가 나 옆으로 누운 배를 세우기만 한다고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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