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음주운전 3번 한 경찰 파면 과하다''…왜?
입력 : 2025.05.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음주운전을 3번 한 경찰공무원에게 파면 처분을 내린 서울경찰청장의 결정이 과한 징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세차례의 음주운전이 10년 간격으로 발생했고 이미 처벌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원고인 박모씨가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음주운전에 따른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란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경찰청장의 파면에 앞서 원고 박씨는 공무원(경위)으로 세 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 박씨는 2001년 음주운전을 사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고 2012년 음주운전을 해 교통사고를 낸 뒤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강등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후 2023년 8월24일 박씨는 소주를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광명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같은 해 10월20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죄를 인정해 박씨에 벌금 1000만원 약식 명령을 내렸다.



이에 서울경찰청장은 같은 달 25일 박씨가 경찰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며 옛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 징계양정 기준 중 '2회 음주운전을 한 경우' 또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를 적용해 박씨 파면 처분을 결정했다.



박씨는 이같은 결정에 불복해 지난해 4월18일 파면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서울경찰청장의 징계 결정이 과하다고 보고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파면 처분은 원고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오래전에 발생한 비위행위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비위행위의 정도에 비하더라도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이므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의 시간적 간격 및 그에 따른 비난 가능성, 책임 희석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양정기준 중 가장 강한 징계를 내린 것이 징계양정이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001년과 2012년에 일어난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선 이미 처벌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음주운전 전력 기간이 오래 지나 책임이 희석됐다는 취지다.



또 "원고는 이 사건 파면 처분 시까지 약 32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차례 포상을 받는 등 비교적 성실하게 근무해왔다"고 했다.



파면 처분은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무거운 징계처분 중 하나로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해 공직에서 퇴출하는 행정 처분이다. 파면 시엔 공무원 신분 상실과 함께 5년 동안 공무원 임용 자격 제한, 퇴직급여액 일부가 삭감되거나 연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이익이 따른다.



이에 재판부는 "파면 처분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넘어 추가로 경제적, 신분상 불이익 등을 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만 한다"며 "원고 박씨는 이 사건 파면 처분으로 인해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이 2분의 1 감액돼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원이 파면 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 서울경찰청은 박씨에 대한 징계를 다시 결정하게 된다. 재처분 결정 시엔 법원 판결 내용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머니투데이 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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