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성적만 놓고 보면 직전 시즌 9위를 했던 팀이었고 초보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고도 가을야구까지 경험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돌아온 건 야유였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새 시즌을 맞이 하며 지난해 뼈아팠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동시에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은 25일 "투수 홍건희(32)와 2+2년 최대 24억 5000만원(계약금 3억·연봉 총액 21억·인센티브 5000만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30일 내야수 양석환(33)과 4+2년 최대 78억원(첫 4년 계약금 20억·연봉 총액 39억·인센티브 6억원, 향후 2년 13억원 뮤추얼 옵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내부 FA 2명을 모두 붙잡았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내부 자원을 지켰을 뿐임에도 왜 두산에 대한 기대감은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올라가는 것일까.
두산은 자금의 여력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114억 2638만원 중 가장 많은 111억 8175만원을 지출했다. 양석환과 먼저 계약을 맺으며 홍건희 영입에서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도 가용할 수 있는 재정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외부 FA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두산을 향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불과 2021년까지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강팀의 DNA 때문만은 아니다.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지난해 두산을 5위로 올려준 큰 힘은 투수력에 있었다. 팀 평균자책점(ERA)은 3.92로 전체 3위였다. 반면 팀 타율(0.255)은 9위에 불과했다. 4번 타자 김재환(36)이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과 무관치 않았다. 김재환은 두산의 핵심 선수로 도약한 2016년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을 냈다. 타율 0.220 10홈런 46타점 OPS(출루율+장타율)도 0.674에 불과했다.
132경기를 치르고도 스스로 마무리 훈련을 자청했다. 같은 좌타에 홈런왕 출신인 이승엽 감독이 직접나서 제자를 도왔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쉴 틈 없이 미국으로 향해 강정호와 3주 가량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15일 잠실구장에서 창단 기념식 이후 만난 김재환은 "잘 배우고 왔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일일이 다 설명이 안되지만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크게 6년으로 나누자면 앞에 3년과 비교해 최근 3년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 '그 전에 이렇게 했었는데' 이런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도 "잘할 것이다. 스스로 간절한 상태다. 팀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더 철저히 준비를 해서 지난 1,2년 부진 원인을 찾아 예전처럼 단단해진 상태로 시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도 변화도 김재환의 부활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김재환은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타구가 많은 타자로 최근 몇 시즌 동안 시프트 악몽에 시달렸다. 그러나 올 시즌엔 2루를 기준으로 유격수와 3루수는 왼편, 1루수와 2루수는 오른쪽에서만 수비 위치를 잡을 수 있다. 김재환은 "좋다는 생각 밖에 없다"며 "(안타) 몇 개라도 이득을 볼 것이다. 빗맞은 안타도 좋지만 잘 맞았을 때 한 발도 안 움직이고 정면으로 잡히니 허탈감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인 베이스 크기 확대 또한 '스피두', '허슬두'의 부활을 예고케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1일 제1차 이사회를 열고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을 논의했는데 종전 15인치(38.1㎝)였던 한 변의 길이가 18인치(45.72㎝)로 커졌고 이로 인해 1루와 2루 사이 거리 또한 4.5인치(11.43㎝) 더 짧아진다.
두산은 지난해 133도루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2013년 1위를 차지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순위였다. 타선 약화와 함께 빠른 발을 통해 활로를 찾았던 영향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정수빈(39도루)은 생애 처음으로 도루왕에 올랐고 조수행(26도루), 강승호(13도루), 이유찬(12도루)까지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심지어 양의지도 8개의 도루로 힘을 보탰다. 두산의 득점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호재다.
신인에 대해서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고교리그와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한 인천고 우완 투수 김택연을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늘 후순위에 밀렸던 두산이기에 이처럼 빠른 순번의 자원을 뽑는 건 매우 오랜 만이었다. 그만큼 아주 커다란 만족감을 나타내는 지명이었다.
국제대회에서 5연속 투구 등으로 우려를 키웠지만 두산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택연에게 투구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단 2명만이 함께 하는 호주 스프링캠프에도 동행한다. 스스로는 마무리 투수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뒷문을 책임진 홍건희, 정철원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선발진도 굳건하다.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 국가대표 에이스로 성장한 곽빈까지 리그 최고 수준 1~3선발을 갖추고 있고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최승용과 김동주만으로도 5선발 체제 완성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 커리어 로우를 찍은 최원준의 반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승엽 감독도 "지난해 투수들이 좋았다. 기존 선수들이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기술적으론 후반기에 힘이 많이 부쳤다. 올 한해는 여름이 지나 진정한 승부처인 마지막 20~30경기 때까지도 버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동기부여는 지난해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단순 성적만 놓고보면 절대 실패라고 말할 수 없지만 시즌 막판 무기력했던 건 이승엽 감독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감독은 승기를 잡고도 아쉽게 패배했던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10월 19일'을 콕 집어 언급하며 "2024년은 새로운 해고 지난해 좋지 않은 건 잊고 새 시즌엔 더 단단해지고 냉철해지고 발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경험을 했다. 당연히 밖에서 보는 분들의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안 좋았던 부분도 있다. 평가가. 평가 바꾸려면 모든 걸 바꿔야 한다. 코치에게도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선수들이 정말 좋은 퍼포먼스 내도록 준비하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주장 양석환도 "그 전부터 우리한테 데미지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와일드카드 1차전에 초반 분위기는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힘이 부친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부터 의지를 다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오는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전지훈련지인 호주 시드니를 향해 떠난다. 다음달 중순까지 한국과 정반대 기후인 호주에서 몸을 만들고 이후 일본 미야자키로 이동해 일본프로야구(NPB) 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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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이 지난 15일 창단 기념식에서 새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
두산은 25일 "투수 홍건희(32)와 2+2년 최대 24억 5000만원(계약금 3억·연봉 총액 21억·인센티브 5000만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30일 내야수 양석환(33)과 4+2년 최대 78억원(첫 4년 계약금 20억·연봉 총액 39억·인센티브 6억원, 향후 2년 13억원 뮤추얼 옵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내부 FA 2명을 모두 붙잡았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내부 자원을 지켰을 뿐임에도 왜 두산에 대한 기대감은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올라가는 것일까.
두산은 자금의 여력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114억 2638만원 중 가장 많은 111억 8175만원을 지출했다. 양석환과 먼저 계약을 맺으며 홍건희 영입에서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도 가용할 수 있는 재정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외부 FA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두산을 향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불과 2021년까지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강팀의 DNA 때문만은 아니다.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두산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
132경기를 치르고도 스스로 마무리 훈련을 자청했다. 같은 좌타에 홈런왕 출신인 이승엽 감독이 직접나서 제자를 도왔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쉴 틈 없이 미국으로 향해 강정호와 3주 가량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15일 잠실구장에서 창단 기념식 이후 만난 김재환은 "잘 배우고 왔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일일이 다 설명이 안되지만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크게 6년으로 나누자면 앞에 3년과 비교해 최근 3년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 '그 전에 이렇게 했었는데' 이런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도 "잘할 것이다. 스스로 간절한 상태다. 팀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더 철저히 준비를 해서 지난 1,2년 부진 원인을 찾아 예전처럼 단단해진 상태로 시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도 변화도 김재환의 부활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김재환은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타구가 많은 타자로 최근 몇 시즌 동안 시프트 악몽에 시달렸다. 그러나 올 시즌엔 2루를 기준으로 유격수와 3루수는 왼편, 1루수와 2루수는 오른쪽에서만 수비 위치를 잡을 수 있다. 김재환은 "좋다는 생각 밖에 없다"며 "(안타) 몇 개라도 이득을 볼 것이다. 빗맞은 안타도 좋지만 잘 맞았을 때 한 발도 안 움직이고 정면으로 잡히니 허탈감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커리어 첫 도루왕 타이틀 홀더가 된 정수빈. /사진=두산 베어스 |
두산은 지난해 133도루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2013년 1위를 차지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순위였다. 타선 약화와 함께 빠른 발을 통해 활로를 찾았던 영향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정수빈(39도루)은 생애 처음으로 도루왕에 올랐고 조수행(26도루), 강승호(13도루), 이유찬(12도루)까지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심지어 양의지도 8개의 도루로 힘을 보탰다. 두산의 득점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호재다.
신인에 대해서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고교리그와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한 인천고 우완 투수 김택연을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늘 후순위에 밀렸던 두산이기에 이처럼 빠른 순번의 자원을 뽑는 건 매우 오랜 만이었다. 그만큼 아주 커다란 만족감을 나타내는 지명이었다.
국제대회에서 5연속 투구 등으로 우려를 키웠지만 두산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택연에게 투구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단 2명만이 함께 하는 호주 스프링캠프에도 동행한다. 스스로는 마무리 투수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뒷문을 책임진 홍건희, 정철원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김태룡 단장(왼쪽)의 지명을 받고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신인 투수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
무엇보다 가장 큰 동기부여는 지난해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단순 성적만 놓고보면 절대 실패라고 말할 수 없지만 시즌 막판 무기력했던 건 이승엽 감독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감독은 승기를 잡고도 아쉽게 패배했던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10월 19일'을 콕 집어 언급하며 "2024년은 새로운 해고 지난해 좋지 않은 건 잊고 새 시즌엔 더 단단해지고 냉철해지고 발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경험을 했다. 당연히 밖에서 보는 분들의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안 좋았던 부분도 있다. 평가가. 평가 바꾸려면 모든 걸 바꿔야 한다. 코치에게도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선수들이 정말 좋은 퍼포먼스 내도록 준비하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주장 양석환도 "그 전부터 우리한테 데미지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와일드카드 1차전에 초반 분위기는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힘이 부친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부터 의지를 다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오는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전지훈련지인 호주 시드니를 향해 떠난다. 다음달 중순까지 한국과 정반대 기후인 호주에서 몸을 만들고 이후 일본 미야자키로 이동해 일본프로야구(NPB) 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두산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 /사진=두산 베어스 |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난 곽빈.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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