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고, 보직이 바뀌면서 꽃길이 열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이민우(31)가 5년 만에 세이브를 거두면서 팀의 1점차 리드를 지켰다.
이민우는 지난 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회부터 몸을 풀었다. 6-4, 2점 리드 상황에서 한승혁이 마운드에 올랐고, 이민우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한승혁이 8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으면서 9회 마무리 박상원이 투입됐고, 이민우에겐 등판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박상원이 롯데의 선두타자 이정훈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자마자 이민우가 다시 몸을 풀었다. 박상원이 폭투에 이어 1루수 채은성의 포구 실책으로 1점을 주며 1사 1루 위기가 이어지자 최원호 한화 감독은 투수 교체를 했다. 1점 리드 상황에 마무리를 내리는 게 쉽지 않았지만 불안한 흐름을 간화하지 않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자칫 잘못하면 경기 흐름을 내주고, 팀 분위기마저 가라앉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이민우가 정리했다. 첫 타자 전준우를 맞아 초구 커브, 2구째 커터를 모두 낮게 던지며 유인했다. 투볼이 되며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3구째 몸쪽 커터로 좌익수 뜬공을 이끌어냈다. 한 고비 넘긴 이민우는 노진혁을 초구 몸쪽 낮은 커브에 이어 2구째 커터로 2루 땅볼을 유도했다. 6-5 팀 승리를 지킨 순간.
이민우에겐 개인 통산 두 번째 세이브로 KIA 타이거즈 시절이었던 지난 4월13일 문학 SK 와이번스전(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 이후 1818일(6년8개월25일) 만이었다. 경기 후 최원호 감독은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순간에 이민우가 노련하게 승리를 지키며 의미 있는 세이브를 기록했다”고 칭찬했다.
이민우는 “세이브는 그렇게 신경 안 쓰고, 팀이 이기는 것에 도움이 돼 너무 좋다”며 “(세이브 상황이) 긴장되긴 했는데 끝나고 나서 보니 기분이 좋더라. 순간 마무리투수가 부러웠다. 중간투수랑 느낌이 많이 다르구나 싶다. 원래 액션이 없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크게 나왔다. 기분이 많이 좋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존에 맞춰 직구와 커브를 높은 쪽으로 잘 던진 이민우였지만 이날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낮게 낮게 조심스럽게 승부를 들어갔다. 이민우는 “올해 ABS에 맞춰 캠프 때부터 높게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오늘은 터프한 상황이었고, 커브가 밀려들어가면 크게 맞을 수 있어 최대한 낮게 던지려고 했다. 한 방 맞으면 역전될 수 있으니 장타만 안 맞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이민우는 선발로 많은 기회를 받았다. 2022년 4월 한화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KIA에서 105경기 중 45경기를 선발로 나섰지만 9승25패 평균자책점 7.46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반면 구원으로 등판한 60경기에선 3승2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86으로 나쁘지 않았다.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임시 선발로 4경기 나섰지만 불펜 쪽에 비중을 뒀다. 지난해에는 1~2군 모두 구원으로만 던졌다. 개막 후 8월까지는 2군에 머무르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9월 콜업 이후 17경기(13⅔이닝) 2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2.63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올해는 1군 스프링캠프에 들더니 치열한 경쟁 끝에 개막 엔트리까지 포함됐다. 지난달 27일 문학 SSG 랜더전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고, 이날은 짜릿한 터프 세이브를 해냈다.
이민우는 “KIA에 있을 때 선발로 많은 기회를 받았다. 처음에는 선발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힘이 부쳐서 잘 안 되더라. 중간투수를 하고 싶었는데 KIA는 불펜이 좋았다”며 “한화에 와서 내가 하고 싶은 중간투수를 하니 마음이 편하게 잘되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볼넷이 많이 없어졌고, 맞더라도 빨리빨리 승부하려고 하다 보니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구단 최초로 개막 10경기에서 8승(2패)을 거두며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불펜에서 한화의 고공 행진에 힘을 보태고 있는 이민우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어떻게든 꼭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커졌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50경기 출장이다. 마음 같아선 더 많이 나가고 싶다. 팀 성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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