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구본혁이 데뷔 첫 끝내기 안타의 기쁨을 맛봤다. "꿈에 그리던 장면이었다"고 했다.
LG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NC와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8-7 끝내기로 승리했다. 경기 초반 양 팀 선발들이 난타당하며 타격전이었다.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았다.
NC는 LG의 1선발 엔스를 상대로 3회까지 7점을 뽑았다. LG는 NC 선발 김시훈 상대로 3회까지 5점을 뽑아 추격했다. 그리고 6회 오스틴의 동점 투런 홈런으로 균형을 맞췄다. NC는 7회초 무사 1,2루와 9회초 1사 만루 그리고 연장 11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모두 놓쳤다.
LG의 마지막 해결사는 지난해 가을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귀한 구본혁이었다. 7-7 동점인 11회말 LG 공격, 마무리 이용찬까지 기용한 NC 마운드에는 이준호가 올라왔다. 선두타자 홍창기가 볼넷을 골랐다. 김현수도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2루가 됐다. 오스틴의 깊숙한 중견수 뜬공 아웃 때 주자들이 태그업, 1사 2,3루가 됐다.
연장 10회 대수비로 교체 출장한 구본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볼-2구 헛스윙-3구 파울-4구 볼이 됐다. 139km 투심을 때렸는데, 타구는 힘없이 높이 떠 우측 선상으로 날아갔다. 우익수와 2루수가 달려갔으나,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지면서 3루 주자가 득점, 끝내기 안타가 됐다. 2019년 LG에 입단한 구본혁의 데뷔 첫 끝내기 안타였다.
경기 후 구본혁은 끝내기 상황에 대해 “꿈에 그리던 장면이 나왔다. 예전에는 이런 기회에 절대 (타석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였는데, 나갔다는 게 기쁘다. 멋있게 치고 싶었는데 그냥 행운의 안타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은 진짜 별로 안 좋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멋있게 치고 싶었는데 결과만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군 제대 후 타격에 자신감이 붙었다. 구본혁은 “옛날에는 행운의 안타만 나와도 그냥 좋아라 했었는데, 지금은 좀 타격에 자신감이 붙었다 보니까 좋은 타구 날리고 싶고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멋있게 그냥 시원하게 날리려 했는데 먹힌 타구가 나와서… 결과가 좋아서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타가 아닌 빗맞은 뜬공이었다. 구본혁은 “타구가 떴을 때 큰일 났다 했는데, 박건우 형이 굉장히 뒤에 가 있더라. 내가 요즘 좀 멀리 치니까(웃음). 생각 보다 뒤에 있었다. 그래서 됐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본혁은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55순위)로 LG에 입단했고, 입단 때부터 수비는 뛰어난 선수였다. 당시 류중일 LG 감독은 구본혁의 기본기가 좋다며 수비 실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작은 체구에서 타격이 아쉬웠다. 2022년 군대 가기 전까지 3시즌 동안 주로 대수비 요원으로 1군에서 뛰었다.
2019년 57경기 타율 1할7푼6리(15안타), 2020년 125경기 타율 1할6푼3리(14안타), 2021년 123경기 타율 1할3푼2리(5안타)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305경기 타율 1할6푼3리(209타수 34안타) 2홈런 16타점 장타율 .215, OPS .451에 그쳤다.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타격에 힘이 붙었다. 구본혁은 2022년 상무에 입대했고, 퓨처스리그에서 67경기 출장해 타율 3할3푼6리(113타수 38안타) 16타점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77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251타수 74안타) 37타점을 기록했다.
제대 후 마인드가 달라졌다. 구본혁은 "상무에서 타격에 자신감이 붙었다. 상무에서 잘 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했고,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공통점은 모두 하체로 친다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상체로만 쳤다. 하체도 같이 쓰면서 더 좋아진 것 같다. 요즘은 현수형, 해민이형, 지환이형을 따라 일찍 나와 운동하면서 (타격) 따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타를 치면서 올 시즌 백업으로 출장하면서도 타율 3할8푼5리(13타수 5안타) 4타점 OPS .891을 기록하고 있다. 말로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예전의 구본혁이었다면 끝내기 기회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구본혁은 "예전이었다면, 번트 댔겠죠. 스퀴즈 작전 냈을 거 같다"고 말하며 "지금까지 끝내기 상황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대타 2명이 있었는데, 대타를 썼겠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LG 벤치에 마지막까지 허도환, 김주성이 남아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11회 찬스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구본혁이 행운의 안타로 올시즌 첫 연장승을 만들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야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보여준 것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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