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개막 4연패로 시작했던 키움 히어로즈가 심상치 않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에 첫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더니 삼성 라이온즈에 싹쓸이, 한화 이글스의 돌풍까지 잠재우며 파죽의 6연승을 달렸다.
그중 백미는 돌아온 괴물 류현진(37·한화)을 무너트린 4월 5일 고척 한화전이었다. 5회 초까지 0-4로 끌려가던 키움은 5회 말에만 10점을 뽑아내며 11-7 대역전승을 거뒀다.
류현진의 제구가 흐트러진 것이 원인이었다. 선두타자 김휘집이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형종이 볼넷을 얻어 나갔다. 송성문이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나고 김휘집이 3루로 진루해 만들어진 1사 1, 3루. 타석에는 김재현(31)이 들어섰다. 지난해 8경기 출전해 타율 0.111에 머문 김재현은 타격이 기대되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2스트라이크 2볼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당겨쳐 좌측 파울 라인 살짝 안쪽에 떨어지는 절묘한 코스의 2루타로 선제점을 뽑아냈다.
류현진에겐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키움 타선은 류현진의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시작하며 4연속 적시타를 뽑아냈다. 최주환이 우전 안타로 다시 만루를 만들자 5회 선두타자였던 김휘집이 다시 타석에서 중견수 방면 적시 2루타를 치며 류현진을 마운드 아래로 끌어내렸다. 이후 구원 등판한 김서현을 상대로 이형종이 1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키움은 2010년 3월 28일 사직 롯데전 이후 5122일 만에 8타자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이는 히어로즈 구단 역대 팀 연속 안타 기록과 동률이었다. 이후 김서현에게 2점을 더 뽑으면서 키움은 류현진에게 KBO리그 개인 첫 한 경기 9실점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김재현의 안타가 결정타가 된 셈이다.
하루 뒤(6일)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도 김재현의 적시타를 전환점으로 봤다. 홍 감독은 "김재현의 하위 타순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김재현이 최근 적재적소에서 도루 저지나 안정감 있는 투수 리드를 보여주고 있는데 류현진과 경기에서도 김재현의 타점이 다른 선수들의 적극성을 일깨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감독의 말을 들은 김재현은 "류현진 선배의 공은 그냥 친 것이다. 노림수 없이 자신 있게 치려 했는데 생각보다 코스가 절묘하게 갔다. 운이 좋았다"고 머쓱해 했다. 이어 "(감독의 말에) 내가 쳤으면 다른 애들은 더 잘 쳐야 한다. 그래서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 애들도 내가 앞에서 자신 있게 치니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친 것 같다"고 폭풍 같았던 류현진과 5회를 돌아봤다.
진북초-전라중-대전고 졸업 후 2012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76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김재현은 2015년 1군 데뷔 후 주로 백업 포수로서 활약했다. 준수한 도루 저지 능력과 블로킹에도 통산 4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1, 7홈런 57타점 52득점, OPS 0.553으로 좋지 않은 타격이 주전으로 올라서는 데 발목을 잡았다.
올해는 주전 포수 이지영(38·SSG)의 이적으로 김동헌(21)과 안방을 나눠 가지는 듯했으나, 김동헌이 2군으로 향하면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서면서는 타격에서도 곧잘 안타를 때려내면서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김재현은 "나도 이렇게 시즌 시작이 좋을지는 몰랐다. 항상 똑같이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경기에 자주 나가게 됐다"며 "타격에서 오윤 코치님이 굉장히 자신감을 많이 주신다. 나 스스로 배팅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오윤 코치님이 '잘 친다 넌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주신다. 그런 게 정말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수비에서도 5일 고척 한화전에서도 2개의 도루를 잡아내며 한화의 흐름을 차단했다. 또한 안정적인 수비 리드로 키움의 선발 6연승을 이끄는 중이다. 김재현은 "도루 저지는 잘한 적이 있다고 해도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박도현 배터리 코치님과 많은 연습을 했고, 연습한 것들이 바로 실전에 나와서 잘 풀리는 것 같다. 도루 저지는 투수들과 호흡도 중요해서 투수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조금만 신경 써주면 나도 더 집중해서 잘하려고 하니까 도와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새로 도입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포수이기도 하다. 최대한 블로킹과 포구에 신경을 쓰면서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요구해 직구가 좋은 키움 투수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때문에 팬들로부터 키움 6연승을 견인한 숨은 공신이라 불림에도 겸손했다.
김재현은 "ABS가 높은 존을 넓게 잡아주다 보니 투수들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던지게 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우리 팀에는 직구가 좋은 투수들이 많아서 잘 활용하고 있다. ABS도 그렇고 베이스가 커져서 프레이밍보단 조금 더 공을 정확하게 잡고 최대한 주자를 잘 묶으려 블로킹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김재현은 선배보단 '(김)재현이 형'으로 자주 불린다. 오랜 기간 히어로즈에 있으면서 선수들과 잘 지낸 성격이 투수들과 합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김재현은 "어린 선수들한테 농담하고 장난치면서 접근한다. 쓴소리해도 너무 진지하게 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쓴소리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난 투수 리드라는 것이 포수가 리드한다기보단 투수랑 함께 호흡하는 거라 생각한다. 투수들에게 주자 없을 때는 맞아도 되니까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한다. 줄 거 주고 막을 거 막아야지 한 점도 안 주려고 하면 더 안 좋은 상황이 나온다. 우리 타자들이 좋아서 점수를 뽑아줄 테니까 줄 점수는 주고 이닝을 빨리 끝내자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키움은 전준표(19·2024년 1R 8번), 김윤하(19·2024년 1R 9번), 손현기전준표(19·2024년 2R 19번), 김연주(20·2024년 3R 29번) 등 신인을 무려 개막 엔트리에 넷이나 포함했음에도 차츰 마운드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손현기는 3경기(6이닝) 평균자책점 1.50, 주승우(24·2022년 1차지명)는 4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현은 "투수들이 스프링캠프 때보다 자신감이 붙었는데 지금보다 더 붙었으면 좋겠다. (주)승우는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 볼이 너무 좋다. 직구도 좋아지고 제구도 안정됐다. (손)현기도 나쁘지 않고 (전)준표, (김)윤하, (김)연주는 아직 자신감이 부족하다. 신인들은 맞아도 된다. 맞아도 되니까 자신감 있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근 상승세의 이유를 물오른 타선으로 꼽은 김재현은 어린 투수들을 잘 이끌고 수비를 안정화하는 데 더 욕심을 냈다. 그는 "타격에는 여전히 욕심이 없다. 타석에서는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 있게 휘두르고 오려 한다"면서도 "오히려 수비에 욕심이 있다. 수비는 성적이나 수치로 안 나올지도 모른다. 기록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가 기본기에 충실하고 열심히 할수록 팀 성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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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사진=키움 히어로즈 |
그중 백미는 돌아온 괴물 류현진(37·한화)을 무너트린 4월 5일 고척 한화전이었다. 5회 초까지 0-4로 끌려가던 키움은 5회 말에만 10점을 뽑아내며 11-7 대역전승을 거뒀다.
류현진의 제구가 흐트러진 것이 원인이었다. 선두타자 김휘집이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형종이 볼넷을 얻어 나갔다. 송성문이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나고 김휘집이 3루로 진루해 만들어진 1사 1, 3루. 타석에는 김재현(31)이 들어섰다. 지난해 8경기 출전해 타율 0.111에 머문 김재현은 타격이 기대되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2스트라이크 2볼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당겨쳐 좌측 파울 라인 살짝 안쪽에 떨어지는 절묘한 코스의 2루타로 선제점을 뽑아냈다.
류현진에겐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키움 타선은 류현진의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시작하며 4연속 적시타를 뽑아냈다. 최주환이 우전 안타로 다시 만루를 만들자 5회 선두타자였던 김휘집이 다시 타석에서 중견수 방면 적시 2루타를 치며 류현진을 마운드 아래로 끌어내렸다. 이후 구원 등판한 김서현을 상대로 이형종이 1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키움은 2010년 3월 28일 사직 롯데전 이후 5122일 만에 8타자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이는 히어로즈 구단 역대 팀 연속 안타 기록과 동률이었다. 이후 김서현에게 2점을 더 뽑으면서 키움은 류현진에게 KBO리그 개인 첫 한 경기 9실점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김재현의 안타가 결정타가 된 셈이다.
하루 뒤(6일)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도 김재현의 적시타를 전환점으로 봤다. 홍 감독은 "김재현의 하위 타순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김재현이 최근 적재적소에서 도루 저지나 안정감 있는 투수 리드를 보여주고 있는데 류현진과 경기에서도 김재현의 타점이 다른 선수들의 적극성을 일깨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감독의 말을 들은 김재현은 "류현진 선배의 공은 그냥 친 것이다. 노림수 없이 자신 있게 치려 했는데 생각보다 코스가 절묘하게 갔다. 운이 좋았다"고 머쓱해 했다. 이어 "(감독의 말에) 내가 쳤으면 다른 애들은 더 잘 쳐야 한다. 그래서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 애들도 내가 앞에서 자신 있게 치니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친 것 같다"고 폭풍 같았던 류현진과 5회를 돌아봤다.
김재현(오른쪽)이 5일 고척 한화전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1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
진북초-전라중-대전고 졸업 후 2012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76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김재현은 2015년 1군 데뷔 후 주로 백업 포수로서 활약했다. 준수한 도루 저지 능력과 블로킹에도 통산 4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1, 7홈런 57타점 52득점, OPS 0.553으로 좋지 않은 타격이 주전으로 올라서는 데 발목을 잡았다.
올해는 주전 포수 이지영(38·SSG)의 이적으로 김동헌(21)과 안방을 나눠 가지는 듯했으나, 김동헌이 2군으로 향하면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서면서는 타격에서도 곧잘 안타를 때려내면서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김재현은 "나도 이렇게 시즌 시작이 좋을지는 몰랐다. 항상 똑같이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경기에 자주 나가게 됐다"며 "타격에서 오윤 코치님이 굉장히 자신감을 많이 주신다. 나 스스로 배팅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오윤 코치님이 '잘 친다 넌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주신다. 그런 게 정말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수비에서도 5일 고척 한화전에서도 2개의 도루를 잡아내며 한화의 흐름을 차단했다. 또한 안정적인 수비 리드로 키움의 선발 6연승을 이끄는 중이다. 김재현은 "도루 저지는 잘한 적이 있다고 해도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박도현 배터리 코치님과 많은 연습을 했고, 연습한 것들이 바로 실전에 나와서 잘 풀리는 것 같다. 도루 저지는 투수들과 호흡도 중요해서 투수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조금만 신경 써주면 나도 더 집중해서 잘하려고 하니까 도와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새로 도입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포수이기도 하다. 최대한 블로킹과 포구에 신경을 쓰면서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요구해 직구가 좋은 키움 투수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때문에 팬들로부터 키움 6연승을 견인한 숨은 공신이라 불림에도 겸손했다.
김재현은 "ABS가 높은 존을 넓게 잡아주다 보니 투수들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던지게 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우리 팀에는 직구가 좋은 투수들이 많아서 잘 활용하고 있다. ABS도 그렇고 베이스가 커져서 프레이밍보단 조금 더 공을 정확하게 잡고 최대한 주자를 잘 묶으려 블로킹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현(왼쪽)이 6일 고척 한화전에서 주승우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
어린 선수들에게 김재현은 선배보단 '(김)재현이 형'으로 자주 불린다. 오랜 기간 히어로즈에 있으면서 선수들과 잘 지낸 성격이 투수들과 합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김재현은 "어린 선수들한테 농담하고 장난치면서 접근한다. 쓴소리해도 너무 진지하게 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쓴소리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난 투수 리드라는 것이 포수가 리드한다기보단 투수랑 함께 호흡하는 거라 생각한다. 투수들에게 주자 없을 때는 맞아도 되니까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한다. 줄 거 주고 막을 거 막아야지 한 점도 안 주려고 하면 더 안 좋은 상황이 나온다. 우리 타자들이 좋아서 점수를 뽑아줄 테니까 줄 점수는 주고 이닝을 빨리 끝내자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키움은 전준표(19·2024년 1R 8번), 김윤하(19·2024년 1R 9번), 손현기전준표(19·2024년 2R 19번), 김연주(20·2024년 3R 29번) 등 신인을 무려 개막 엔트리에 넷이나 포함했음에도 차츰 마운드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손현기는 3경기(6이닝) 평균자책점 1.50, 주승우(24·2022년 1차지명)는 4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현은 "투수들이 스프링캠프 때보다 자신감이 붙었는데 지금보다 더 붙었으면 좋겠다. (주)승우는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 볼이 너무 좋다. 직구도 좋아지고 제구도 안정됐다. (손)현기도 나쁘지 않고 (전)준표, (김)윤하, (김)연주는 아직 자신감이 부족하다. 신인들은 맞아도 된다. 맞아도 되니까 자신감 있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근 상승세의 이유를 물오른 타선으로 꼽은 김재현은 어린 투수들을 잘 이끌고 수비를 안정화하는 데 더 욕심을 냈다. 그는 "타격에는 여전히 욕심이 없다. 타석에서는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 있게 휘두르고 오려 한다"면서도 "오히려 수비에 욕심이 있다. 수비는 성적이나 수치로 안 나올지도 모른다. 기록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가 기본기에 충실하고 열심히 할수록 팀 성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재현. /사진=키움 히어로즈 |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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