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MVP를 받았던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6)의 은퇴가 드디어 확정됐다. 올해 포함 계약 기간이 3년 더 남아있지만 잔여 연봉 총액 1억500만 달러를 다 받는 조건으로 공식 은퇴했다.
워싱턴 구단은 8일(이하 한국시간) 스트라스버그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전날(7일) 선수 이동 현황을 통해 스트라스버그의 은퇴를 알렸고, 이날 구단 차원에서 발표가 이뤄졌다. 스트라스버그는 성명을 통해 “오늘 난 내가 사랑하는 게임에서 은퇴를 발표한다. 투수로 복귀를 거듭 시도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활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렸을 때 내가 꿈꿨던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뿐이었다. 많은 코치들과 팀 동료, 의료진 덕분에 그 꿈이 2019년 이뤄졌다. 개인적인 목표였지만 DMV(워싱턴 DC, 메릴랜드, 버지니아) 팬들에게도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특별한 순간이었는지 알게 됐다. 오르내림이 많았지만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은 내게 항상 큰 의미가 될 것이다”고 팬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스트라스버그는 “고(故) 테드 러너 구단주와 가족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지만 내가 아는 유일한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워싱턴에서 야구 여정을 경험한 것은 정말 행운이었고, 난 축복받았다”고 덧붙였다.
마크 러너 워싱턴 구단주는 성명을 통해 “스트라스버그가 워싱턴을 위해 해준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의 화려한 커리어를 통해 선수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수많은 추억을 안겼다. 그가 우리 조직에 끼친 영향에 대해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는 우리를 세계 챔피언 반열에 올려놓았고, 우리 프랜차이즈의 얼굴을 바꿔놓았다.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며 엄청난 커리어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당초 스트라스버그는 지난해 8월25일 은퇴를 발표하며 2024년 은퇴식을 보장받았다. 등번호 37번 영구결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9월10일 예정됐던 은퇴 기자회견을 이틀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3년 1억500만 달러 잔여 연봉을 지급하기로 한 워싱턴이 직접적인 설명 없이 입장을 바꾸자 스트라스버그가 반발했다. 해를 넘겨서도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고,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의 스프링 트레이닝에도 2년 연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시즌이 개막된 뒤에야 공식 은퇴를 위한 합의를 이뤘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스트라스버그는 올해 포함 3년간 1억500만 달러 잔여 연봉을 모두 보장받는다. 다만 연봉 3500만 달러 중 1140만 달러를 2029년까지 추후 지급 받는 조건이다. 2019년 12월 워싱턴과 7년 2억4500만 달러 최초 계약 당시 스트라스버그는 8000만 달러를 2027~2029년 추후 지급받기로 했는데 이 금액도 그대로 받는다. 2029년에는 390만 달러의 이자까지 추가해서 받는다.
메이저리그에서 계약이 종료되기 전 선수가 자발적으로 은퇴할 경우 잔여 연봉 전액을 받을 수 없지만 야구 관련 부상은 예외로 한다. 계약 당시 이에 대한 보험을 들지 못한 워싱턴은 울며 겨자 먹기로 스트라스버그의 남은 연봉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스트라스버그는 한푼도 양보하지 않는 대가로 구단에서 당초 계획했던 은퇴식이나 영구결번 같은 영예는 누리기 어려워졌다.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였다.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워싱턴에 뽑히며 100마일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은 그는 구단의 특별 관리를 받으며 성장했다. 입단 후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재활을 했고, 2012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이닝 제한을 이유로 가을야구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2014년 내셔널리그(NL) 탈삼진 1위(242개), 2019년 NL 다승 1위(18승)에 오르며 올스타에도 3번 선정된 스트라스버그는 2019년 포스트시즌 6경기(5선발·34⅓이닝) 5승 평균자책점 1.98로 완벽투를 펼치며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월드시리즈 2차전(6이닝 2실점), 5차전(8⅓이닝 2실점) 승리를 거두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시즌 후 옵트 아웃을 통해 FA가 된 스트라스버그는 7년 2억4500만 달러 대형 계약으로 워싱턴에 잔류했다. 비슷한 시기 뉴욕 양키스로 FA 이적한 게릿 콜(9년 3억2400만 달러)에 이어 당시 기준 투수 역대 2위 계약으로 최고 대우를 받았지만 역사상 최악의 계약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2020년 계약 첫 해부터 손목터널증후군으로 2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고, 2021년에는 어깨와 목 통증이 겹쳐 5경기 등판으로 6월초 시즌이 끝났다. 흉곽충돌증후군에 시달리다 갈비뼈, 목 근육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1년간 재활했지만 2022년 6월10일 마이애미 말리스전(4⅔이닝 7실점)이 커리어 마지막 경기가 됐다. 다음 등판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하다 같은 부위의 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다.
그해 9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라스버그는 “경쟁력 있게 던진 게 거의 3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은 흐르고, 젊어지지도 않는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서있을 때 손에 마비 증세를 보이는 등 일상 생활도 불편할 정도로 부상 후유증이 오래 갔고, 지난해부터 사실상 전력 외로 판정났다. 의사가 “다시 공을 던지면 다치기만 할 것이다”며 스트라스버그를 만류했다.
결국 워싱턴과 7년 재계약 후 스트라스버그의 성적은 2020~2022년 3년간 8경기(31⅓이닝) 1승4패 평균자책점 6.89로 끝났다. FA 계약 전 우승 업적이 있긴 하지만 말도 안 되게 커리어가 급격하게 무너졌다. 은퇴 과정에서 구단과 갈등으로 인해 마지막까지 모양새도 매끄럽지 못했다. 역대급 유리몸이자 먹튀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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